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는 지난 7월 10일 30회로 끝이 났다. 이 드라마에는 세 사람의 장애인이 나온다. 봉우리(황정음 분)의 엄마 나미숙(김여진 분)은 언어·청각장애인이고, 차동주(김재원 분)는 말은 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이고, 그리고 봉영규(정보석 분)는 지적장애인이다.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황정음과 김재원 ⓒMBC

16년전의 시골마을(포천)에 욕 잘하고, 무식하고, 목청 크고, 억지 대마왕 황순금(윤여정 분)이 살았다로 시작된다. 황순금은 아들 봉영규와 손자 봉마루와 살았는데 가끔씩 혼자 살고 있는 딸 김신애(강문영 분)가 찾아오기도 했다. 사실 봉영규가 키우고 있는 아들 봉마루는 누이인 김신애의 숨겨진 아들이었다.

황순금은 결혼도 못한 총각 아들 봉영규가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 청각장애인 나미숙(김여진 분)을 딸과 함께 며느리로 받아들인다. 봉영규와 한식구가 된 나미숙과 딸 봉우리는 봉마루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지긋지긋한 가난과 시골생활에서 벗어나고픈 봉마루는 차갑기만 하다.

봉마루는 ‘늘 전교1등을 할 만큼 공부를 잘하지만 바보 아빠 영규 때문에 항상 ‘바보’라고 놀림을 받아야만 했고 청각장애인 새 엄마 덕에 ‘귀머거리 아들’이라는 손가락질까지 받아야 했다. 정말 개미 똥! 같은 세상이다. 마루는 이런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게 등장인물의 소개이다.

한편 최진철(송승환 분)은 남편은 죽고 어린 아들 차동주를 홀로 키우고 있는 태현숙(이혜영 분)과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재혼을 하고 ‘우경’을 물려받는다. 그리고 태현숙과 최진철은 차동주를 데리고 ‘우경’의 공장이 있는 포천에서 장학금을 수여하는데 봉마루가 장학금을 받게 된다.

차동주는 동네를 둘러보다가 봉우리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고 봉우리에게서 공기주머니를 선물로 받는다. 공기 주머니는 봉우리의 엄마 나미숙이 청각장애인이라서 불러도 못 듣기 때문에 뒤에서 엄마를 부르기 위해 던지는 것이었다. ― 그렇다 해도 뒤에서 물건을 던지는 것에 대해 몇몇 청각장애인은 불쾌하다고 했다.

어느 날 ‘우경’의 포천공장에서 불이 났는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최진철은 방화벽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그 방화벽 안에는 나미숙이 있었고, 밖에서 봉영규와 봉우리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나미숙은 결국 나오지 못해서 죽고 말았다. 누군가는 화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모든 것을 죽은 나미숙에게 덮어 씌워 나미숙의 남편 봉영규가 구속되게 되자 봉마루는 언젠가 도와주겠다던 태현숙을 찾아간다.

그러나 태현숙은 아들 차동주가 이층에서 떨어져서 청신경을 다쳤고, 아버지가 죽은 상태였다. 최진철은 태현숙의 아버지 즉 장인과 다투다가 장인을 죽이게 되는데 창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차동주가 놀라 사다리에서 떨어졌던 것이다. 태현숙은 아버지의 죽음과 아들 차동주의 청신경 상실이 남편 최진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복수를 다짐하는데, 마침 최진철과 김신애 사이에 아들이 있었고 그 아들이 봉마루라는 것을 알게 된다.

봉마루가 태현숙을 찾아간 병원에서 청각장애인이 된 차동주의 비밀을 알게 된 마루는 동주와 함께 떠난다. 미국에서 차동주는 다른 사람의 입술을 읽는 것을 배우고, 봉마루는 태현숙의 양아들 장준하(남궁민 분)로 성장하여 의사가 된다. 장준하는 차동주의 주치의가 되고 차동주는 장준하를 형으로 믿고 따른다.

태현숙은 장준하와 차동주를 데리고 1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장준하는 병원에 나가고, 차동주는 포천 식물원에서 에너지셀이라는 화장품 회사를 설립한다. 태현숙은 청각장애인 차동주를 위해서 집을 꾸몄는데, 그 집에서는 무슨 소리든지 전부 다 차동주의 손목에 찬 시계 같은 장치에 문자로 입력이 되고, 차동주의 휴대폰도 상대방의 음성이 문자로 찍혀 나온다.

그러나 16년 전에 잃어버린 봉마루를 찾는 봉영규와 봉우리는 식물원에서 만난 차동주가 청각장애인임을 알게 된다. 장준하는 자신이 봉영규와 봉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봉마루라는 사실은 차마 말하지 못한다.

차동주는 최진철에게서 ‘우경’을 되찾기 위해 준비하는데 자신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감춘다. 그러나 장준하는 자신이 최진철과 김신애의 아들이고, 태현숙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최진철을 아버지라 부르며 태현숙과 차동주에게 등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장준하는 최진철이 차동주를 공장에 가두고 불을 질렀을 때 차동주를 구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한다.

‘내 마음이 들리니’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의 꾐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결국에는 선한 사람들이 승리한다는 해피엔딩인데 이 과정에 세 사람의 장애인이 나온다.

지적장애인 봉영규는 식물원에서 나무를 돌보고 꽃그림도 잘 그린다. 어항의 물고기도 돌보면서 물고기와 말도하고, 착한 봉영규는 밥도 잘하는데 16년 동안 밥을 할 때마다 봉마루의 밥을 따로 떠 놓고 기다렸었다. 세상에 봉영규 같은 지적장애인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각장애인 나미숙이 딸을 업고 가는 장면에서 등에 업힌 봉우리가 연신 조잘거리자, 엄마 나미숙은 봉우리의 이야기를 다 알아 듣는다는 얼굴이다.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등 뒤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우경’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를 왜 굳이 청각장애인 나미숙에게 다 뒤집어 씌웠을까. 그럼에도 사람들이 별 말이 없는 게 더 이상하다.

청각장애인 차동주는 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말할 수가 있으며, 카레이싱도 하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피아노도 치면서 완벽하게 들리는 척!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척하는 연기라고 해도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카레이싱을 연기로 할 수는 없을뿐더러 해서도 안 된다.

카레이싱을 하려면 운전면허증 외에 카레이서 라이센스를 따야 되는데 라이센스가 간단하기는 하지만 평형감각 등으로 청각장애인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비공인경기이거나 동호회 수준이라면 모르지만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서도 아직까지 청각장애인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내 마음이 들리니’에 세 사람의 장애인이 나오기는 하지만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에 대한 노력은 없고, 단지 선인과 악인이 벌이는 욕망 재벌 배신 복수 권모술수 등의 이야기에 양념처럼 등장 할 뿐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드라마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때로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필자가 전에는 결혼상담을 했었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별로 없어서 지금은 잠시 접어두고 있지만 결혼상담을 할 때 괜찮은 남자들이 찾아와서 말만 못하는 언어․청각장애인 여성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그런 남성이 원하는 언어․청각장애인 여성은 없을 테니 눈높이를 나춰 보라고 말하면서 어쩌다가 그 같은 언어․청각장애인 여성을 원하게 되었는지를 물었을 때, 남성의 대답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의 대답인즉 드라마라는 것이다. 드라마에 언어․청각장애인이 나올 때면 잘 생긴 여배우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다 알아 듣고, 자신이 말할 때는 예쁘게 수화로 말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말을 다 알아듣는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 현실에서 그런 언어․청각장애인 여성은 있을 수가 없다.

‘내 마음이 들리니’의 시청자 의견 ⓒMBC

그리고 ‘내 마음이 들리니’에 나오는 차동주는 청신경은 잃었지만 말은 할 수가 있기에 한동안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다른 사람들의 입술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이것 역시 드라일 뿐이다. 정말 차동주처럼 상대방의 입술을 말 그대로 정확하게 읽어내는 언어․청각장애인이 과연 있을 수가 있을까.

또한 차동주는 청력을 잃은 지 16년이 지났지만 말은 청산유수로 잘 한다. 농아(聾啞)란 듣지 못해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차동주처럼 청신경만 잃었을 경우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남의 말을 들을 수가 없으므로 말의 장단이나 고저가 이상하게 변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들리니’에는 한가지만은 본받을 만하다. 황순금은 업둥이이자 지적장애인인 봉영규를 아들로 받아들이고, 딸 김신애가 버린 아들을 봉영규의 아들 봉마루로 키우며, 언어․청각장애인인 나미숙이 데려온 딸도 봉영규의 딸 봉우리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딸 김신애와 그의 아들 봉마루 외에는 생판 남인 사람들을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니 말이다.

또 하나 ‘내 마음이 들리니’에 나오는 차동주의 집처럼 모든 소리를 문자로 바꿔주는 차동주의 시계 같은 팔목장치와 그리고 상대방의 음성을 문자로 바꿔 찍어주는 차동주의 휴대폰 같은 장치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하루 빨리 세상에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상적인 장면은 청신경을 잃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차동주가 절망하자 바람 부는 바닷가 절벽위에서 태현숙이 차동주에게 같이 죽자고 소리 칠 때, 대부분의 부모 심정 같아서 가슴이 찡했다. 그러나 장준하의 의사 아버지는 차동주가 청신경을 잃었으니 그 사실을 인정하고 수화를 배우라고 했지만, 태현숙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며 차동주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숨긴다. 아들의 심경은 아랑 곳 없이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는 태현숙을 보면서, 필자도 가끔 그런 부모들을 만날 때면 정말 안타깝다.

그런데 나미숙의 딸은 ‘아홉 살 때까지 이름도, 아빠도 없이 살았다.’ 나미숙이 봉영규와 결혼을 하면서 봉우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봉우리는 작은 미숙이에 불과했다. 봉우리가 아홉 살 때 이름을 가졌고, 봉마루가 집을 나간 지 16년이 지났으니 봉우리의 나이 이제 겨우 25살이다. 현재가 2011년이니 봉우리는 1986년에 태어난 셈인데 이름이 없었으니 당연히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을 터이고 물론 학교도 안 보냈을 것이다. 이건 출생신고 미필에다가 의무교육 위반인데, 아무리 시골이고 장애인의 딸이라 해도 1986년의 대한민국에서 어째 이런 일이!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서 언어․청각장애인 나미숙을 죽이고 그에게 화재의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그것도 모자라서 ‘우경’을 차지하려고 장인까지 죽이고, 나중에는 의붓아들 차동주까지 불태워 죽이려는 최진철은 윤리도 도덕도 없는 범죄자다. 출세를 위해 자신이 낳은 아들을, 바보라고 놀리면서 인간 취급도 안하는 봉영규의 아들 봉마루로 키우는 김신애는 그야말로 파렴치한이다. 아무리 집이 가난하고 아버지가 지적장애인이라고 해도 봉마루처럼 가정을 버리고 부자 태현숙의 양아들이 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

더구나 복수를 위해서 봉마루가 원수같은 최진철과 김신애의 아들인줄 알면서도 양아들로 받아들여 자신의 아들 차동주의 주치의로 만들고, 차동주에게는 그가 청각장애인임을 아무도 모르게 연기케 하는 태현숙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양심불량이다. 비록 드라마라 해도 윤리나 도덕적인 면에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야말로 누가 볼까 두려운 몰상식하고 파렴치한들인데 언제까지 이들이 드라마의 소재가 되어야 하는 걸까.

그럼에도 보통의 사람들은 ‘내 마음이 들리니’를 어떻게 보셨는지, 시청자 게시판은 착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드라마였다고 온통 칭찬 일색이니 참으로 모를 일이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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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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