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침드라마 ‘사랑이 오네요’는 파파그룹 부회장 나선영(이민영 분)의 남편 김상호(이훈 분)가 20여 년 전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이은희(김지영 분)를 버렸는데 그 이은희가 나선영의 동생 나민수(고세원 분)의 연인으로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김상호와 박영식. ⓒSBS

나선영의 아버지인 파파그룹 회장 나대기(박근형 분)는 처음부터 김상호가 성실한 것 같지 않다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나 딸 나선영이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한다.

그런데 이은희의 등장으로 차츰 김상호의 가면이 벗겨질 무렵 파파제과의 신임사장은 박영식이 되고 사위 김상호는 문화원장이 된다. 그러자 김상호는 자신이 사장이 되지 못한 것에 앙심을 품고 나대기 회장을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검찰에 제보한다. 그리고 파파제과에서 심혈을 기울인 신제품 개발내용을 마마스라는 다른 경쟁회사에 넘겨주고, 주가가 폭락하자 그가 조성한 비자금으로 어릴 적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내연녀에게 주식을 사게 한다.

이 일로 파파그룹 나대기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회장에서 물러나게 되고, 파파그룹의 새회장 선출을 앞두고 마마스에서는 파파제과에서 오랫동안 공들여온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에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 두려워진 김상호는 신제품 정보를 마마스에 넘긴 사람으로 박영식 사장을 지목한다. 그야말로 애먼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키높이 구두를 신은 박사장을 조롱하는 김상호. ⓒSBS

박영식 사장은 김상호를 보고 “야 비열한 자식, 당장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김상호 너는 세상을 너무 우습게 알아, 그러다가 큰 코 다진다. 잘못하면 나한테 죽어 쓰레기통에서”

그러자 김상호는 크하하하 너털웃음을 지으며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들어 보이며 “요만한 놈이, 이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를 모르는데……. 키높이 구두를 신은 요만한 놈이…….” 김상호는 다시 한 번 엄지와 검지로 ‘요만한’을 표시한다.

필자가 우연히 그 장면을 보면서 ‘드라마에서도 키 작은 사람을 저렇게 조롱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 뿐이었다. 그러다가 혹시 다른 사람들도 이 장면을 필자 같은 시각으로 보았을까 싶어 시청자게시판을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청자 whg***님은 키 작은 사람을 비하한데 대해서 사과하라고 항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은 whg***님의 의 생각에 공감은 하지만 (이것은 작가나 연출자의 문제가 아니라 김상호 역을 맡은) 이훈의 애드리브 같다며 이훈을 옹호하기도 했다.

키 작은 사람 비하에 대해 사과하라는 시청자게시판. ⓒSBS

‘요만하다’는 ‘상태, 모양, 성질 따위의 정도가 요러하다[네이버 국어사전]’는 뜻의 형용사다. 요러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쓰일 수 있는 표현으로 드라마 ‘사랑이 오네요’에서는 그 기준이 손의 모양으로 표현되었다.

국립국어원의 한국수어사전에 김상호의 손모양을 찾아보니 ‘작다 - 오른 주먹의 1지 끝 마디에 5지를 댄다.’고 되어 있었다. 수어에서 1지는 검지이고, 5지는 엄지다.

아무리 사람의 키가 작다고는 하지만 자신보다 윗사람에 대해 신체를 조롱하며 비아냥거릴 수가 있나. 물론 일상에서는 간혹 사람들이 친한 사이에서 농담으로, 혹은 아주 화가 났을 때 그런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파 드라마에서 키작은 사람들을 ‘요만한’이라고 놀리다니…….

‘사랑이 오네요’에 등장하는 박영식 사장은 키가 작아서 키높이 구두를 신는 모양이다. 실제로 박영식 역의 배우(이름은 모름)의 키가 얼마나 되는 지 필자는 잘 모른다. 그러나 장애등급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김상호와 박영식의 키높이가 비슷한 것 같았으므로.

변형 등의 장애등급기준. ⓒ보건복지부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변형등의 장애등급기준>에서 ‘6급4호 - 성장이 멈춘 만 18세 이상의 남성으로서 신장이 145㎝ 이하인 사람. 6급5호 - 성장이 멈춘 만 16세 이상의 여성으로서 신장이 140㎝ 이하인 사람’이다.

참고로 요즘 징병검사는 체질량지수인 BMI(Body Mass Index)으로 판정하는데 BMI은 몸무게(kg)를 신장(m)을 제곱한 값으로 나누는 것이다. BMI 지수가 17미만, 33이상은 현역병에서 제외되는 4급에 해당한다. 그런데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의하면 키가 140㎝ 미만이면 체중과 관계없이 6급(병역면제)이고, 140㎝ 초과~146㎝ 미만은 5급(군 복무 면제)에 해당되고, 146㎝ 이상~159㎝ 미만은 4급(보충역)이다.

남자들의 키높이 구두는 굽을 5cm정도에다 깔창 2cm를 더해서 6cm~7cm 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여자들의 하이힐은 5cm~20cm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키가 작아서 조금이라도 커 보이려고 하는 반면 너무키가 커서 걱정인 사람들도 있다.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장애등급에서는 아직까지 키가 큰 사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지만 징병검사 신체기준에서는 204cm 이상은 체중에 관계없이 4급(보충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의 기준도 어찌 보면 보통(평균)이나 다수에서 밀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걸리버 여행기’에서 보듯이 아무리 보통인 사람이라도 소인국에 가면 거인이 되고, 거인국에 가면 소인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평균이나 다수가 아니더라도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차별이 아니라 개성이라고 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개념이다.

방송은 공영이나 민영을 떠나 공익이다. 드라마 등장인물 중에서 설사 선악으로 구분은 하더라도 신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소재로 삼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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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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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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