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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장애인당사자, 발표 중 터져버린 눈물

지난해 자립생활 시작, 인천 민들레IL센터 이봄 씨

과거 아픈 기억, “이게 사람이 사는 건가 싶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0-23 15:32:57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탈시설 당사자 이봄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탈시설 당사자 이봄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탈시설 장애인당사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의 장애인거주시설 생활을 이야기하던 중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이날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봄 씨는 시설에서의 경험과 함께 자신의 자립생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지정토론자(사례발표자)로 나섰다.

이 씨는 인천에 있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다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 살았다. 그때는 전동휠체어가 없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시설 안에만 박혀 있었다.

“열두 살이 될 때까지 거의 밖에 나간 적이 없었다. 제 기억으로는 그냥 '감옥'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거주시설의 선생님들은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여기서 그냥 살아야 한다'는 말을 계속 들었다. 그때는 어려서 선생님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다”

이 같은 이야기를 하던 중 이 씨는 과거의 기억에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고, 탈시설자립생활에 관심을 갖고 참석한 청중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약 3분의 시간이 흐른 뒤 마음을 추스린 이 씨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게 사람이 사는 건가 싶었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씨는 “그렇게 시설에서 살던 중 선생님들이 '너는 공동생활가정으로 옮겨 자립을 배우는 것이 낫겠다'고 추천해 공동생활가정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을 거주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공동생활가정에서의 생활 또한 시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큰 거주시설보다는 공동생활가정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주하는 분들의 숫자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은 생활을 했다는 것.

“거주시설에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당시 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었고, 다른 분들은 지적장애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아닌 지적장애인들 위주로 (여행 계획이) 짜여 있어서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저는 힘들 것 같으니까 그냥 안 가면 안 되냐. 나를 좀 빼 달라'고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안 가는 건 안 된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됐다. 여행지에서 다른 분들은 다들 계단 위에서 사진을 찍고 놀았는데, (휠체어로 인해 계단에 올라갈 수 없는) 저는 약 한 시간 가량을 혼자서 그냥 아무 것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스무 살이 되자 이 씨는 선생님에게 시설에서 나가겠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나도 성인이 됐으니까 내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그러나 선생님은 언제나 똑같은 답변을 했다. '안 된다'고. 너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나가면 더 힘든 생활을 할 거라고. 그걸 뻔히 알면서도 나가겠다는 거냐고.

20대 중반에 이르자 더 이상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다. 2017년 11월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탈시설 캠프 '시친소'에 참여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캠프에서 이 씨의 자립에 대한 갈망은 커져만 갔다. 결심을 굳히고, 선생님에게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렸다.

“저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단지 몸만 불편할 뿐입니다. 이런 곳이 아니라, 사람답게 지역사회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죽어도 여기서 죽지는 않겠습니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탈시설 당사자 이봄 씨가 자신의 자립생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탈시설 당사자 이봄 씨가 자신의 자립생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해 1월 이 씨는 드디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 정착, 즉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자립생활을 하기 전에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늦게까지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것이 워낙 싫었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인천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시설에서 같이 살던 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놀기도 했고,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여수다'라는 자조모임에 참여해 함께 놀러 가기도 했고, 노래방에 놀러 가기도 했다.

시설에서의 생활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렵게 나와 시작한 자립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제일 큰 걱정이 활동지원 시간이었다. 지역사회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신청했는데 한 달에 70시간, 하루 2시간 남짓의 시간을 받았다. 그래서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는 생활을 했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몇 번 했다.”

너무 적은 활동지원서비스 탓에 도저히 살 수가 없었던 이 씨는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함께 국민연금공단으로 찾아갔다. '내가 생활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단 측은 '장애등급 때문에 더 이상의 시간을 줄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 씨는 왜 장애등급이랑 활동지원서비스를 연관 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의신청도 해보고, 등급변경도 신청해보고, 공단에서 농성도 해봤다. 그 결과 지금은 시간이 좀 늘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자립생활을 하기에는 현재에도 환경이나 국가의 지원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이 씨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장애인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는 사회, 서비스가 안 돼서 시설을 택하는 장애인들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동료상담가로서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 온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기회를 주는 것.

이 씨는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다르지 않구나’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저희를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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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기자 (kaf29@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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