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전문가들은 구체적 실현방안에 앞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시스템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에이블뉴스 자료사진>

최근 장애인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는 자립생활. 장애인들은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실천방안을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시스템 토대 마련 등의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어 조기실현이라는 섣부른 '낙관'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에 지난 16일 국립재활원 강당에서 개최된 2003년 자립생활 세미나를 토대로 자립생활 현실의 문제점과 실현방안을 알아봤다.

자립생활 실현 가능 사회시스템 논의 선행

자립생활 실현에 앞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시스템을 논의, 밑바탕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임성만 장봉혜림재활원장은 "장애인의 기본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비자로서 권리는 선언적·상징적 의미 일 수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근로권의 확보 및 장애연금제도 도입, 각종 지원책이 마련돼 경제력을 확보한 실질적 소비자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익섭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장애수당은 기초생활보장 측면에서 활동보조인·후견인제도, 교통 및 주택지원은 지역사회재활 측면에서 하루빨리 제도화가 돼야 한다"면서 "자립생활은 장애인의 참여복지에 부응할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의미를 담고 있어 장애인들의 자각과 권리요구,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초석이 돼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이광원 한국자립생활연구회장은 "자립생활의 서비스 중 활동보조서비스 교통서비스 주택서비스는 자립생활의 거룩한 세 기둥이라고 일컫는데 이런 것들이 없이는 자립생활을 실현하기 힘들다"라며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법 제도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장애인 주도 자립생활 프로그램 불가

세미나에서는 정신지체인 자립지원센터, 현재의 자립생활센터 운영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올해 복지부는 개소 당 75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 7개 시·도에 정신지체인 자립지원센터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자립생활 지원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이광원 회장은 "7개 시·도에서 설치·운영 중인 정신지체인 자립지원센터, 기존 그룹 홈, 생활시설 내의 자립생활 체험 홈 등의 경우 자립생활의 이념에 배치되는 부분이 많은 모델로 '비장애인 전문가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생활의 기술을 훈련시키는 일종의 재활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자립생활에 대한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성만 원장도 "자립생활은 비장애인이 주도하고 있는 기존의 장애인복지시설들에 의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will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유흥주 위원장은 "지원을 받기 위해 실질적인 서류를 작성하다보면 도저히 센터운영을 위해 프로그램을 입안 수행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면서 "지원을 하는데 있어 자립생활 정신을 그대로 부합할 수 있는 목록과 평가방법, 기간에 대한 독립적인 수행을 충분히 보장하는 기본부터 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기금을 지원 받지 못한다는 강박감이 센터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게 만들어 가기 때문에 최소한 사업기간은 2∼3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병권 한사랑마을 원장은 "현재 정부보조금 지원방식 지원항목으로는 자립생활지원프로그램 실시가 어렵고 사업의 계속성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며 어려운 현실에 동의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0%인 가운데 사무실을 따로 마련할 수 없어 체험 홈, 거실이 임시 사무실이며 인건비 지출은 0%로 장기간의 무보수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한 주숙자 우리이웃자립생활센터 대표도 지방에는 자립생활이 지원되지 않고 있는 정책·제도적 문제와 지방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복지관 자립생활센터 접목 한계

현재 장애인복지관은 치료 훈련 등의 기초재활서비스의 비중이 강하고 전문가들의 형식화된 프로그램을 주로 제공하고 있어 자립생활센터의 본래 기능과 접목되기에는 큰 한계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장애인복지관을 장기적으로 기초재활서비스와 자립생활지원서비스 영역으로 기능 분화시켜 재활센터, 자립생활센터로 분리하고 신규설립은 아예 분리해서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익섭 교수는 "자립생활센터가 새로운 전달체계로 채택됨으로써 수용시설로서의 생활시설, 기초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활센터, 자립생활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립생활센터라는 세 가지 서비스 전달체계가 구성되게 된다"며 "이러한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일정기간 자립생활센터라는 모델을 시범적으로 운영, 효율성과 효과성을 분석하고 운영방식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성만 원장 또한 "장애인복지시설의 자립생활프로그램 실천방안 원고를 작성하면서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며 "자립생활은 비장애인이 주도하고 있는 기존의 장애인복지시설들에 의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원구조 큰 단체 중심 지원 가능성 높아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립자금 대여, 장애인고용촉진, 재활보조기구 등의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된 자립생활 관련 각종 시책들이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모하기에는 부족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유흥주 위원장은 "정부의 지원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법인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고 있어 자립생활센터 대부분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복지관을 비롯한 큰 단체 중심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이와 함께 "자립생활센터의 떨어지는 보증능력을 정부가 보증해 줘 민간단체, 지자체 은행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말했다.

변경희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교수도 "자립생활패러다임이 중증장애인에게 실천적인 이론으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복지부 산하에 자립생활지원과(가칭)를 설치, 전반적인 관리를 주도하고 산하에 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내비친 뒤 "복지부 산하에 자립생활운영위원회(가칭)를 조성, 자립생활센터를 지향하는 것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자립생활 리더 육성 및 활동지원 필요

한사랑 마을의 경우 재활패러다임에 기반을 두고 운영하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자립생활전문가를 초빙, 시설 직원들의 교육부터 시작을 했지만 자립생활 담당 사회복지사는 여전히 재활패러다임에 갇혀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6개월만에 포기했다. 생활재활교사 60명을 대상을 자립생활담당자를 찾았으나 지원자가 없어 외부에서 충원한 일도 있다.

이처럼 재활패러다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의 서비스 제공자들의 의식을 자립생활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키기 어렵고 자립생활을 이끌 인재가 절대 부족한 현실이다.

정종화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립생활센터 조직 및 운영방안에 대한 발표를 통해 "현재 자립생활센터를 이끌어갈 인재양성소는 정립회관 동료상담학교, 삼육대학교 자립생활 지도자대학에 불과하다"며 "프로그램 보급과 함께 인재양성이 필요하고 이들이 리더로 활동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교수는 외국모형과 우리나라 모형을 종합해 ▲장애인당사자의 참여와 역량강화 ▲자립생활운동의 전국적인 협의체 구성 ▲정책을 입안·기획할 수 있는 유능한 장애인전문가 육성 ▲자립생활 이해 돕는 자료보급 ▲자립생활 연구를 지속화하고 연구결과를 활용 할 수 있는 기회와 방안 강구 ▲자립생활 체험 홈 적극적으로 활용,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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