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에 봄만큼 좋은 날씨가 어디 있을까, 일상을 벗어나 가족끼리 봄바람 솔솔 따뜻한 햇볕 맞으며 돗자리 펴고 앉아 도시락 까먹는 것 또한 삶의 소소한 재미일 터. 봄을 맞아 경제적·이동의 어려움으로 쉽게 여행에 나설 수 없는 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SK 이노베이션, 에이블복지재단이 손을 잡고 ‘함께하는 여행’ 제1차 남도여행을 준비했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물러나면서 현재 남도는 꽃물결이 한창이다. 꽃 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히는 요즘, 2박 3일간 남도로 떠난 장애인들의 여행을 동행 취재했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간 전라북도 임실, 순천 지역으로 지체장애 19명, 뇌병변장애 16명, 지적장애 1명, 시각장애 1명, 신장장애 1명 등 총 38명의 장애인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은 9살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 까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임실치즈테마파크, 오동도, 낙안읍성 민속마을, 순천만생태공원, 순천드라마세트장, 송광사 관람 등으로 마련됐다.

13일 오전 7시 반 한국관광공사 본사 안.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여행 참가자들은 모두 들 떠있었다. 눈비비며 잠이 덜 깬 아이부터 편마비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까지. 이것이 바로 ‘여행’의 위력이 아닐까?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권리옹호팀 김동수 팀장과 부인 김순화 씨, 아들 유승이의 모습. 쑥스러워 하더니 금새 활짝 웃어보인다. ⓒ에이블뉴스

여행 마니아임에도 불구하고 전동휠체어 타고 첫 여행

많은 참가자들 중에 비장애아동과 장애인 부모가 눈에 띄였다. 이 아이의 부모는 모두 뇌병변장애인. 아빠의 전동휠체어를 마치 장난감인 듯 전동휠체어 배터리 윗 부분을 밟고 올라가 타는 모습이 마치 놀이기구의 범퍼카를 타는 것 같았다.

이 아이의 아빠, 알고 보니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의 권리옹호팀 김동수(45세·뇌병변장애 1급) 팀장이었다. 그 옆은 김순화(39세·뇌병변장애 2급) 씨와 아들 유승이(9세)가 든든히 지키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장애운동을 통해 사회활동을 해오면서 장애인들 중 비교적 여행을 많이 다녀 온 편이라고 전했다. 김씨 부부는 호주, 중국 등 해외를 비롯해 국내 제주도까지 섭렵한 여행마니아였다.

하지만 김 팀장은 국내 중 여행관람부터 숙박까지 몸의 일부인 전동휠체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타고 다닌 것은 처음이라며, 마음껏 움직이고 눈에 담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여행은 휠체어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모든 일정을 특장관광버스를 이용해 이동했고, 휠체어 접근이 최대한 가능할 수 있는 여행지로 마련됐다.

김 팀장은 “국내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버스에 오르고 내린 게 처음이다. 숙박 또한 전동휠체어를 타고 욕실 안 까지 들어가니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 이번 여행의 여운은 가슴 속에 계속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이라면 여행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순간적으로 다니고 싶은 데 가는 것, 이동할 수 있느냐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여행은 내가 저기 가고 싶으면 저기 가고, 여기 가고 싶으면 여기 갈 수 있었다. 나도 똑같이 갈 수 있어서 장애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부인 김순화씨 또한 “순천만생태공원에서 갈대 잎으로 만들어놓은 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남편과 함께 다니기가 힘들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편과 아이 같이 다닐 수 있었다”고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유승이네가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치즈만들기 체험을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의 여행 활성화 위해 필요 여건 많아

이들 부부는 장애인들의 여행 활성화를 위해 ‘턱’을 없애고 리프트가 장착된 렌트카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턱의 유무에 따라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고 없고가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리프트가 장착된 렌트카의 경우 일반 렌트카 대비 1배~1.5배 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것.

김순화 씨는 “장애는 환경적인 영향으로 발생된다고 생각한다.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턱이 없으면 이동할 수 있는데 이동의 장애가 없게 되면서 비장애인과 함께 이동할 수 있게 된다”며 “서울의 경우 턱이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복지국가가 되려면 멀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여행바우처’에 대한 지원금이 장애등급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현재 여행바우처는 개인 신청 시 1인당 15만원, 가족여행일 경우 30만원까지 지원된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인이 항상 함께 다녀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배로 들 수 밖에 없다는 것.

개인여행 불가…편의시설 등 조사하는 어려움

이어 김 팀장은 장애인의 경우 할인 비용이나 편의시설 유무 등을 다 일일이 파악해야 되기 때문에 개인이나 가족들끼리 가는 여행은 꿈을 꿀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3년 전 김씨 가족은 제주도 여행을 떠올리며, 비장애 가족들과 함께 갔기 때문에 제주도를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장애 가족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배려해주면서 갈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주었기 때문.

김 팀장은 “비장애인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그날 바로 여행을 가지만 장애인의 경우 교통이나 편의시설, 숙박부터 모두 미리 다 조사해서 가야 되기 때문에 큰 마음 먹고 가야 된다”면서 “그런 절차나 비용 등이 부담되기 때문에 장애인이, 장애인이 있는 가족 끼리 간다는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현실을 전했다.

이들 부부는 “아직도 여행바우처 등 정부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1회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특성이 장애인이 ‘여행’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에너지를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에게 적극적인 문화여가 사업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더불어 이들 부부는 “이번 여행은 비록 여러 단체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했지만, 다음에는 꼭 우리끼리 여행을 갈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유승이네 가족끼리 여행을 갈 수 있는 그 날이 언제쯤 올까? 이들 부부는 아들에게 진정한 가족 여행을 선물할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김순화 씨가 아들 유승이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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