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얼마 전 한 지인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인즉 ‘언제나 봄날’이라는 드라마에서 치매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치기 한다는 것이었다.

주면식과 강덕상. ⓒMBC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치매 역시 치매에 걸리고 싶어서 걸렸겠는가. 살다보니 우연히 찾아 온 질병일 뿐이다.

치매(癡呆)는 말은 라틴어 dementia에서 유래된 말로서 ‘정신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누구나 노인이 되면 겪게 되는 망령 또는 노망이라고 했으나 현대에 와서는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니라 일종의 증후군으로 본다는 것이다.

치매의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치매, 루이체치매, 전측두엽퇴행, 파킨슨병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은 장애인등록이 되지 않지만 혈관성치매나 파킨슨병 등은 의사의 진단에 의해 뇌병변장애로 장애인등록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억을 잊어버리는 증상으로 디지털치매라는 용어도 있다. 스마트폰에 너무 치중하면 뇌세포가 줄어들어 치매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치매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중앙치매센터에서 집계 한 2017년 현재의 치매환자수는 724,857명이라고 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5년이면 치매인구 100만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한다.

치매 환자 현황. ⓒ중앙치매센터

MBC 아침드라마 ‘언제나 봄날’에서 강덕상의 치매는 아마도 알츠하이머병 같지만 어떤 치매인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아무튼 ‘언제나 봄날’은 50여 년 전 동네 산부인과에서 불이 났고 주태평(김성겸 분)이 아이를 구해 나오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와 강덕상(이정길 분)의 아이가 바뀌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태평은 사람만 좋은 호걸이라 있는 돈 없는 돈 남 다 퍼주고 사기도 당하는 등 지지리 궁상으로 살았다. 반면 강덕상은 곰탕집을 하면서 고생하였으나 사업에 성공하여 KR그룹 회장이 된다.

주태평의 아들 주면식(선우재덕 분)은 평생을 아버지 뒤치다꺼리 하느라 고생하면서 박종심(최수린 분)과 결혼하여 큰아들 주인태(한재석 분)와 딸 쌍둥이 주세은(김소혜 분)과 주인정(강별 분)을 낳았다. 딸들이 어릴 때 아버지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쌍둥이를 시골 외삼촌에게 보내야 될 형편인데 언니 주세은은 주면식의 동생 주문식(김형종 분)에게로 달아나 그의 양딸이 되고 주인정은 혼자 시골에서 자라 군인이 된다. 나중에는 주인태와 주인정도 KR그룹에 입사한다.

강한길(최상훈 분)은 이미선(장희수 분)과 결혼하여 아들 강윤호(권현상 분)와 딸 강유리(김지향 분)를 두었는데 강윤호와 강유리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KR그룹에 입사한다.

주세은과 주인정. ⓒMBC

그런데 주태평이 간이 안 좋아져서 간이식을 해야 되는데 주태평의 아들 주면식을 비롯하여 식구들 모두가 간이식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주면식이 주태평의 친아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아이가 바뀐 것을 알게 되고 결국에는 강덕상의 아들 강한길이 주태평에게 간이식을 하였으나 주문식의 양딸 주세은이 주태평을 아무도 몰래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바람에 주태평은 죽고 만다. 주태평이 죽자 강덕상은 주면식에게 집을 하나 사 주고 그동안 살던 주태평의 집에서 나오게 한다.

그리고 강덕상은 친아들을 찾고자 양쪽 손자들에게 후계자 수업을 시키면서 유언장을 다시 쓴다. 그러나 강한길은 강덕상의 유언장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다 부리고 이에 편승한 주세은은 강덕상이 치매인 것을 알고는 치매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치기 한다.

치매약이 바뀐 것을 확인하는 주인정. ⓒMBC

치매는 치료가 안 된다. 뇌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매관련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완치는 안 되지만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고 한다.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치매 약이다. 치매 약은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을 억제 시켜 치매 속도를 늦추는 것인데 복용을 중단하면 진행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주세은은 강덕상의 치매 약을 바꿔치기 하고, 강한길은 치매진단서를 발급받아 임시주총을 무산시킨다. 그리고 주세은은 할아버지 강덕상을 거짓말로 꼬여내어 음식점으로 데리고 가서는 혼자 두고 나오면서 할아버지가 혼자 왔다고 말하라고 음식점 직원을 매수한다.

그 후 강덕상이 마트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동영상을 판사에게 보여주고 금치산자 판정을 받게 한다. 사실 강덕상은 치매 초기였기에 가끔씩 깜빡깜빡하기는 해도 기억을 송두리째 잃지는 않았으나 강한길의 치매 진단서에는 치매 중기라고 되어 있었다.

필자는 어느 지인으로부터 치매 약을 바꿔치기 했다는 말을 듣고 ‘언제나 봄날’을 살펴보기 시작했더니……. 주세은이 강덕상을 금치산자로 만들려고 치매 약을 바꿔치기 하고. 강한길은 지금까지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강덕상을 치매 환자로 몰아, 금치산자로 만들 계획에 아내와 딸 등 가족들과 자축 파티를 열기도 했다.

금치산자라? 법이 바뀌어서 금치산자라는 말이 사라진 줄로 알고 있는데 ‘언제나 봄날’에서는 여전히 금치산자가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민법을 다시 찾아보았다.

민법. ⓒ법제처

‘민법’[시행 2016.12.20.]

‘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 ①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

②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

[전문개정 2011.3.7.]

제10조(피성년후견인의 행위와 취소) ①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가정법원은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③ 가정법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제2항의 범위를 변경할 수 있다.

④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다. [전문개정 2011.3.7.]’

‘민법’에서 찾아보니 민법 제9조 등에서 금치산자는 피성년후견인 등으로 2011년 3월 7일 전문이 개정되어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혹시나 해서 ‘언제나 봄날’ 시청자 게시판을 찾아보았더니 금치산자라는 용어가 변경되었음을 시청자 [li****]님도 알려주고 있었다.

제한능력자에 대한 내용이 변경되었음.

-변경전 : 미성년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변경후 :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피특정후견인.

시청자 게시판에서 피성년후견인. ⓒMBC

강한길은 아버지 강덕상을 금치산자로 몰기 위해 주세은이 준비한 CCTV영상을 법원에 제출하고 그 영상 속에는 강덕상 같은 남자가 편의점 직원을 해코지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판사를 비롯하여 강한길 등은 강덕상을 치매 환자라고 몰아붙인다. 강덕상은 “아무리 내가 정신이 없어도 남을 해코지 할리는 없다”며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나 강한길은 자신이 강덕상의 성년후견인이라는 것을 내세워 주면식 가족들을 사는 집에서 내쫓는다, 그리고 강덕상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폭력배들을 동원하여 주면식의 접견을 막는다. 그래서 주면식은 병실 밖에서 큰소리로 아버지 강덕상을 부르기도 한다.

주인정은 치매에 좋다는 호두 등의 견과류를 마련하는 등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덕상의 치매가 점점 심해진다는 것에 의심을 품고 그가 먹는 약이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러면서 주세은이 치매 약을 비슷하게 생긴 종합비타민으로 바꿔놓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치매진단서도 초기를 중기로 바꾼 허위진단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강윤호와 함께 CCTV영상을 정밀 분석하여 강덕상을 가짜로 내세웠다는 것도 밝혀낸다.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면서 울부짖는 강덕상. ⓒMBC

주면식 가족들은 다시 예전에 살던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고 강덕상도 이제 그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앞으로 KR그룹의 후계자는 누가 될 것이며, 착하고 성실한 주면식은 아버지 강덕상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가 남았다.

다만 원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찾아 온 치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치매 약을 바꿔치기 하는 주세은 같은 손녀가 현실에서는 제발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가 아니라 피성년후견인 그리고 피한정후견인 등으로 용어가 변경 개정되었다는 것을 알고 보다 적확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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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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