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부터,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를 노리는 전북과 수원의 경쟁이 뜨겁다.

전북은 부영이, 수원은 KT가 각각 야구팀 창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간 수백억이 들어갈 운영비 역시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인 데다 각 지자체 역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어 창단 기업이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 10구단 유치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발 앞서 먼저 움직이는 지역은 수원이다. 오는 4일 기존의 수원 야구장을 2만 5천명의 관중이 들어갈 수 있는 구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기공식을 시작으로 경기장을 새롭게 변모시킬 예정이다.

여기에 맞서는 전북 역시, 구단 유치가 결정되면 전주시에 새 경기장을 짓고 시민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야구를 즐기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낡은 야구장의 대명사로 불렸던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이하 대구구장) 역시 지난해 말 새 구장 신축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고, 광주구장 역시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야구장을 건설 중에 있다.

TV에서만 보았던 야구장, 장애인들이 직접 눈으로 볼 날은 올까?

이렇게 곳곳에서 새 구장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새로운 야구장은 과연 장애인들의 접근에 무리가 없을 만한 시설을 갖출 것인지에 눈길이 간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다수 경기장이 그렇듯,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했던 경기장은 찾기 어렵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만큼, 몸이 불편한 이들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구장에서 휠체어 장애인들의 관람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는 하지만, 굳이 휠체어를 타지 않더라도 몸이 불편한 이들이 동행인과 함께이거나, 혹은 혼자서라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여, 아직 많은 장애인들은 텔레비전에 비춰지는 야구장의 모습을 전부로 알고 지내왔다.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나, 구단 차원에서 지역의 장애인들을 초청하여 무료로 경기를 관람하도록 하는 행사들은 간혹 보도가 되었으나, 2011년 600만, 지난해 700만명을 동원한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장애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구, 광주, 잠실 등 우리나라의 야구장이 건립되던 시기는 장애인의 편의시설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프로야구가 출범했던 1982년 역시, 지체장애, 시각장애 발달장애 등의 용어가 아닌, “장애자” 혹은 “불구자” 로 부르는 것이 사회 통념적으로 이상하지 않을 때였다.

그러한 시기를 지나, 우리 프로야구는 올해로 서른 두살이 되었다. 사람의 일생으로 생각하면 한 가정을 갖고, 부부로, 부모로 살아갈 정도로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그동안 대중교통과 경기장 내 편의시설의 부족으로 소외되었던 장애인들에게도 부모의 마음으로 문을 열어 줄 때가 되었다.

또한, 편의시설의 주 이용자가 될 장애인계 역시, 당사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경기장이 되도록 지속적인 시설 마련 요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각종 문화시설 및 건물에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서기는 했으나, 당사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는 한참 모자랐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번에는 첫 시작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내용들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구장이 지어지는 곳에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진 태풍 등으로 경기장 자체가 파괴되지 않는다면, 새로 지어진 야구장은 보통 몇십년 동안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될 것이다.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순간순간에 환호하고, 누군가는 추억을 만들어 갈 그곳에서 이제는 장애인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이 없이 구경하기를 원한다

몸이 자유롭지 않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9회말 끝내기 안타로 이겼을 때에 벌떡 일어나 환호하지 못하더라도, 시력이 좋지 않아 그 순간을 남들보다 늦게 알게 되더라도 함께 응원하고 함께 즐기고 싶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서울에서 시작된 장애인 콜택시가 전국으로 퍼져나가,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과 같이, 새롭게 지어지는 야구장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어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새로운 여가의 장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장애인과 비장에인 사이의 편견을 벅을 허무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현석 기자는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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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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