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카엥부 경지장 도우미의 친절한 안내. ⓒ남혁진

2008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장애인들이 가장 즐기고 싶은 문화생활'은 여행(38.3%)이며, 그 뒤로 예술 공연과 전시회, 박물관 관람이 그 뒤를 잇는다. 이는 한국의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하거나 박물관을 관람하는 일이 아직은 장애인들에게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로 치부된다는 뜻이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화되면서 점차 크고, 작은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의 유명 관광지 및 방문지에 장애인 관람객을 배려하는 '배리어프리'나 '장애인 배려 혜택'이 수박 겉핥기이거나,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배리어프리 A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하는 광화문광장이 실제로 광장을 방문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좋은 평을 받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 할 수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일환으로 남미 가린샤 팀이 브라질에 방문하여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등 국제적 빅 이벤트의 준비과정으로 유명관광지 및 방문지의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 중인 브라질의 상황을 점검해보았다.

# 상파울루 '파카엥부 축구장'에서의 축구경기 관람

브라질 상파울루 파카엥부 축구 스타디움. 홈팀인 '파우메이라스' 팀의 골이 터지자 3만여명의 펜들이 환호한다. 축구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과 응원. 중간중간 감정이 격해져 격한 표현도 주저 않는 열혈 펜들의 모습도 보인다. 월드컵의 영원한 우승후보로 불리는 '삼바축구'의 명성은 브라질 축구 리그에서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웅희(25세/시각1급)씨는 "중요한 메인 경기도 아니라고 하는데, 홈 팀을 응원하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관객들이 가득 차는 것을 보니 브라질의 축구사랑을 느낄 수 있다"며 "장애를 가진 내가 직접 브라질에 축구를 보게 되다니 놀랍고 감동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라질에서는 장애인들의 축구 경기 관람료가 무료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발급받은 복지카드를 이용해 브라질에서 무료로 경기를 관람 할 수 있었다.

심지섭(21세/지체2급)씨는 "낯설고 거친 사람들이 많아 두려움이 앞섰는데, 막상 경기장을 방문하니 관계자들이 직접 에스코트해주고, 관람료도 무료라 하니 놀라웠다"며 "경기장이 조금 높은 곳에 있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축구 관람이 즐겁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애인 관람객들이 찾아오자 관계자들이 나서서 요금을 정산해주고, 장애인 전용 통로로 에스코트하여 장애인들이 관람 할 수 있는 입구까지 안내해줬다. 또한 놀랍게도 관람객들 중 포르투갈어와 영어에 능통한 이들이 나서서 의사소통까지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아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 사회복지과 신종호(55세/이사)씨는 "파카엥부 경기장은 장애인 관람석이나 동선이 저조한 편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직원들의 안내나 요금 등은 매우 만족스럽다"며 "나 이외에도 많은 브라질 장애인들도 관람을 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휠체어 장애인 Tomson (45세/직장인)씨는 "브라질은 장애인들이 스포츠 경기를 관람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한다. 최근 올림픽과 월드컵으로 인해 더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내가 응원하는 파우메이라스 팀이 이대로 이겨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지만,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관람한 축구경기와 관계자들의 장애인 배려는 브라질의 '삼바 축구'가 단지 선수들의 역량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란 생각을 심어주었다.

# 10점 만점에 10점!! 배리어프리의 천국 '상파울루 주립 대학교'

상파울루 주립 대학교는 한국의 서울대학교와 같은 학교다. 장애인 문화향유권에 대한 토론을 위해 찾은 상파울루 주립 대학교는 말 그대로 '배리어프리의 천국'이었다. 넓은 부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가슴이 뻥 뚫릴 만큼 넓은 평지에 건물 진입부터 강의실 입구까지 작은 턱조차 없었다.

김온유(23세/대학생)씨는 "이렇게까지 배리어프리가 완벽한 곳은 처음 봤다. 장애인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모든 곳을 다닐 수 있을 듯 하다"고 감탄했다.

계단에는 '혹시나 계단을 이용할 장애인을 위해' 미끄럼방지 블록과 함께 섬세하게 고안된 유도 블록이 부착돼 있었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와 휴게실, 화장실 등 그야말로 완벽한 장애인 배려가 이뤄져 있었다.

Natacia Franco(27세/대학조교)씨는 "지금 방문한 상파울루 주립대학의 캠퍼스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단 한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많지 않더라도 장애인과 노약자를 배려하는 동선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적인 대학은 학업수준과 연구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학생과 방문자들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아직도 '장애인 학생들의 이동권 보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한국 대학교의 모습이 디졸브 돼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만큼 상파울루 주립대학의 배리어프리는 완벽했다.

# 세계 7대 불가사의 '거대예수상'의 장애인 접근성

리오 데 자네이루(이하 리오)의 하늘에는 언제나 '예수님의 모습'이 보인다. 가장 높은 산위에 웅장하게 서있는 예수상은 리오를 내려다보며 사람들의 마음에 경건함을 불어넣는다.

김성훈(23세/지체1급)씨는 "밤에 조명에 비친 거대예수상을 보니 정말 하늘에 떠있는 듯 한 느낌이 들어 신비했고, 마음이 경건해졌다"며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어떻게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리오에 온 만큼 꼭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바람을 전했다.

리오의 거대예수상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자동 탑승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열차나 벤을 타고 거대예수상 초입에 들면 과거 200여개의 계단으로 장애인들의 접근이 힘들었던 곳에 마련된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에도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누구든 거대예수상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신종호씨는 "거대예수상이 과거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이임에도 장애인들이나 노약자가 방문하기 힘들어서 클레임이 제기되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올림픽과 월드컵을 대비해 이렇게 시설이 갖춰져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쉽게 방문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의 유명 관광지도 실제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배려 깊은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심지섭씨는 "다리가 불편해서 오래 걷지 못하는 나로서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너무 고마운 존재다. 크게 힘들지 않게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볼 수 있다니 꿈만 같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렇듯 거대예수상은 그 거대함만큼이나 많은 관광객을 품을 수 있는 접근성을 갖추고 있었다. 서울의 유명관광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 배리어프리와 도우미가 인상 깊었던 메트로폴리타나 성당 & 모던박물관 & 이과수 폭포

리오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관광지인 메트로폴리타나 성당도 배리어프리가 잘 갖춰져있었다. 크게 복잡한 구조의 건물이 아니었지만 입구부터 화장실, 기념품 점 구석까지도 장애물이 없는 배리어프리였다.

장애인들이 즐기고자 하는 중요한 문화생활 중 하나인 박물관&전시장 관람을 체험하기 위해 찾은 리오 '모제우지 알치 모델나 박물관'에서도 상파울루 주립 대학교와 유사한 수준의 배리어 프리를 경험 할 수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가 마련돼 있었고, 장애물은 없었으며, 특히 장애인을 위한 도우미가 한층 마다 2~3명씩 배치된 점이 인상 깊었다.

전지연(24세/대학생)씨는 "2주 간 브라질에서 연수 및 문화체험을 하면서 다양한 방문지를 다녔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방문지 일수록 기본적으로 배리어프리를 갖추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며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근본적인 배리어프리를 갖추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평했다.

연수 후 방문한 이과수 국립공원도 마찬가지였다. 투어버스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고, 기본적인 배리어프리와 데크로드, 휄체어 장애인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난간까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장애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였다. 또한 이과수 폭포에도 많은 도우미들이 있어 장애인의 관광을 도왔다.

신종호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 보다 낮은 곳에서 풍경을 봐야해서 폐쇄적인 난간이 있을 경우 거의 풍경을 보지 못하는 데 이과수 폭포는 이런 점에서 장애인들을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브라질은 과거 유명관광지의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딛고 일어나, 장애인의 입장에서 섬세한 배려를 통해 장애인들이 만족스러운 관광과 문화향유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물론 덜 유명한 관광지의 경우 배리어프리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타국민이나 장애인들이 반드시 방문하고자 하는 곳에는 만족스러운 배리어프리 및 장애인 배려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국도 '장애인의 입장에서 마련되는 배리어프리'와 장애인도우미, 그리고 국민들의 선진의식이 뒷받침되어 한국의 관광지는 장애인이 누구의 도움 없이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국제적 존경을 받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이 글은 ‘2011장애청년드림팀’ 남미(기린샤)팀 남혁진 님이 보내왔습니다. 남혁진 님은 연세대학교를 휴학 중이며, 로스쿨 진학을 위해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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