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는 월화드라마로 ‘낭만닥터 김사부’를 방영하고 있다. 내용은 신의 손이라는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와 젊은 의사 강동주(유연석 분)와 윤서정(서현진 분) 등과 정선 돌담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권위와 돈에 굴하지 않고 최고의 의사가 되고자 하는 써전(surgeon 외과의)들의 메디컬 드라마다.

아내와 딸에게 TTM을 설명하는 윤서정. ⓒSBS

분초를 다투는 숨 막히는 응급실에 버스 정류장에서 쓰러진 한 남자가 실려 온다. 남자는 심정지로 실려 왔는데 남자가 자발 순환으로 회복될 확률이 희박하자 윤서정은 남자의 회복을 돕기 위해 TTM(목표 체온 유지 치료)을 제안한다.

남자의 아내와 딸이 왔는데 윤서정은 그들에게 TTM 즉 저체온 유지치료에 대해서 설명한다. 문제는 치료비였다. 재료비만 160만 원 정도인데 비급여였던 것이다.

“저희가 사실은 영세민이라……. 보호1종이거든요.” 아내는 영세민이라 돈이 없다고 했다.

“해 주세요.” 딸은 윤서정에게 TTM을 해달라고 했다. “엄마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어떻게 해 볼게요.”

TTM, 즉 저체온치료란 ‘심장기능이 일시 정지된 환자의 체온을 인위적으로 내려 신진대사 및 산소 소비량을 감소시킴으로써 뇌세포 파괴를 막는 치료법으로 신진대사가 느려지면 인체의 조직 반응도 그만큼 늦춰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얼마 전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저체온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인위적인 동면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내용이지만 이미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효과가 검증된 방식이라고 한다.

답답해진 윤서정을 원무과장을 찾아가서 TTM를 하겠다고 한다. “안 됩니다.” 원무과장은 100% 비급여이므로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윤서정은 “이런 중요한 치료가 왜 비급여냐. 무슨 미용 치료도 아닌데”라며 대든다. 원무과장은 “윗분들이 하시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압니까”라고 대꾸한다.

원무과장과 윤서정. ⓒSBS

윤서정은 “100에 하나 0.1프로의 확률이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화를 낸다. 원무과장은 “깨어날 희망이 희박한 분한테 그러다가 못 깨어날 경우 가족들이 짊어질 경제적 고통은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윤서정은 “의사는 환자를 고치고, 사회는 저 윗분들이 고치는 것”이라며 그 남자에게 TTM치료를 감행한다.

그 후 돌담병원에 그 남자의 아들이 나타난다. 비용이 발생하는 저체온치료는 윤서정이 했음에도 남자의 아들은 강동주(유연석 분)의 멱살을 잡고 돈벌이를 위해서냐며 소란을 피운다.

이에 대해 시청자 joo***님은 의사에게 ‘사기꾼이라느니 돈만 밝힌다느니 하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 환자들이 의사들을 어려워하고 우러러보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사가 동네북처럼 화풀이 대상이 되는 모습은 현직 의사로서 보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남자의 아내는 “너거 아버지가 평생을 벌어서 너희들(아들딸)을 키웠는데 아버지에게 그것도 못 해주냐”며 아들을 힐책한다.

여기까지가 ‘낭만닥터 김사부’에 나온 내용이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비급여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요하다는 ‘저체온치료’가 왜 비급여인지 필자는 잘 모른다. 그러나 시청자 게시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자에게 가장 필요할 수 있는 치료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비급여’ 항목으로 소외되고 있는 ‘저체온치료’의 현실에 일침을 가한 윤서정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긴급복지 의료지원. ⓒ보건복지부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의료비는 보건복지부에서 ‘긴급복지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중대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비를 감당하기 곤란한 자’에게 본인부담금 및 일부 비급여 항목을 3백만 원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 그리고 공동모금회에서도 70% 정도를 지급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병원에는 의료사회사업가가 있어서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상담을 통해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모색해 주는데 왜 ‘긴급복지 의료지원’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남자의 아내가 영세민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영세민(零細民)이라는 말 대신 기초생활수급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기초생활수급자의 기준에는 소득이나 재산 외에 부양의무자도 있다.

최근에는 맞춤형복지라고 해서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근로능력 없음’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가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의 성인이 되면 부양의무가 있으므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강동주에게 대드는 환자의 아들. ⓒSBS

필자가 드라마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을 아는 몇몇 장애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자가 평생을 벌었다면서 왜 아직도 수급자인가”

“다 큰 아들과 딸이 있는데 어떻게 수급자인가.”

물론 필자도 같은 생각이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돌담병원은 카지노가 있는 정선인데 어느 날 노숙자 같은 한 여자가 의식을 잃고 실려 왔다. 강동주가 여자를 살펴보고 처방을 하는데 간호부장은 약이 아니라 밥을 주라고 한다. 가끔 카지노에서 며칠씩 굶다가 실려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밥을 먹고 의식을 차린 그 여자는 돈이 없다며 의료비만큼 병원에서 허드렛일을 하겠다고 했다.

필자가 드라마에 대해서 글을 쓸 때에는 시청자게시판을 훑어본다. 그런데 ‘긴급복지 의료지원’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지만 ‘응급 의료비 대불제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글이 있었다.

가족이나 친지 중에 응급상황이 발생 할 경우 지갑을 챙길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마침 수중에 가진 돈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불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응급환자의 응급의료비를 응급의료기금에서 대납하는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응급 의료비 대불제도. ⓒSBS 시청자게시판

당장 돈이 없어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 국가가 응급 의료비를 대신 내주고 나중에 국가에 상환하는 제도이다. ‘응급 의료비 대불제도’는 1995년부터 시행되었는데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돈이 없는 응급환자가 있었음에도 이 제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 여자 환자는 돌담병원에서 허드렛일을 함으로써 나중에 또 다른 쓰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병원에서 의료비 대불제도를 설명해 주었으나 여자가 거절하고 허드렛일을 하겠다고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응급실에서 당장 돈이 없을 경우 원무과에 ‘응급 의료비 대불제도’를 이용하겠다고 하고 병원에 준비된 응급진료비 미납 확인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20부작인데 지난 29일 8회를 방영 했다. 벌써 20%의 시청률을 넘나들고 있으니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이런 드라마에서 ‘저체온치료’가 비급여라는 것을 알려 준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인 것 같다.

그러나 ‘긴급복지 의료지원’이나 ‘응급의료비 대불제도’에 대해서도 좀 알려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남은 회차에서라도 한번 쯤 언급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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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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