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증진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자립생활 패러다임이 한국에 들어온 지 10여년. 자립생활은 신체장애인을 시작으로 발달장애인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은 힘들기만 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또한 미흡하기만 하다. 정신장애인 자립지원과 관련한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갔지만 일부 지자체에 그치고 있어 아직도 많은 지역의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하는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것.

이러한 가운데 금천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증진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 자립생활센터 등 관계자들이 나서 정신장애인의 자립지원 방안에 대한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수급권 탈락 방지 위해 기초법 개정해야"=정신장애인 당사자인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는 "근로소득이 일정수준이 넘어서면 기초생활보장법에서 정하는 수급권자에서 탈락한다"면서 "기초법을 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구조는 정신장애인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면 수급비용을 한 달에 50만원 정도를 지급 받는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이 일을 해 30만원 가량의 근로소득을 얻게 되면 수급권자에서 탈락하게 된다.

즉 수급권자들은 일을 해 근로소득이 생기면 수급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있다는 것. 적은 소득으로 간신히 살면서 일을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면 자괴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 주거의 문제 해결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정신장애인은 가족과 살면서 의식과 행동에서 종속관계에 놓이게 될 수 있고, 이는 당사자의 자생력을 자생력을 떨어트린다는 것.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정신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정신질환은 사람과의 관계단절에서 비롯되고 관계의 회복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정신장애인들은 가족과 함께 살게되면 부정적인 말을 듣거나 어린애 취급을 당하기 쉽다"면서 "죽이되든 밥이되는 가족과 분리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정신질환 증상이나 고통을 비롯해 어떤 상황의 중심에 서면 자신을 조망하기 어렵다. 평소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동료의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통해 자기를 점검해볼 수 있다"면서 "동료들과 만나고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활용하면 당사자에게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이상훈 센터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선결과제 '빈곤'=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이상훈 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의 빈곤이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상당히 심각해 지원마련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장애가구 전체의 1개월 평균 총 수입액은 224.9만원이다(2014년 장애인실태조사). 하지만 정신장애인은 179.6만원으로 총 수입액이 상당히 낮은 것.

또한 1개월 평균 장애인 개인 수입액의 평균은 장애인 전체가 96.3만원인데 반해 정신장애인은 38.1만원으로 절반도 채 안된다.

여기에 정신장애인의 국민연금가입률은 전체 장애인 가입률(35%)의 절반 이하에 머물러 앞으로 빈곤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한 경제적인 기반이 마련되지 못하면 정신장애인은 시설이나 입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원해 있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입원지속의 이유가 치료나 재활목적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자립기반이 없는 것을 주된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 앞에 놓인 돌은 빈곤만이 아니다. 낮은 취업률도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율이 전체장애인보다 낮고 실업율은 전체 장애인보다 높다는 것.

전체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9.01%(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인데 비해 정신장애인은 13.85%로 절반도 채 안되고 있으며 실업율의 경우에도 전체장애인은 6.25%인데 반해 정신장애인은 30%로 높은 실정이다.

이 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의 수입액은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낮다"면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의 보호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신장애인 지원 조례를 광역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을 하기 힘든 것은 약물복용 후 나타나는 잔여증상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쉽게 재발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정신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직업군 발굴과 이에 부합하는 직업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센터장이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의 선결조건으로 인식개선을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 인식개선 필요=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우리사회가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소장에 따르면 자립생활 초창기 신체장애인에게 물리적 환경개선이 최우선 과제였다면 정신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인식과 태도의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역 사건에서 확인했듯이 '정신장애인은 위험한 존재니까 격리돼야한다'는 인식이 일반화 돼 있다는 것. 심지어 기존의 장애인 사회 내부에서조차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게 현실이다.

윤 센터장은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면서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한다는 인식, 또 얼마든지 자립생활을 할 수있다는 기대 대가 만들어지면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이 정신장애인자립생활 지원방안으로 개인예산제와 개별유연화 전달체계 적용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개인예산제, 개별유연화 전달체계 적용=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제도로 꼽히는 개인예산제와 개별유연화 전달체계를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개인예산제는 개인의 욕구충족을 위한 예산범위가 정해지면 이 예산에 대한 통제권을 장애인이 갖고 집행 후 정산하고 정부에 보고하는 제도다. 이는 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는 개념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개별유연화 전달체계의 경우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적절한 환경에서 자신의 자원에 대한 선택과 통제권을 갖는 개념이다. 활동지원서비스의 고용권한을 넘어 개인이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의 구매가 가능하도록 예산권한까지 장애인이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개인예산제와 개별유연화 전달체계를 정신장애인에게 적용돼야 하는 이유는 정신장애인은 발달장애인과 같이 증세와 욕구가 매우 다양하고, 결국 집단단위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정신장애인의 자립이나 회복은 단편적인 약물치료나 입원을 넘어 환경과 상황변화를 통해 지원하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 "이를 위해서 보건복지법을 넘어 서비스에 대한 당사자의 통제권을 보장하는 개별유연화된 서비스 전달체계-개인예산제와 같은 새로운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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