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는 아침드라마로 ‘주홍글씨’를 방영하고 있다. ‘주홍글씨’는 지난 2010년 8월9일에 시작되었다. 이승연이 오랜만에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기대(?)를 한 것 같았다. 그러나 가을과 겨울을 지나는 동안 ‘주홍글씨’는 산으로 가기도 하고 때로는 바다에 빠지기도 하는 바람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면서도 봄을 맞았고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릴 모양이다.

주홍글씨 시청자게시판 ⓒMBC

‘주홍글씨’가 시작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원인으로 하반신마비가 된 휠체어장애인이 나왔고 이제 마지막을 앞두고 시각장애인이 나오는데 그 원인이 글쎄다.

드라마 작가인 한경서(이승연 분)는 희곡작가이자 대학 선배인 장재용(김영호 분)을 사랑하지만 차마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어물쩍하는 사이에 한경서의 후배인 차혜란(김연주 분)이 장재용을 채 갔다. 연기자인 차혜란은 임신을 하자 자기 앞길에 걸림돌이 된다며 장재용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임신중절수술을 하러 갔으나 못하고 돌아왔다.

차혜란은 돌아오면 장재용이 다시 받아 줄 줄 알았으나 그 사이에 장재용은 배가 부른 한경서와 결혼을 하고 해산포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차혜란은 만삭의 배를 안고 매니저인 고모 차영림(김나운 분)과 남동생 차성준(고윤후 분)과 함께 해산포에 나타났다.

비내리는 해산포에서 차성준은 누나를 버린 나쁜 놈이라며 장재용에게 달려들었는데 장재용이 들고 있던 죽창에 배를 찔리는 바람에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으나 차혜란은 잘 나가는 연기자였다. 한편 한경서는 어린 딸을 키우며 장재용의 옥바라지를 했는데 장재용은 6년 만에 특사로 풀려났다.

작가인 한경서가 자신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쓰자 이를 막으려 한 차혜란은 장재용이 한경서와 잘 지내는 것을 시샘하여 차성준을 찌른 것은 장재용이 아니라 한경서이므로 한경서를 살인미수죄로 감옥에 쳐 넣을 수 있다며 장재용을 협박한다. 한경서를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고 장재용은 마지못해 차혜란의 집으로 들어간다.

한경서는 이미 장재용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차혜란은 사람을 시켜 한경서를 유산 시키고, 한경서가 쓰는 작품을 드라마로 만드는 프로덕션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한경서는 아버지 한용진(백일섭 분)과 여동생 한인서(이세나 분)와 살면서 딸 하니를 키우고 있었는데 한경서가 낳은 아이는 유산되었고 하니는 혜란이가 낳은 아기라며 혜란 엄마가 뺏어가 버린다.

절망에 빠진 한경서는 방황하다가 일본에서 돈 많고 늙은 홀아비 사업가 윤정호(노주현 분)의 자서전을 썼다. 윤정호가 한경서와 결혼을 하려 했으나 이동주(조연우 분)PD가 한경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물러나면서 돈과 권력 등으로 한경서의 뒤를 봐 준다.

차혜란은 한경서를 이기려고 무리하게 드라마를 찍다가 실패하여 부도가 나는 바람에 쫄딱 망했으나 위암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이를 가엾게 여긴 한경서가 차혜란에게 새로 집을 얻어 주는데 한경서의 여동생 인서는 차혜란이 또 거짓말을 한다며 이를 믿지 않는다.

차혜란의 가족들 ⓒMBC

한경서는 이동주와 결혼을 약속했으나 이동주의 여동생 혜주는, 한경서가 이혼녀이고 엄마라고 부르는 딸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오빠의 결혼을 반대한다. 오빠의 결혼 반대가 여의치 않자 혜주는 차혜란과 공모해서 오빠의 결혼을 막으려 했으나 이동주는 한경서와 결혼한다.

한경서가 임신을 하자 이동주는 애기 아빠가 된다는 것을 기뻐하는데, 한경서의 기자 친구 해성이 차혜란의 위암말기가 사기극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한경서는 차혜란을 찾아 갔다가 유산하고 만다.

그러자 차혜란은 한경서에게 살인미수죄로 쳐 넣을 수 있다고 협박한다. 한경서는 차성준을 찌른 것이 장재용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이동주에게 편지를 써 놓고 자수하는데 이동주의 여동생은 그 편지를 오빠한테 전해주지 않는다.

한경서가 경찰서에도 이동주를 만나려 하지 않자 화가 난 이동주는 차혜란과 술을 마신후 호텔로 들어가고, 해성은 차혜란의 위암말기는 사기라고 폭로한다.

차혜란은 어머니 정순임(김혜옥 분)과 남동생 차성준과 고모 차영림 그리고 장재용과 딸 하니와 살고 있다. 그리고 차영림이 매니저인 연기자 진진주(국지연 분)가 자주 드나드는데 차혜란이 위암말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어머니 말고는 다 알고 있다.

식구들은 정순임이 차혜란의 사기극을 알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진진주에게 어머니를 점집으로 데려가게 한다. 점쟁이 입을 통해 차혜란의 위암이 다 나았다고 말하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해성의 기사로 차혜란이 사기극을 벌였다는 것을 알게 된 기자들이 차혜란의 집앞을 지키고 있다. 식구들은 어머니가 모르게 하려고 휴대폰도 감추고 TV뉴스도 못 보게 하지만 식구들이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가 하니와 집 밖을 나가자 기자들이 차혜란에 관한 질문을 퍼부어 댄다.

시각장애등급기준 ⓒ보건복지부

어머니 정순임은 그제야 차혜란이 위암에 걸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이동주와 자고 들어 온 차혜란에게 같이 죽자며 달려들다가, 갑자기 허공을 저으며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세상에는 항상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사람이 배를 찔리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고, 갑자기 충격에 빠지면 시각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의 원인이나 그 주변의 환경은 물론이고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개연성이 부족한 것 같다.

차성준이 바닷가에서 죽창으로 배를 찔렸는데 바닷가에 웬 죽창이며, 그렇다고 하반신마비 가 된 것도 우습거니와, 차성준을 휠체어에 앉히기만 하면 다인지 차성준이 사는 집이나 그가 가는 곳곳은 모두가 다 계단이었다. 그럼에도 휠체어장애인 차성준은 진진주와 잘도 다니고 있으니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리고 차성준이 한집에 살 때는 진진주를 좋아했다. 그러나 진진주는 하반신마비 휠체어장애인 차성준을 별로로 여기더니 차혜란이 망하고 진진주가 나가서 살게 되자, 속은 없고 입만 살아있는 진진주가 차성준이 좋다며 날마다 찾아온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어머니 정순임은 딸 차혜란이 위암말기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우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보고, 그 다음에 뭐라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딸이 병원가기를 싫어한다며 한 번도 병원에 가보지도 않는 어머니가 과연 있을 것인가. 그리고도 딸의 위암이 나았다는 것을 병원에서 진단하지 않고 점쟁이 말만 듣고 좋아하다니......

정순임은 차혜란이 어떤 인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어머니이다. 딸 차혜란이 시한부 생명이라며 한경서의 동정을 사서 집과 돈을 뜯어내고 그것이 차혜란의 사기극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충격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 버린 어머니 정순임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하듯이 눈은 우리 몸의 어떤 부분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각장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많은 검사를 해 보아도 합당한 원인을 못 찾을 경우 대개는 ‘기능적 시각장애’라고 하는 것 같다. ‘주홍글씨’에서 차혜란의 어머니 정순임처럼 원인을 잘 모르는 정신적 충격으로 말이다.

시력이 극히 나쁘거나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를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는데 ‘좋은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은 시각장애 1급1호이고 ‘나쁜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은 시각장애 6급에 해당된다. 그런데 딸의 위암말기가 거짓임을 알게 되자 그 순간에 어머니의 눈이 멀어버렸다. 예전에 어떤 여인이 남편의 죽음으로 실명을 한 경우는 있었지만 물리적 사고로 눈을 다치거나 뇌출혈 등으로 시신경을 다친 경우가 아니라면 눈이 그렇게 갑자기 가지는 않는다.

아무튼 ‘주홍글씨’에서 한경서는 세 번 유산을 하는데 두 번은 장재용의 아이이고 한번은 이동주의 아이인데 세 번 다 유산의 원인 제공자는 차혜란이었다. 차혜란은 두 번 임신을 하는데 첫 번째는 장재용의 아이를 낳았고, 두 번째는 이동주의 아이를 가졌다.

필자가 아는 어떤 집은 어린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봐 겁나서 아예 ‘주홍글씨’를 보지 못한다고 했고, ‘주홍글씨’ 시청자 게시판은 추잡하고 더러운 저질 드라마를 빨리 끝내라는 시청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운영자가 글을 삭제한다고 항의를 하는가하면, 아이디[yuk***]는 ‘방송국 사람들 다 이렇게 살아요? 거짓말에, 사기에, 재벌 꼬시기에, PD하고 연애질이나 하고, 방송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드라마'라고 꼬집고 있다. 아이디[sm8***]는 ’장재용은 한경서 차혜란과 자고, 이동주는 한경서 차혜란과 자고, 한경서는 장재용 이동주와 자고, 차혜란은 장재용 이동주와 자고, 한경서는 장재용 이동주 아이를 갖고, 차혜란은 장재용 이동주 아이를 갖고.’ 모두가 짐승 같은 스와핑이라며 ‘주홍글씨’를 질타하고 있다.

아마도 MBC 아침드라마 ‘주홍글씨’의 작가나 연출가는 시청자를 졸로 보는 모양이다. 아침 드라마일수록 건전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주는 내용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비상식적인이고, 비윤리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지나 않았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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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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