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고 시도하고 즐기자'는 의미의 도시락원정대는 경남, 전북, 충청 지역 문화재의 장애인접근성을 조사하였다. ⓒ그린라이트

기아자동차와 사단법인 그린라이트가 함께하는 초록여행은 매년 전국 대학생으로 여행지 장애인 접근성 조사단, '하모니원정대'를 구성해 점검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총 10팀, 49명의 장애·비장애 대학생들로 구성된 올해 하모니원정대 3기는 지난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문화재를 직접 방문, 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조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9박 10일 동안 어떠한 결실을 맺었는지 함께 공유하기 위해 10팀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여덟번째는 ‘도시락원정대’ 팀의 이진주 학생의 기고다.

발대캠프 레크레이션 시간을 즐기는 도시락원정대 팀원들. ⓒ그린라이트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전라북도로'

처음 합격 통보를 받고나서 여행의 꿈을 안고 다섯 명 중 누구 하나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설렌 여행의 준비를 하고, 전날 밤 떨림을 만끽하며 출발하였다.

첫 집합장소에서부터 여러 일을 겪었지만, 발대캠프에서 시작된 오리엔테이션과 레크레이션만 하더라도 본격 여행을 위한 준비 단계로 여기며 모두 재밌어하였다.

하지만 발대식 이튿날 오전에 들은 삼육대학교 교수님의 강의와 오후에 이어진 전체 실습, 그리고 팀별 실습에서 조금 당황감과 저녁에 당첨된 기부천사 타이틀까지 아마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속에 셋째 날 우리의 도착지인 논산으로 향했다.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동안 장기하 팀을 만나 간단한 게임을 하고, 논산에서 도착한 첫 번째 장소는 강경교회였다. 이곳은 장애인을 위한 요소라곤 주차장뿐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에 위치했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 모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함께이기에 그 어떤 장애물도 거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린라이트

'안녕하세요, 저희는 하모니 원정대라고 합니다.'

여자 둘, 남자 셋. 그것도 휠체어 탄 남자 하나, 그리고 옆에 있는 여자에게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다시 천천히 말하는 여자. 사람들은 처음 우릴 이렇게 보았을 것이다. 그러고는 각각 흩어져서 사진을 찍고 종이 여러 장을 들고 다니다 가방에서 줄자와 각도기를 꺼내어 드러누워 각도를 재고 위에서 볼펜을 굴리는 행위를 본 사람들은 우리를 정상적인 관람객으로 여기던 사람은 없었다.

아니꼽던 시선으로 쳐다보던 사람도 있었고, 우릴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던 사람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우리의 행동을 제지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 때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하모니 원정대라고 합니다. 저희는 장애인들이 문화재 접근 편의성을 조사하려고~ " 라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취지를 설명하고, 우리의 목표를 설명했다.

좋은 일 하신다며 칭찬해주시던 어르신들, 젊은 커플 분들 그리고 더 좋은 정보를 알고 계시다며 적극 나서서 알려주시던 주지스님까지 자칫 보면 이상한 무리 같던 다섯 명이 취지를 듣고 나니 멋있는 다섯 명이 되던 그 때. 그리고 문화재 관계자분들로부터 꼭 장애인분들이 오시면 적극 나서서 도와주시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낼 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쾌감까지 하모니 원정대라는 것이 자랑스럽던 순간이었다.

즐기는 가운데 조사활동도 꼼꼼히 진행한 도시락원정대. ⓒ그린라이트

'너와 나가 아닌 우리'

이번 발대캠프, 해단캠프를 포함 9박 10일간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 각각의 대원이 아닌 하나임을 배워나갔다. 식사를 하러 들린 음식점 앞에서도 장애물은 없는지, 혹은 불편한 것들은 없는지 우선 체크했고 숙소에서도 내 몸을 먼저 침대에 눕기 보다는 나 아닌 다른 대원의 편의를 먼저 신경 쓰는 하나가 되어있었다.

수많은 계단 아래에 위치한 천년 된 은행나무를 보고 싶다는 말에 두 남자가 휠체어를 잡고 두 명의 여자가 뒤를 보조하며 결국 계단을 내려와 은행나무를 보고, 다시 올라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본 휠체어 무게만 해도 25kg에 성인 남성인 오빠의 무게가 합쳐져 그 무게를 들고 많은 계단을 넷이서 내려가고 올라오는 것은 정말 '우리' 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전하고 시도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낸 도시락원정대 박동범, 김중수, 김보훈, 이진주, 최희정 학생. ⓒ그린라이트

'도전하고 시도하며 즐거움을 찾자.'

처음 우리가 결성할 때부터 우리는 남다른 포부와 목표가 있었다. 바로 2016년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동아리를 개설하는 것.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동아리하면 흔하게 봉사활동만을 떠올리지만, 장애인들이 누리고 살 기본권에 대해 되찾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원정대를 다녀와서 많은 것을 익히고 내년엔 도입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우리에겐 학교로 돌아가면 당장 마주하는 것이 각각의 이유로 장애를 입은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 친구들을 대표하여 다녀온 일인 만큼 각각의 문화재를 갈 때마다 곳곳에서 떠오르는 친구도 많았고, 같이 오고 싶은 친구들도 많았고 해단캠프 마지막 날 우린 꼭 동아리 만들고, 제2의 도시락 원정대를 꿈꾸는 친구들의 동반자가 되자 이야길 했었다.

우리에게 여름방학 도중 9박 10일 간의 기억은 소중한 경험이자 추억이 되었으며, 향후 3년간은 가는 곳곳마다 편의시설이 갖춰졌는지가 궁금해지고, 확인해보는 직업병이 생겼지만 전국에 있는 장애인들이 장벽 없이 문화재에 손쉽게 접근하는 그 날까지 도시락 원정대는 오늘도 도전하고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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