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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아버지가…’ 아쉬운 시각장애인 에티켓

변라영 횡단보도 건널 때 제대로 된 모습이었으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5-12 15:00:57
KBS2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는 처음은 가랑비처럼 젖어들다가 종래는 흠뻑 빠져들게 되는 그런 가족 드라마란다. 그래서 바로 옆의 가족이 더욱 고마워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고 싶게 하는 드라마가 기획의도란다.

이 같은 드라마의 가족은 아버지 변한수(김영철 분)와 어머니 나영실(김해숙 분) 부부는 변두리 동네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데 슬하에 큰 아들과 아래로 세 딸이 있다.

큰아들 변준영(민진웅 분)은 몇 년 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다. 둘째 변혜영(이유리 분)은 자칭 개룡녀(개천에서 용 된 여자)인데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잘 나가는 변호사다. 셋째 변미영(정소민 분)은 엔터회사 인턴이다.

그리고 넷째 변라영(류화영 분)은 ‘천방치축 무개념에다 미모 하나 믿고 날로 사는 뇌순녀’란다. 최근에 등장한 ‘뇌순녀’란 뇌가 순수한 여자 즉 머릿속에 든 게 없는 무식한 여자라는 말이다. 그런 뇌순녀 변라영은 구민센터 요가강사로 일하고 있다. 뇌순녀 변라영은 세상에 자기에게 반하지 않을 남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구민센터에서 유소년 축구 코치로 일하는 박철수(안효섭 분)가 자기(변라영)에게는 본체만체 한다. ‘근데 쟨 뭐야?? 내게 반하지 않는 남자도 있네.’ 변라영은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박철수에게 오기로라도 날마다 들이댄다. 그러다가 박철수가 어떤 남자와 둘이서 포옹을 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그 때부터 변라영은 박철수에 대한 생각을 접는다.

변라영이 사사건건 자신에게 들이대도 별로 관심이 없던 박철수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창밖으로 변라영이 보였다. 변라영은 횡단보도에서 두 팔을 옆으로 벌린 채 게걸음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한 시각장애인 남자가 흰지팡이를 짚고 걸어가고 있었다. “저 애에게 저런 면도 있었나?” 박철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횡단보도에는 초록불이 켜진 동안 미처 길을 건너지 못한 시각장애인이 빨간불이 켜지고 차들이 지나가자 이를 본 변라영이 두 팔을 벌려 차가 진행 못하게 막아서서 게걸음으로 걷는 동안 그녀의 등 뒤로는 흰지팡이를 짚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고 있었다.

도심에서는 차량이 다니는 도로가 있고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길을 건너가려면 보행자가 길을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가 있어야 된다. 횡단보도는 자동차 등의 교통위험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보행자는 반드시 이것을 이용하고, 또 차량 운행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횡단할 때에 일시 정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경찰청에는 각종 법규와 내규 등을 통해 횡단보도와 신호기에 대한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신호기는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설치한다. 신호기는 도로교통에 관하여 문자‧기호 또는 등화로써 진행‧정지‧방향전환‧주의 등의 신호를 표시하여 다양한 교통류에 우선권을 할당하는 기능을 한다.」(경찰청에서 발췌)

신호등에는 차량을 위한 것과 보행자를 위한 것이 있는데 차량을 위한 신호기에는 녹색, 황색, 적색 등이 있고, 보행자 신호기는 적색과 녹색 등이 있다. 그리고 차량 신호등은 둥근모양이고 보행자 신호등은 네모이다.

보행자 신호시간은 녹색신호시간과 점멸신호시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두 개의 신호시간대 구분의 의미는 적색시간동안 대기하고 있던 보행자가 녹색신호 시간에 횡단보도에 진입하여 횡단보도를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있으나, 녹색점멸이 시작되면 더 이상 횡단보도에 진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횡단보도의 보행신호 시간은 많은 이용자가 편안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배려해야하고 보행자가 횡단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보행자 신호시간은 녹색시간 과 녹색 점멸시간으로 구분하고 녹색 점멸로 인해 이용자가 조바심을 가지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떤 녹색점멸 등에는 숫자표시를 하기도 하고 기다란 세로 등은 위에서부터 한 칸씩 차례로 불이 꺼지기도 한다.

보행자 신호등은 일반적으로 적색과 녹색이 아래위로 사각등으로 되어 있는데 신호시간 등의 설치기준은 전문적인 공식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처음 녹색불이 들어오면 7초간을 유지하다가 그 다음부터는 녹색깜박이 즉 점멸등이 들어오는데 점멸시간은 보통은 1초에 1m를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 길이가 30m라면 처음 녹색불 7초에다 점멸등 30초를 보태어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기 시간은 37초가 된다.

그래서 보행자는 녹색신호등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녹색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너야 된다. 혹시라도 이제 막 횡단보도 앞에 도착했더라도 녹색시간 7초일 때는 건널 수가 있겠지만 녹색점멸 일 경우에는 횡단보도에 들어서지 않아야 된다. 가끔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깜빡일 때도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는 1초에 1m가 아니라 0.8m 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이 많이 이용하는 단체나 복지관 특수학교 등에는 음향신호기를 설치할 수 있다. 혼자 보행하는 시각장애인은 그 음향신호를 듣고 길을 건널 수 있다.

횡단보도 신호기 등에 대해서는 설치기준을 잘 몰라 경찰청에 전화해서 문의를 하니 담당자가 고맙게도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셨다.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라영은 보행자 신호시간에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한 시각장애인을 위해 양팔로 차량의 진행을 막고 옆으로 게걸음을 걸었고, 덕분에 그의 등 뒤로는 한 시각장애인이 흰지팡이를 짚고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가 있었다.

여기서 변라영은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는 가진 것 같았으나 시각장애인에 대한 에티켓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물론 작가나 연출가의 마음이겠지만.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이라면 1초에 1m는 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에 나오는 횡단보도는 1초에 0.8m도 아니고, 음향신호기도 없고, 더구나 그 시각장애인은 보행마저 서툰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시각장애인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더듬거린다면 다가가서 “함께 건너가시겠습니까? 또는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라고 먼저 양해를 구한다음 내 팔을 내주거나 –자원봉사자와 다녀 본 시각장애인이라면 시각장애인이 그 팔을 잡는다. 내가 시각장애인의 팔을 잡고 건너야 된다. 내 왼팔로 시각장애인을 잡거나, 아니면 시각장애인이 내 왼팔을 잡고 그리고 오른 손을 위로 들어서 차량의 진입을 막고 길을 건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운전자가 길에서 흰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49조(모든 운전자의 준수사항 등) 따라서 횡단보도에서 시각장애인을 만난다면 그 시각장애인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기다려야 된다.

혹시라도 길에서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도와준답시고 다짜고짜로 시각장애인의 등을 밀거나, 옷을 잡아당기거나, 시각장애인이 들고 있는 흰지팡이를 잡아끌어서는 안 된다. 이건 우스갯소리지만 심청전에 보면 뺑덕어미가 심봉사의 지팡이를 잡아끌며 길을 안내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시대의 산물일 뿐 절대로 시각장애인의 흰지팡이를 잡아끌어서는 안 된다.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작은 에피소드나마 시각장애인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변라영이 두 팔 벌려 차를 막는 게걸음이 아니라 자신의 왼쪽 팔을 내주거나, 아니면 시각장애인의 오른팔을 잡고, 오른손으로 차를 막으며 걸어가는 제대로 된 모습이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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