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러브> 포스터. ⓒ시네마서비스

“저 들었어요, 관중들의 함성소리요. 여기 가슴으로”(영화 ‘글러브’ 대사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성 등의 소리를 귀로 듣는다면 청각장애인은 눈으로, 눈치로, 수화로 듣는다. 그리고 영화 <글러브>의 주인공인 청각장애 학생들은 귀도 눈도 아닌 ‘가슴’으로 듣고 느낀다. 울림을 가슴으로 받아들여,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글러브’는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소재로 장애와 스포츠를 엮은 영화다. ‘장애인이 뭘 하겠냐’는 사회의 시선 속에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와 희망을 내보이는 따뜻한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3년 연속 MVP에 빛나는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 간판투수였던 LG트윈스 김상남(정재영) 선수는 음주폭행 등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이미지 관리를 위해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코치를 맡게 된다.

그렇게 “벙어리 학교가 뭐냐, 쪽팔리게”라고 소리치는 김 선수와 “코치님이 우리와 똑같은 유니폼을 입었다”며 좋아하는 야구부 학생들의 만남과 함께 감동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글러브> 관련 사진. ⓒ시네마서비스

영화는 장애인, 특히 장애인 속에서도 소외받는 청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청각장애인의 특성과 현실을 잘 담아냈다.

야구부 학생들은 수화통역을 해주는 나 선생님(유선)에 의해 코치의 말을 전해 듣고, 수화로 한번 거쳐지는 과정에서 본래 코치의 의견과 다른 정보를 듣기도 한다.(나 선생은 종종 김 코치의 욕설이나 질타와 관련된 내용을 수화로 전할 땐 칭찬하는 내용으로 바꿔 전달했다.)

또한 야구선수는 배트소리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학생들은 배트소리를 듣지 못해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몰라 쩔쩔맨다. 이 모습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의 현실을 잘 살려낸 장면이다.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는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제 목소리를 찾아가는데 있다.

수화로만 말하던 이들은 ‘이상해 보일까봐’ 내지 못했던 소리를 있는 힘껏 지르며, 가슴 속에 파묻힌 뜨거운 열정의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법을 익힌다. 또 남들의 동정심과 손가락질에 쉽게 주저앉던 이들은 ‘내가 빠지면 안된다’는 일념으로 손에 물집이 터져 피범벅이 돼도 공을 던지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영화는 사회 속 편견이 대변하는 장애인의 ‘불쌍한’ 모습이 아닌, 야구와 함께 자신감을 찾고 열정과 패기를 갖는 야구부 학생들의 모습과 또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해 가는 코치의 모습을 동시에 접목시켜 그려낸다.

영화 속 어디에도 동정과 억지로 짜내는 눈물도 없다. 전혀 지루하지 않게 담백하게 흘러가는 전개 속에 ‘이런 류의 장애인 관련 영화라면 뭐든 좋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정재영, 유선, 강신일 등 강우석 감독의 단골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더욱 가미시키는 한 요소다.

충주성심학교 학생들의 아직도 이루지 못한 1승이라는 꿈. 영화 ‘글러브’는 그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응원하고, 활력을 뿜어내는 최고의 비타민이다.

또한 한국 영화산업에 있어 ‘한글자막 지원’의 필요성을 알려준 소중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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