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구름을 걷어내니 바다는 제 색깔을 찾아간다. 오키나와는 류큐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어서 사방을 둘러봐도 바다이고 너른 바다에 작은 섬이 듬성듬성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따듯한 기온에 맑은 햇살과 파란 바다는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 좋다. 햇빛의 질감에서 나비의 날개 짓에서 달콤한 고립을 자처하게 한다.

류구성 나비원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나비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나비는 손에도 머리에도 옷에도 날아와 앉아 사람과 곤충의 경계가 사라진 무릉도원 같다.

따듯한 나비원엔 색색의 꽃들이 지천이고 유난히 붉은 색을 좋아하는 나비는 꽃을 따라 붉은 색 을 따라 날아다닌다. 관계자는 오키나와 환경 자체가 깨끗해서 나비원 운영이 가능하다고 자랑이 늘어지고 나비원의 온도와 밖의 기온도 별반 차이가 없다.

수백 마리의 나비가 춤추듯 날아다니고 붉은 꽃을 들거나 붉은색 모자를 쓰면 나비가 내려앉는다. 그 광경이 영화 같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영화에서 나비를 따라 가다보면 이상의 세계로 안내하거나 고향에 닿는다. 나비가 된 소녀처럼 류구성 나비원은 꿈의 세계로 안내한다.

지구는 참 대단하다.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 지나면 정 반대의 기온과 풍경이 펼쳐지고 수많은 동식물을 살리고도 번식하게 하니 신비하기만 하다. 반면에 인간의 기술도 놀랍다. 먼 거리를 단숨에 날아 추운 곳에서 따듯한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니 비행기를 탈 때마다 놀랍다.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 지인 중 한분이 따듯한 나라로 이민을 갔다. 일 년 쯤 지나서 잘 지내고 있다는 편지와 그곳에 찍은 사진 몇 장을 함께 보내왔다.

사진 속 사람들은 작렬하는 태양 아래 야자수 나무가 평화롭게 흩날리고 수영복을 입은 남녀가 썬베드에 앉아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진 속 풍경은 충격 이었다. 그때만 해도 넉넉하지 않는 사람들은 겨울이면 난방 걱정을 해야 할 때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겐 시련의 계절이었다. 지금도 에너지 빈곤층이 겨울이면 난방 걱정으로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노숙인들은 추위를 피해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 겨울을 보내고 봄에 상경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한다. 장애인도 겨울은 시련의 계절이다. 신체적 손상은 차가운 기온에 움직임이 더욱 힘겹다. 그렇다보니 열대지방에서 추위 걱정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나비는 어느새 여행객 몸 곳곳에 앉아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외부 온도와 내부 온도가 별반 차이가 없으니 나비도 겨울잠 없이 마음껏 번식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나비원의 시설도 자랑거리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관광약자가 접근하기도 참 좋은 곳이어서 여행 중 행운을 만난 것 같아 기분 좋다.

나비원 바로 위는 슈퍼마켓 겸 식당이다. 특별한 것 없는 건물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펼쳐지지만 나에겐 놀랄만한 특별한 여행지 이었다.

장애인주차장은 기본이고 1층 슈퍼마켓에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움직이기에 아무런 불편 없다. 식당이 있는 2층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민생고를 해결하는데 편리했다.

2층으로 올라가 맛있는 점심으로 일본 가정식 백반을 먹었다. 쟁반에 밥과 국, 몇 가지 반찬에 삶은 돼지고기 요리가 작은 버너에서 따듯하게 데어진다. 도시락 같은 식사는 양이 너무 작고 먹기도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하지만 먹다보면 절대 모자라지 않은 양이다. 한국의 음식은 넉넉하게 담아 서로 나눠 먹지만 일본은 1인분의 양이 각자 앞에 놓인다. 위생적이기는 하지만 나눠 먹는 것에 익숙한 나에겐 왠지 정이 없는 것 같았다.

더운 곳이지만 식당마다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선택할 수 있게 테이블에 세팅돼 있다. 손님 취향에 맞게 꼼꼼하게 배려하는 식당의 보편적인 문화다. 물 뿐만 아니라 소금과 간장, 고춧가루, 등 기본양념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줄맞춰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그런데 식당 안에 모두가 사용 할 수 있는 가족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 안엔 안전손잡이가 설치돼 있고 휠체어 동선이 충분하게 확보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오키나와엔 테이블 열 개정도의 작은 식당도 경사로가 설치되 있는가 하면 다목적 화장실도 까지 갖춰져 있어 화장실에 대한 압박이 느슨해 져 맛있는 음식을 마음 것 즐길 수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화장실이 가장 문제일 때가 많다. 먹는 것은 한 두끼 참을 수 있어도, 용변을 참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욕구인 용변을 마음껏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존중의 기본이다. 오키나와 여행에서 인간의 존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http://knat.15440835.com/),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류구성 나비원 꽃. ⓒ전윤선

붉은 색을 좋아하는 나비. ⓒ전윤선

오키나와 붉은 무궁화.ⓒ전윤선

맛있는 점심. ⓒ전윤선

맛있는 오키나와 여행. ⓒ전윤선

오키나와 우동.ⓒ전윤선

다목적 화장실. ⓒ전윤선

*이 글은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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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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