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김포시 효원문화센터에서 열린 '2015 하모니원정대 3기' 발대식. ⓒ그린라이트

기아자동차와 사단법인 그린라이트가 함께하는 초록여행은 매년 전국 대학생으로 여행지 장애인 접근성 조사단, '하모니원정대'를 구성해 점검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총 10팀, 49명의 장애·비장애 대학생들로 구성된 올해 하모니원정대 3기는 지난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문화재를 직접 방문, 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조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9박 10일 동안 어떠한 결실을 맺었는지 함께 공유하기 위해 10팀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첫 시작은 ‘세상을 바꾸는 바퀴’라는 의미를 가진 "세바퀴"의 문예린(24) 학생의 기고다.

세상을 바꾸는 바퀴, '세바퀴'는 6박 7일간 경남, 전라 지역의 11개 문화재를 조사했다. ⓒ그린라이트

제가 속한 <세바퀴> 팀은 곽지수(23), 김승만(24), 문예린(24), 이유정(24), 박문수(27) 총 다섯 명입니다.

<세바퀴>는 ‘세상을 바꾸는 바퀴’라는 뜻입니다. 자동차와 휠체어, 두 개의 바퀴를 통해 문화재 접근성을 조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지은 이름입니다.

세바퀴 팀의 조장 이유정 양은 휠체어 보행자입니다. 유정양의 휠체어가 평소에는 잘 가지 못했던 이곳저곳을 누볐습니다.

저희 팀이 맡은 권역은 경상남도 지역과 전라도 일부 지역(순천, 여수)로 합천-김해-부산-통영-여수-순천을 거치며 총 11개의 문화재, 천연기념물, 박물관 등을 조사했습니다.

발대캠프에서 팀원소개와 여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린라이트

8월 10일. 2박 3일 동안 김포에서 진행된 발대 캠프에 참가했습니다. 눈이 반짝거리고 끼가 넘쳤던 동기들과 접근성 조사에 대한 강의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멋진 사람들과 함께 멋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본격적인 조사를 떠나는 첫 날이 다가왔습니다.

합천군 화양리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화양리 소나무'로 향하는 거친 길을 '세바퀴' 팀원들이 함께 휠체어를 밀며 오르고 있다. ⓒ그린라이트

첫 행선지는 경상남도 합천입니다. 전국 3대 사찰로 불리는 해인사가 위치해 유명한 곳인데요, 5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합천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시간 상 저희 팀이 처음으로 조사를 하러 간 곳은 합천군 화양리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제 289호인 ‘화양리 소나무’입니다. 화양리 마을 안에 구불구불 좁게 놓인 도로를 빗길에 달리느라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높이 18미터, 둘레 6미터의 소나무는 성인 남성 세 명이 팔을 둘러야 겨우 닿을 정도입니다. 400여 년의 세월을 견뎌 낸 소나무의 웅장한 압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 인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빗길에 휠체어를 들고 이동을 해야 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 곳이었습니다.

오륙도 전망대와 스카이워크를 통해 멀리 해운대와 항구까지 바라볼 수 있다. ⓒ그린라이트

가장 여운이 남았던 곳은 3일 차에 방문한 부산 남구의 ‘오륙도’ 입니다. 전망하는 방향과 밀물, 썰물의 시간에 따라서 다섯 개의 섬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전망대와 스카이워크가 있어 멀리 해운대와 항구까지 탁 트인 풍경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오륙도에 가기 전, 팀원들과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잠깐의 해수욕을 즐긴 이후라 나른하고 상쾌한 상태였는데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 맞는 바닷바람에 3일 간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듯 했습니다.

일몰 시간이었던 7시 경에 방문하여 스카이워크는 이용할 수 없었지만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의 아름다운 조화를 만끽 할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의 이동거리도 멀지 않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오륙도 전망대에 올라가는 경사로가 매우 가파른 점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팀원의 말에 따르면, 전동 휠체어는 가뿐히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동 휠체어를 이용하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했습니다.

리프트나 경사로 옆에 손잡이가 설치되었다면 좀 더 이동이 쉬웠을 것입니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더욱 깊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은 단차나 가파른 언덕은 혼자 만의 힘으로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그린라이트

6박 7일의 일정 동안 안타까운 순간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옆에서 보고 직접 느낄 수 있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문화재를 조사하면서 가파른 경사로가 있는 곳과 많이 마주했고, 또한 식당이나 숙박시설 등도 문턱과 계단이 있다면 휠체어 보행자들은 이용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전에 전화로 경사로 여부를 확인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계단과 문턱이 가로막고 있었던 문화재도 있었습니다.

우리 팀원들이야 건장한 청년들이니 휠체어를 들고, 밀고, 끌고 하며 가지 못할 곳이 없었지만 혼자서나 가족들끼리만 여행지에서 이런 곳을 마주한다면 참 난감한 상황일 겁니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도 사전에 확실한 정보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자 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문화재는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서 추가로 경사로 설치를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아직 접근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장애인용 화장실 칸의 폭을 조사하는 세바퀴 팀원. 휠체어가 회전가능한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실제적인 이용이 가능하다. ⓒ그린라이트

신식 건물은 확실히 접근성도 좋고, 문턱이 없다거나 점자 블록 설치 등 신체적 약자를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통 건축물, 전통 문화재들은 정말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문화재이기 때문에 개·보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세바퀴> 팀이 방문한 문화재는 비록 일부였지만 대안 모색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문화재란 심미적인 가치가 독특하고 역사적 주체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매체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니까요.

세바퀴 팀원들. 세상을 바꾸는 바퀴라는 의미처럼 세바퀴의 활동이 세상을 바꾸리라 기대해본다. ⓒ그린라이트

하모니 원정대의 활동을 아마 오래오래 곱씹으며 기억할 것 같습니다. 부산항 대교를 차로 달리며 본 풍경이 주는 압도감, 다섯 명이 함께 땀을 흘리며 산꼭대기에 올라갔을 때의 뿌듯함은 하모니 원정대의 활동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하모니 원정대를 통해 완벽하게 배려를 하는 사람이 됐다고 말을 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이해하고 다른 곳에서 장애인을 솔선수범 도와 줄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우리가 말로만 했던 접근성에 대한 문제에 활동을 통해 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나를 더욱 열심히 움직이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 향상을 위해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약간의 사명감과 더불어 여행의 좋은 추억까지 만들 수 있었던, 이런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해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하모니 원정대 3기의 일원인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고 간직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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