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시의 바다와 나란히 흐르는 한강 (송한). ⓒ박윤구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쪽 1650Km 걸쳐 길게 위치한 인구 약 8,500만의 나라다. 우리에게는 베트남 전쟁으로, 또 베트콩이라는 월맹군으로 잘 알려진 나라이기도 하고,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남북이 분단되었던 것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운명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친구나 선배들이 참전해서 용맹스럽게 전투를 벌인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은근하고 끈질긴 민족성의 베트남인들에게 미국을 포함한 민주진영이 패배를 기록한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사이공이라는 수도 이름이 호치민시로 바뀌는 수난을 겪어 오며 종전 후 20여 년간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필자가 느낀 베트남은 전쟁의 상처를 말끔히 씻고 이제는 동남아 특유의 순수성과 여유로움으로 세계 삶의 질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여유로운 나라이다. 그래선지 여행전문가들이 자주 찾는 나라가 되어 있다.

그 중에서 베트남의 중간 부분쯤에 위치한 다낭은 월남전 당시 주둔 미군들이 휴양지로 삼았던 아름다운 도시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명소를 골라 주둔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지정학적 선택 안목이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여유로운 도시로, 마치 하와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다낭 중심지 한강을 가로지르는 용다리 다낭의 중요 관광지다. ⓒ박윤구

특히 다낭에는 우리 서울의 한강과 같은 이름의 한강(송한)이 있는데, 바닷가와 불과 몇Km 이내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흐르고 있어 조금 높은 곳이라면 여유롭게 흐르는 한강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풍경이 또한 아름답다.

한강에는 몇 개의 다리가 놓여있는데, 그 중에는 '용다리'라는 용의 형태를 아름답게 디자인한 조형물로 다리 중간을 장식한 매우 아름다운 다리가 주축으로 건설되어 있어 다낭시의 자랑거리인, 깔끔한 자연 휴양지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다리다.

밤이면 한강에 놓인 몇 개의 다리가 모두 아름다운 조명으로 장식되어 그 빛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어 다낭의 밤풍경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한다.

또한 한강 가의 해묵은 야자나무 가로수가 온갖 조명과 어우러져 남국의 풍경을 자아내고, 강을 따라 온갖 관광거리를 조성하여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는 베트남에서 시멘트보다 흔한 대리석으로 조각된 각종 조각품들을 전시한 조각공원이 있는 둔치 길은 이곳 한 곳만 관광하기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다.

특히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관광객들이 불편 없이 이용하기는 아주 알맞은 쾌적한 가로공원이 있는데, 이곳을 휠체어를 타고 여유롭게 지나며 관광하다 보면 이곳이 베트남인지 한국의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는 어느 곳인지 장애인편의시설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마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편안한 관광지다.

수면과 강변산책로의 차이가 불과 1m도 채 안될 것 같은 한강은 마치 개울가를 산책하듯 강물과의 느낌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강 수면이 너무 가까이 있어 혹시 비라도 많이 오면 범람하지 않을까 물어보니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다며 여유로운 대답을 한다.

전 후 좌 우 정신없이 밀려 다니는 다낭의 오토바이. ⓒ박윤구

산책로에서 바로 탈 수 있는 한강 유람선은 우리나라 한강 유람선보다 훨씬 접근성이 좋아 산책로에서 불과 몇 걸음이면 탑승이 가능하고 휠체어도 별무리 없이 편하게 탈수 있다.

유람선에서 바라 보는 강변 풍경은 너무 한가롭고 자유스러워 이곳이 한 때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전장이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다만 몇 군데에서 일반 대형선박이나 군함을 수리하는 조선소가 있어서 아직은 전쟁의 마무리 단계를 말해주는 듯하다.

강가를 따라 세계 유명 호텔체인과 우리나라 롯데의 쇼핑몰, 큰 규모의 유원지 등 주요 시설들이 집중되어 있는 다운타운은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휴양도시와 어울리게 아름답고 편리하게 잘 조성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재래식 시장이 형성되어 다양한 관광객들이 흥미로운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인데, 관광지 특유의 번잡함이나 얄팍한 상혼은 거의 없이 여유로운 국민성으로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다낭 다운타운가에는 베트남의 상징인 오토바이가 깨알을 뿌려놓은 듯 매우 많았다. 자동차와 어울려 달려가는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무질서하면서도 모두 별 탈 없이 다니는 것은 어쩌면 동남아 특유의 여유로움과 선한 기질에서 오는 양보의 미덕덕분이 아닐까 싶다.

자전거 앞을 개조해서 만든 씨클로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려고 오토바이 행렬에 끼어들어 보면, 앞 뒤 옆으로 끼어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처음엔 오금이 저려올 정도로 겁이 나기도 하지만 곧 익숙해져 시클로 운전자와 필자도 그 행렬의 일부가 되어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에 오토바이가 많은 이유는 관광을 위한 대형 버스들을 제외하고는 대중교통용 일반버스의 개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이용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교통 시스템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엉킨 실타래 같은 무질서 속에서 별 탈 없이 살아간다는 자체가 야박하고 급한 우리 네 운전 정서로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이곳은 신호등이 거의 없이 대부분 우리의 로터리 개념인 라운드 어바웃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로터리를 돌면서 좌측에 위험요소만 없으면 무조건 진입하여 나가고 싶은 곳에서 빠져나가는 시스템으로,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 시도해 보려고 한 좋은 제도지만 우리같이 빨리 빨리 정서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다낭 시내의 가옥과 건축물들 프랑스 풍으로 깔끔하다. ⓒ박윤구

한 때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던 베트남은 여느 동남아 더운 국가들과는 조금 다르게 시내나 농촌의 건물이나 가옥들이 대부분 반듯한 석조건축물이다.

예전 우리 농촌의 가옥들이나 난방이 필요 없는 동남아 국가들처럼 비만 피할 수 있는 허술한 구조가 아니고, 반듯하고 미적 감각까지 갖춘 집들이 많은 것도 베트남에 애정이 더해지는 깔끔함이다.

전쟁의 후유증인 듯 길거리에는 우리나라보다 또 내가 다녀본 어떤 외국보다 장애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아주 허술한 보장구를 사용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발전한 우리 대한민국의 국력과 장애인 복지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복지 선진국만 찾을 것이 아니고 복지 후진국도 이렇게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를 위해 헌신한 많은 노력에 감사할 줄 아는 기회도 가져봄직 하였다.

이제는 우리가 복지 후진국을 흉만 볼 것이 아니고 선진복지 기법과 보장구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우리가 받았던 많은 원조들이나 지원에 보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한강 변에 대리석 조각으로 설치된 조각공원. ⓒ박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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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구 칼럼리스트
장애인들은 편의시설 미설치 등 사회의 각종 제약으로 인해 여행을 생각하기 힘든 현실이다. 더욱이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만약 해외로 나서려고 해도 정보 부재에 시달리기 일쑤다. 장애인들에게 해외여행과 관련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현재 장애인전문여행사 (주)곰두리여행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장애인 관련 단체 활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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