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침드라마 ‘아임쏘리 강남구’는 지난해 12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아임 쏘리 강남구’는 기획의도에서 新 가족 열전으로 ‘가족을 진정으로 엮어주는 것은 피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대한 존경과 환희’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임 쏘리 강남구’에는 다양한 가족형태가 나오는데 그 중 한 가족 중에 지적장애인이 등장한다.

우연히 만난 강남구와 정모아. ⓒSBS

이 드라마에서 정모아(김민서 분)와 박도훈(이인 분)은 보육원에서 만나 결혼한 부부다. 정모아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동생 정모혁(함형기 분)과 같이 고모 정숙자(이응경 분)에게 보내졌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한 고모는 정모아와 동생을 보육원으로 보낸다. 그 후 정모아는 남편과 아들, 동생과 함께 다시 고모집으로 들어온다. 고모집에는 고모의 남편과 딸 그리고 시어머니와 시동생이 함께 살고 있는데 시동생 공천수(조연우 분)는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팀 공무원이다.

강남구(박선호 분)는 어머니 김수복(황미선 분)과 누나 강남희(허영란 분)와 같이 카센터를 운영한다. 강남구의 누나 강남희가 지적장애 3급으로 강남구는 누나를 끔찍이 여긴다. 어떤 남자가 누나 강남희에게 접근하고 강남희도 남자에게 반해서 졸랑졸랑 따라갔다가 성폭행을 당하려던 찰나 강남구가 달려들어 이를 막아내기도 했다.

티모그룹 회장 신태학(현석 분)과 그의 아내 홍명숙(차화연 분)은 어릴 때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아들이 보육원에서 만나 부부가 된 정모아의 남편 박도훈이다. 그래서 정모아와 박도훈 그리고 아들은 티모그룹 회장댁에서 함께 살게 되지만 시어머니 홍명숙은 정모아가 맘에 들지 않아 이혼시킬 궁리만 한다.

그 티모그룹 회장댁에서 일하는 가정부(구혜령 분)가 바쁠 때면 친구를 부르는데 그 친구가 카센터를 운영하는 강남구의 엄마 김수복이다. 엄마 친구 가정부는 엄마 뿐 아니라 강남희와 강남구도 좋아하므로 가끔 가정부는 시장 갔다 오는 길에 카센터에 들리기도 한다.

카센터의 강남희는 자신을 지적장애 3급이라고 하지만 지적장애인카페도 운영하고 사자성어 한자도 알고 돈도 셀 줄 아는 등 아주 똑똑하다.

지적장애 3급이면 “지능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이다. 그 중 말도 잘하고, 인터넷도 잘 하고 일상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때로는 암기력이나 창의성이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돌발 상황 등에는 대처를강남 잘 못하기도 한다.

강남희를 윽박지르는 홍명숙. ⓒSBS

어느 날 카센터에 엄마 친구 가정부가 시장을 갔다 오는 길에 들렀다. 엄마와 오빠는 없었고 강남희만 있었는데 가정부가 짐이 많아서 강남희가 들어 주겠다며 짐을 들고 같이 간다. 가정부가 집 앞에서 강남희에게 “혼자 집에 갈 수 있겠지?”하고 묻자 “염려 마세요. 혼자 잘 갈 수 있어요.” 강남희는 씩씩하게 대답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마침 집으로 돌아오던 홍명숙의 차가 빵빵하고 클랙슨(Klaxon)을 울렸고 강남희는 클랙슨 소리에 놀라 집으로 가는 길을 잃고 다시 회장댁으로 들어갔다. 홍명숙은 갤러리를 운영하는데 비자금이 들통 날 판이라 누군가와 전화를 하면서 정치자금 주가 조작 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강남희를 발견하고는 전화를 다 들었다며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낸다.

홍명숙이 강남희에게 큰소리로 윽박지르자 강남희는 더욱 놀라서 말문이 막혀 울먹이기만 한다. 강남희의 엄마가 와서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하니까 홍명숙은 “바보라서 말도 안통하고, 잠깐 외국으로 나가 있으세요. 비용은 내가 댈테니” 라고 한다.

바보의 말을 누가 믿겠느냐며 대드는 강남구. ⓒSBS

그 때 강남구가 나타나서 “정치자금이나 주가 조작에 대해서 당신 말처럼 바보의 말을 누가 믿겠느냐”며 큰소리로 대들며 강남희를 데려온다.

아무튼 갑작스런 클랙슨 소리에 놀라 집으로 가는 길을 잃고 마는 강남희, 그리고 홍명숙의 윽박지르는 고함소리에 정신을 못 차리는 강남희의 모습은 지적장애 3급을 그런대로 잘 나타낸 것 같다. 그리고 허영란도 강남희의 역할을 제법 잘 하는 것 같다.

현재(2015년도) 전국의 지적장애인은 189,752명인데 1,2,3급의 지적장애인은 등급에 따라서 그 양상이 다양하다. 특히 지적장애 3급이면 약간의 공감능력과 지적 능력이 떨어질 뿐 비장애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면 경계심 없이 자신의 정보를 주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사기나 성폭행 등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하는데 사회복지 공무원까지 합세를 하다니……. 공천수나 강남희가 나중에는 설사 연인사이로 발전한다하더라도 현실에서는 결말이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 정정당당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 말이다.

천 원짜리가 섞인 줄 모르고 돈을 세어보는 강남희. ⓒSBS

어느 날 강남희가 일하는 카센터에 공천수가 차수리를 하러 왔는데 차를 고치고는 수리비 10만원이 없다며 외상으로 차를 끌고 간다. 며칠 후 공천수는 시동이 안 걸린다며 다시 찾아 왔다. 강남희가 공천수의 차가 고장 났다고 말하자 강남구는 그럴 리 없다며 배터리를 보라고 한다. 과연 배터리가 수명이 다되었던 것이다. 배터리를 갈자 차는 다시 잘 나갔다.

강남희는 공천수에게 차수리 외상값 10만원하고 배터리 비용은 7만원인데 만원은 깎아 주겠다며 16만 원만 달라고 한다. 공천수가 차수리비와 배터리 비용을 강남희에게 건네는데 강남희가 세어보는 지폐 16장 속에는 천 원짜리 몇 장이 섞여 있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강남희는 지적장애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천수는 박보검이라는 이름으로 가입을 했다. 강남희는 신입회원 박보검에게 몇 가지 퀴즈문제를 냈다.

“지적장애인판단은 어떻게 하죠?”

공천수는 답변을 못해 사회복지책을 찾아보는데…….

“설마 인터넷 찾아보는 것은 아니죠?”

공천수는 책을 찾아보고는 병원에서 지적장애판단 진단서를 받으면 된다고 한다.

“딩동댕!”

강남희의 다음 문제는 지적장애인번호였다.

“35****”

“아니죠?”

“실은 잃어버렸어요.”

“괜찮아요. 저도 잃어버렸어요. 다음은 군고구마 통이 얼마인지 아세요?“

공천수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알아 오라고 했다.

장애인판정은 의사의 진단서, 진료기록지, 검사결과지 등을 읍,면,동에 제출하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서류심사로 장애 유무를 판정하여 읍,면,동으로 통보한다. 그런데 사회복지팀 공무원이 장애진단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물론 사회복지팀에는 장애인 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아동 미혼모 등 여러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나이 40의 공무원이라면 그동안 여러 분야를 섭렵했을 텐데 장애인을 이렇게 모르다니……. 필자가 어떤 사람과 얘기를 하다 보니 “신입인 모양이지”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군고구마 통이 100만원이라고 말하는 공천수. ⓒSBS

강남희의 두 번째 문제는 “지적장애인등록 번호가 몇 번인가”였다. 장애인복지카드에 등록번호 같은 것은 없다. 도대체 강남희는 무엇을 물었던 것일까.

강남희의 세 번째 질문은 “군고구마 통이 얼마인가?”였다. 카센터 점포 주인이 점포를 비우라고 하여 강남희는 보탬이 되고자 군고구마 장사를 해서 돈을 벌려던 중이었다. 공천수가 답을 못하자 강남희는 알아오라고 했다.

공천수에게서 답이 없자 강남희는 군고무마 통 값을 알아보려고 고물상을 찾았다. “아저씨 이 통 얼마예요?” “아, 그거 100만원입니다.” 군고구마 통 값은 15만원이었으나 강남희에게 100만원이라고 말 한 사람은 군고구마 통 값을 알아보려고 고물상에 들렀던 공천수였다.

‘아임쏘리 강남구’는 120회 예정인데 이제 30여회를 방송했으니 아직도 멀었다. 그래서 공천수와 강남희의 관계도 이렇게 옥신각신 하면서 앞으로 이어질 것 같다. 이미 친부모를 찾은 박도훈은 보육원에서 만난 아내 정모아를 버리고 차영화를 택할 것이다. 그리고 정모아는 강남구와 이어지겠지만.

아무리 우리 사회가 믿을 사람이 없고 폭력과 사기가 난무한다지만 ‘아임쏘리 강남구’에는 박도훈 홍명숙 등 나쁜 사람은 많다. 그럼에도 사회복지공무원까지 장애인에게 사기를 치고 놀리는 일에 가담을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공천수를 비난하는 시청자 게시판. ⓒSBS

시청자게시판에서도 yhj**님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어딘지 믿음이 간다는 점을 악용하는 건가 봐요. 저러니 진짜 정직한 공무원들까지도 싸잡아서 욕을 먹는 거죠. 미꾸라지 한마리가 물을 흐리게 한다죠, 아마?”

wjd**님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장애인을 이용하거나 속이고, 구박하고, 무시하고, 괴롭히고, 부려먹고, 잡아가고, 외면하는데, ~ 이렇게 돈 가지고 속이는 게 참 나쁘고 못돼 먹은 짓”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천원과 만원을 구분 못한다고 섞어서 주다니 정말 치사하다고 했다.

사실 ‘아임쏘리 강남구’는 아침 드라마라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시청하기는 어렵다. 필자도 강남희와 공천수의 행동들이 잘 이해가 안 되어서 여기저기 문의를 해 보았지만 장애인 관계자들은 아침에는 출근하느라고 아침 드라마는 못 본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관계자 A씨에게 강남희와 공천수에 관한 얘기를 했더니. 지적장애인 중에서 사자성어도 잘 알고 한자급수시험을 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숫자에는 약하다고 했다. 그래도 강남희처럼 돈을 셀 줄 아는 사람이 천원과 만원을 구분할 줄 모른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공천수의 행동은 자기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공천수는 마흔의 노총각이자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그럼에도 지적장애인 강남희를 놀리고 사기를 치다니……. 이래가지고서야 우리 사회가 지적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에 무엇이 도움이 될까, 그리고 공천수 같은 공무원을 보면서 사람들은 공무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작가는 이들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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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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