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이 되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 컨텐츠물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장애인당사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그 시각 이상의 내용들이 미흡한 것이 현실.

이에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서강대 메리홀대극장에서 열리는 ‘제 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장애인당사자들이 직접 제작한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상영함으로써, 장애인 문제를 알려내고 있다.

세상과 소통하고, 인식전환이 되는 ‘제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개·폐막식을 포함한 상영작 5개 작품을 소개한다.

개막작 ‘Cafe Imagine’ 스틸컷.ⓒ영화제사무국

■‘아기 취급’ 받는 성인 지적장애인의 현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인 된 20대 여성지적장애인들은 또래 친구들처럼 화장도 하고 싶고, 예쁜 옷도 사 입고, 패밀리레스트랑에서 멋진 시간을 꿈꾼다. 하지만 가족들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못 하게 한다.

이미 성인이 됐지만 늘 아기 취급당하는 여성장애인의 답답함. 개막작 ‘Cafe Imagine’은 까페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 20살 나주와 31살의 연주의 소소한 일상을 그렸다.

까페에서 일하는 것이 즐거운 나주에게는 어려운 영어 메뉴를 외우는 게 쉽지 않아 실수연발, 연주는 운전면허도, 여행도 가고 싶지만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좌절한다.

오늘 그녀들은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성인으로 성장이 가로 막힌 지적장애인 성인들의 현실을 그린 영화다.

<연출: 최연주 배나주 박진희 진영주 이창현 이승훈, 제작 형식: 10분, 제작 년도: 2013년, 상영 날짜 : 4월8일 오후7시>

폐막작 '못다한 이야기'스틸컷.ⓒ영화제사무국

■장애형제를 둔 감독이 본 동생=지난 연인과의 마지막 데이트 장소를 방문하는 작품의 화자. 현재 안고 있는 그녀의 외로움이 옛 추억을 더욱 회상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연인을 만났던 당시에도 뭔가 알 수 없는 심리적 불안이 내재돼 있었던 화자는 결국 본인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이별을 맞게 된 것이 더욱 아쉽다.

어쩌면 가장 가까웠을 연인에게 조차 말하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며 화자는 값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동안 많은 장애인 관련 작품 중 이 작품이 돋보이는 점은 장애형제를 가진 감독 본인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화된 장애의 인식과는 달리, 관계자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

특히 이 작품은 장애의 객관적 시선과 주관적 입장이 어떻게 충돌되는 가에 대해 감독 본인의 위치적 입장에서 더욱 잘 그려낼 수 있다.

<연출: 김보미, 제작 형식: 40분, 제작 년도: 2013년, 상영 날짜: 4월10일 오후7시

'서른넷, 길 위에서' 스틸컷.ⓒ영화제사무국

■서른 넷 동갑내기 장애여성들의 치열한 삶=서른 넷, 동갑내기 장애여성인 진희와 애린. 다른 듯 닮은 두 여성의 일상을 담담하게 조명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글쓰기 프로그램인 ‘이야기 조각보’에서 마주한 진희와 애린.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애린에게 ‘이야기 조각보’는 여러 업무 중 하나지만, 장애가 중한 진희에게는 모임 참여가 교회에 가는 것 빼고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글쓰기 모임 참가자들은 정작 소통이 더 원활한 애린에 대해서 잘 모른다. ‘너의 이야기 좀 해보라고.’ 하지만 가슴이 답답한 애린은 고민을 쉽게 터놓지 못한다.

어렵지만 외부활동을 유지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온 진희 역시 꿈이 있다.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 자립하는 것. 또한 어린 날 시설에서 만났던 영희와 다시 만나는 것.

영화 ‘서른 넷, 길 위에서’는 서른 넷의 나이에 삶의 변화의 계기를 맞이한 두 장애 여성의 현재를 쫓아가며 그들의 힘겹지만 회피하지 않은 삶의 모습을 담음으로써 성장을 다룬다.

<연출: 김병철 이선희, 제작 형식: 90분, 제작 년도: 2014년, 상영 날짜: 4월9일 오후6시30분>

'만복아 약먹자' 스틸컷.ⓒ영화제사무국

■자기결정권 제한된 정신장애인=정신장애인 생활시설에서 3년째 살고 있는 만복이는 곧 퇴소할 날을 기다리며 마음이 들떠있다.

그 들뜬 마음도 잠시, 지금 퇴소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3년 더 시설에서 생활하면 좋겠다는 아버님의 전화를 받게 된다. 만복이는 마시지 않던 술도 마시고, 삶의 의욕도 없어지고, 급격히 시설의 규칙도 지키지 않게 된다.

결국 만복이는 본인의 삶의 스스로의 계획과 의지보다는 가족과 치료진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현실이 막막하고 답답해 가출까지 결심한다.

영화 ‘만복아 약 먹자’는 입퇴원 과정 외에 치료방법이나 시기, 개인 및 사회생활에서도 자신의 권리나 주장이 수용되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이 처음 입원하는 과정은 사설 응급구조단에 의해 ‘어디로, 왜?’ 끌려가는지 이유도 모르고, 강제적으로 차에 실려 정신병원이나 요양원에 수용되는데 당사자들에게 매우 끔찍하고 공포스럽기만 하다.

최근 헌법소원 청구에서도 삭제되지 않은 정신병원 강제입원. 정신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은 어제쯤 지켜질 수 있을까?

<연출: 김호동, 제작 형식: 11분 46초, 제작년도: 2014년, 상영 날짜: 4월9일 오후5시50분>

'생각을 많이 하면 빨리 죽는다' 스틸컷.ⓒ영화제사무국

■잘나갔던 ‘캡틴’, 중도장애인 되다=누구보다 잘 나갔던 ‘캡틴’이라 불리던 청년. 60주년 국군의 날 행사, 그 후의 사고, 10년동안 집에 있었다.

사회에 나왔지만 세상은 냉정했고 장애인들은 보이지 않은 유리벽이 존재했다. 남부럽지 않게 모든 것에 앞장섰던 그는 10년이 지나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렇지만 그가 달라졌다. 영화 ‘생각을 많이 하면 빨리 죽는다’는 “인생을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유리벽 같은 것, 동정의 눈, 불쌍하다는 시선을 벗어난 중도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의 그는 “본능대로 즐겁게 살자”가 심정이다.

<연출 김홍수, 제작 형식: 5분42초, 제작 년도 2013년, 상영 날짜: 4월9일 오후 3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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