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불이 없어 어둠과 추위에 떨고 지내는 것을 보고 측은이 여겼다. 그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건네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우스는 화가 나서 그를 코카서스의 바위에 묶어 놓고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로 하여금 간(肝)을 쪼아 먹게 했다. 낮에 파 먹힌 간은 밤이 되면 재생되고 낮이 오면 다시 또 독수리에게 파 먹히고 프로메테우스는 그런 세월을 견뎌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나타나서 독수리를 죽이고 사슬을 풀어 줄때까지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은 이어졌다.

루벤스의 프로메테우스. ⓒ네이버지식백과

현재 장애인등록이 가능한 장애는 15가지인데 그 중의 하나로 간장애가 있다. 간장애는 2003년 7월 1일부터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장애인의 종류 및 기준에 포함되었는데 ‘만성 간질환(간경변증, 간세포암종 등)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잔여 간 기능이 Child-Pugh 평가상 등급에 해당이 되면 간장애’를 받을 수 있다.

간장애의 평가기준은 Child-Pugh라고 하는데 이를 뭐라고 읽어야 되며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사실은 필자도 잘 몰라서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한참이나 찾아보았다. 차일드 푸(Child-Pugh)라는 평가는 미국의 고혈압 전문 의사인 차일드 박사(Dr. Child)가 제안한 분류법인데 Child-Pugh는 간의 잔여기능이다. 증상이 가벼운 순으로 A. B. C 순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각설하고 MBC 일일드라마 ‘황금 주머니’에 등장하는 한석훈(김지한 분)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유명 의사가 되어 돌아 왔다. 사귀정(유혜리 분)의 딸 배민희(손승우 분)는 한석훈과 결혼할 예정인데 한석훈이 고아라고 엄마 사귀정이 반대한다. 하는 수 없이 한석훈과 배민희가 둘이서만 결혼식을 추진하면서 그래도 배민희는 엄마 사귀정에게 연락을 한다.

한석훈은 결혼식 직전 한통의 전화를 받는데 어렸을 때 헤어진 아버지란다. 아버지를 찾는 광고를 냈던 것이다. 한석훈은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라 반가운 마음에 결혼식장을 뛰쳐나가는데 마침 딸의 결혼식에 와 보려던 사귀정의 차에 치이고 만다.

한석훈과 강필두의 첫 만남. ⓒMBC

교통사고로 다친 한석훈은 병원으로 실려 가고, 사귀정은 달아나고, 배민희는 한석훈의 아버지를 대신 만났지만 한석훈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한석훈은 외과의사인데 오른손을 다쳐서 더 이상 수술을 하기도 어렵고,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도 잃고 만다. 거기다가 처방을 잘못해서 담당했던 환자가 죽는다. 한석훈은 기억에도 없지만 자신의 잘못이라니까 그 환자 가족에게 보상을 해주고 병원을 나와서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금정도(안내상 분)의 집에서 살게 된다. 그 집에는 금정도의 셋째 딸 금설화(류효영 분)가 있었다.

윤재림(차광수)은 PJ그룹 회장인데 PJ그룹에는 방송국도 있다. 윤재림의 큰아들 윤지상(이선호 분)은 어린 시절 화재로 죽음 위기에 처했을 때 계모 모난설(지수원 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는데 현재는 PJ그룹 본부장이다. 배민희와 금설화는 PJ그룹 방송국에서 일을 한다.

윤지상이 금설화를 좋아했으나 모난설은 금설화가 예전에 버린 친딸이라는 것을 알고는 윤지상과 결혼을 못하게 한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챈 배민희가 이를 빌미로 윤지상과 결혼을 한다. 그동안 속앓이만 하던 금설화가 이제는 마음 놓고 한석훈과 사귀게 된다. 한석훈은 윤재림의 어머니 은갑자(서우림 분)의 목숨을 구해 준 것을 계기로 PJ의료재단 일을 하게 된다.

한석훈의 간기증을 못 마땅해 하는 김추자. ⓒMBC

한석훈은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자들을 진료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강필두(최재호 분)가 한석훈에게 진료를 받게 된다. 한석훈은 강필두에게 간암 같다며 가족들에게 알리라고 했으나 “신우에게 몹쓸 짓을 한 아버지인데 가족은 무슨 가족…….” 강필두는 진통제나 좀 달라고 한다.

한석훈은 여러 방면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었는데 한석훈이 받은 사진은 그가 무료급식소에서 진료했던 바로 그 강필두였다.

아버지! 아들아! 강필두와 한석훈의 극적인 부자상봉이 이루어졌다. 한석훈은 아버지 강필두를 자신이 살고 있는 금정도의 집으로 데려왔다. 금정도의 아내 김추자(오영실 분)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군데도 닮은 구석이 없다며 친자 확인을 해 보라고 한다.

강필두와 한석훈은 친자 확인을 하는데 DNA검사에서 99.9%가 일치했다. 그 후 강필두는 간의 상태가 손쓸 수 없을 만큼 나빠져서 간성혼수에 빠지면서 입원을 하게 된다.

한석훈은 강필두가 간이식을 해야 되므로 자신이 하겠다고 한다. 금정도와 김추자가 강필두의 병문안을 왔다가 한석훈이 간이식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금설화도 한석훈에게 간이식 적합검사가 힘들지 않았느냐며 걱정한다.

“아픈 사람도 있는데 검사가 뭐가 힘들어. 이식 해드릴 수 있게 잘 맞기나 했으면 좋겠다.”

한석훈의 간기증에 놀랐다는 금설화. ⓒMBC

금설화는 사실 한석훈이 간이식을 한다고 해서 놀랐다고 한다.

“나 아니면 누가 아버지를 살리겠어? 너도 마찬가지야,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절대 망설이지 않아, 너는 내 인생의 1순위니까.”

아버지 강필두가 간이 나빠서 아들 한석훈이 자신의 간을 떼어내서 아버지에게 이식해 주겠다고 했는데 연인인 금설화는 물론이고 금설화의 어머니 김추자까지 못 마땅해 했던 것이다.

장기이식이란 “사람의 내장, 그 밖에 손실되거나 정지된 기능회복을 위하여 이식이 필요한 조직으로써 「고형장기 7종(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소장, 췌도)과 조직 2종(골수, 안구)」” 등이 해당된다.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공여자는 뇌사자, 사후,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의 경우가 있는데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간과 신장 그리고 장애인에 해당은 안 되는 조혈모세포 등이 있다.

장기기증자는 장기이식자와 항원이 맞아야 된다. 이식항원이란 장기를 이식한 후에 나타나는 거부반응의 원인을 말하는데 이식자와 기증자의 항원이 일치해야 거부반응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기기증은 부모자식 형제자매 등이 기증하고 있는데 간의 경우 대부분은 자식들이 기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필두 아버지에게 아들 한석훈이 자신의 간을 이식하겠다는데 금설화나 김추자가 왜 못 마땅해 하는 것일까. 직접적으로 반대는 못 하지만 그 수술이 위험하니까 한석훈의 간을 떼어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필자의 우려는 혹시라도 시청자들이 그 장면을 보면서 간기증을 위험하다고 생각할지는 않을까해서이다.

필자의 바람이라면 금설화나 김추자가 “그래도 부모자식이니 니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야 되지 않겠나. 니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장하다 한석훈”하고 격려하고 칭찬을 해야지 오히려 못 마땅해 하다니…….

장기기증과 장기이식. ⓒ장기이식관리센터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매월 장애인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아직까지 간장애인은 한 번도 인터뷰를 못 했다. 그동안 간장애인을 몇 사람 만나기는 했지만 간장애인은 대부분이 인생의 중도에서 만나는 장애라 아직까지는 자신을 들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통계청 e-나라지표에 의하면 2015년 12월 현재 등록된 장애인은 2,490,406명인데 간장애인은 10,324명이다. 간장애는 Child-Pugh 평가에 의해 1급, 2급, 3급 그리고 간을 이식한 5급이 있다.

전체 간장애인 10,324명 중에서 1~3급은 1,465명이고 5급은 8,859명이다. 부산의 경우에도 전체 간장애인은 602명인데 이 중에서 5급은 490명이다. 이를 볼 때 1~3급에서 생명이 위태해지면 결국은 간이식을 한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전체 통계는 안 내보았지만 5급의 경우 남자는 6,313명이고 여자는 2,546명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 같다.

등록간장애인 e-나라지표에서 발췌. ⓒ이복남

간은 프로메테우스의 간처럼 재생은 되지만 그 대신 병이 들면 회복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간장애인은 처음에는 3급을 받았다가 2급이 되고 1급이 되면 하는 수 없이 간이식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이 아들이나 친척에게서 간을 기증 받는다. 간혹 조직이 맞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간은 일부만 절제하는데 간은 다시 자라므로 간기능은 1~2주 중에 정상화 되고 3개월 정도 지나면 80~100% 정도까지 회복된다고 한다.

그러나 ‘황금 주머니’에서 한석훈은 아버지 강필두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석훈은 강필두의 친 아들이 아니므로 항원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친자 확인에서 99.9%가 일치 한다는 것은 배민희의 농간이었다.

그렇지만 MBC 드라마 ‘황금 주머니’가 시청자들에게 간이식에 관해서 알리는 계기는 된 것 같아 반갑고 고맙다. 설사 부모자식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여 새로운 생명을 준다는 것은 정말 아름답고 멋진 일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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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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