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한없이 이기적이면서도 어느 순간 역설적이게도 이타성과 자비심을 드러낸다. 그것은 너의 아픔을 나도 느낄 수 있다는 공감능력 때문이다.

KBS2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는 타인과의 감정교류를 하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의사 이영오(장혁 분)와 그의 공감능력을 일깨우는 계진성(박소담 분) 교통순경과의 이야기다.

장혁과 박소담. ⓒKBS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란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며, 반복적인 범법행위나 거짓말, 사기성, 공격성, 무책임함을 보이는 인격장애’이다.

그러나 아직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로 분류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의사가 될 수 있는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영오의 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도 의사인데 이영오에게 공감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아들을 보통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얼굴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 가를 배우고 익히게 했다. 즐거울 때는 입 꼬리가 올라가고 화가 날 때는 눈썹을 찡그리는 등등.

이영오가 사람들의 감정변화를 배우고 익혀서 바디시그널을 읽을 줄 아는 유능한 천재의사이다. 그러나 공감장애로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계진성과 공감을 이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뷰티풀 마인드’는 별로 인기가 없다. 그래서 16회로 예정했던 드라마가 다음 주면 14회로 조기종영 된단다.

아무튼, 어느 날 뺑소니 교통사고가 났다.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라 규정한 교통순경 계진성은 환자를 현성병원으로 데려오고 싫다는 이영오에게 수술케 했다. 그러나 환자 강철민은 테이블데스 즉 수술대 위에서 죽고 만다.

강철민에게는 고등학생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아들 강동준(방대한 분)은 청각장애인이다. 동준은 수술실 밖에서 보통의 학생처럼 이어폰을 꽂고 아버지의 수술을 기다리는데 계진성 순경이 다가와서 무슨 음악인지 들어 보려고 동준의 이어폰을 빼서 들어 보는데…….

이어폰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음악 감상이 아니고 멋내기 시위용이구나.”

청각장애인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요즘 젊은이들의 유행처럼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멋내기용이다. ‘뷰티풀 마인드’에서도 그런 부분은 잘 표현한 것 같다.

실제로 청각장애인들은 귀가 잘 들리지 않음에도 멋내기용으로 이어폰을 끼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그가 청각장애인임을 잘 모를 테니까.

이어폰 그리고 울부짖음. ⓒKBS

강동준은 아버지의 죽음에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는데 그의 고함소리는 뭔가 좀 이상하다. 아들이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청각장애인은 자신을 농인(聾人)이라 하고 비장애인을 청인(聽인)이라 하는데 방대한이 청인이라도 그런 울부짖음을 낼 수 있었을까.

‘뷰티풀 마인드’에 나오는 방대한을 보고 언론에서도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는데, 알고 보니 방대한은 실제로 청각장애인이란다.

방대한은 서울삼성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방대한은 배우가 꿈이라고 하는데 ‘뷰티풀 마인드’에서 농인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울부짖는 모습은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런데 ‘뷰티풀 마인드’에서 아버지가 죽고 나서 홀로 남겨진 강동준은 계진성 순경과 인연이 된다. 계진성 순경이 청각장애인 강동준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경찰차로 강동준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데 계진성이 하는 말이 “학비며 급식비며 내 피 같은 세금”이라서 강동준을 악착같이 공부 시킬 거라고 했다.

필자가 우연히 그 장면을 보면서 제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싶었다. 계진성이 자기 월급으로 강동준의 학비며 급식비를 내고 있다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강동준을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계진성. ⓒKBS

필자도 ‘뷰티풀 마인드’를 제대로 보지 않았기에 “학비며 급식비며 내 피 같은 세금”이라는 사실이 아무래도 께름칙해서 겨우 그 회차를 찾아서 다시보기를 해서 몇 번이나 확인을 했다.

계진성 순경은 동료가 운전하는 경찰차에 동준을 태우고 학교 앞에서 내려 주었다.

“학춘기가 무슨 벼슬이야 한번 만 지각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계진성은 동준에게 엄포를 놓았다.

동료는 계진성에게 “왜 이번에는 강력계가 아니라 여성청소년계로 옮기시게?” 라고 빈정거렸다.

그러자 계진성은 “교통사고 유가족 지원 사업 중이예요. 저 피 같은 세금이거든요. 저 자식 학비랑 급식비. 악착같이 보내서 꼭 졸업시킬 거예요. 꼭.”

계진성 순경은 자기 월급으로 강동준의 학비며 급식비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렷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강동준은 청각장애인으로서 특수학교에 다닌다. 대한민국에서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아는 학비를 내지 않는다. 특수교육은 의무교육이자 무상교육이기 때문이다. 3세미만 그리고 17세 이상은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비는 내지 않는 무상교육이다.

특수교육통계. ⓒe-나라지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의무교육 등) 1항을 보면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하여는 ‘교육기본법’ 제8조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 과정의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하고, 제24조에 따른 전공과와 만 3세미만의 장애영아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2항은 만 3세부터 만 17세까지의 특수교육대상자는 1항에 따른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출석일수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진급 또는 졸업을 하지 못하거나, 제19조 제3항에 따라 취학의무를 유예하거나 면제받은 자가 다시 취학할 때의 그 학년이 취학의무를 면제 또는 유예 받지 아니하고 계속 취학하였을 때의 학년과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해당 연수(年數)를 더한 연령까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적시하고 있다.

3항에는 1항에 따른 의무교육 및 무상교육에 드는 비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전국의 특수학교는 170개교가 있으며 학생 수는 87,950명이라고 한다. 특수교육대상자는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15가지 장애유형과는 선정기준이 약간 다르다.

그러나 특수교육법 제15조(특수교육대상자의 선정)에 의하면 1. 시각장애 2. 청각장애 3. 지적장애 4. 지체장애 5. 정서·행동장애 6. 자폐성장애 7. 의사소통장애 8. 학습장애 9. 건강장애 10. 발달지체 11.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 등은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다.

방대한. ⓒ서울삼성학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교육 대상자 중에서 1~10번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를 할 것이고 다만 9번 건강장애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9. 건강장애를 지닌 특수교육대상자. 만성질환으로 인하여 3개월 이상의 장기입원 또는 통원치료 등 계속적인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여 학교생활 및 학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인데 건강장애 특수교육대상자는 방문교사에게 수업을 받기도 한다.

아무튼 대한민국의 특수교육은 의무교육이자 무상교육이라서 학비는 물론이고 급식비도 내지 않는다. 특수학교 뿐 아니라 일반학교에 다녀도 특수교육 대상자는 학비와 급식비 등이 전부 무료다.

혹시나 해서 방대한 학생이 다닌다는 서울삼성학교에 문의를 해 보았다. 지금은 방학 중이기도 하고, ‘뷰티풀 마인드’에 방대한 학생이 나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외에는 잘 모른다고 했다.

아마도 ‘뷰티풀 마인드’의 작가나 연출가가 장애학생이 다니는 특수학교는 알아도 특수학교는 학비나 급식비가 무료라는 것은 잘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특수교육은 의무교육이자 무상교육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