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손모씨와 활동보조인.ⓒ에이블뉴스

인천 남구에 거주하는 손모씨(지체1급,42세)가 구청을 상대로 목숨 건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손가락 하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 손 씨에게 들려있는 건 ‘독거 활동지원 추가 급여 수급자격 중지’ 통지서와 총 5920만2170원의 부당이득 징수 통지서다. “너무 억울하고 괴롭습니다.”

17세 때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중증장애인 손 씨는 지난 2011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지원받았다. 최중증에 해당하는 1등급이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후부터는 자립생활도 시작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3개 호텔 중 한 건물 10층을 방 3개의 거주지로 개조해 독거로 세대 전입한 것. 1인 가구에 해당하는 활동지원 추가급여도 신청, 2013년 5월부터 매월 추가급여를 제공받았다. 기본급여, 추가급여 포함 총 431시간이었다.

자립 이후 손 씨의 부모는 그가 소유하고 있는 3개 호텔 중 바로 옆 건물 2층 객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령의 부모는 손 씨 호텔 로비에서 시간제 근무, 그리고 호텔 3층 식당을 운영 중이다. 자립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일상생활 공간만을 함께 공유할 뿐, 도움을 일체 받지 않았다.

“2013년까지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어요. 일을 하면서 어머님이 도움을 많이 주곤 했는데, 어머니가 그 무렵 몸이 안 좋아지시고, 허리 수술을 하시며 저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어요. 이후 자립생활을 시작했고, 독거로 등록을 한거죠. 일상생활을 호텔에서 지내지만 제가 거주하는 10층에는 올라오지 않으세요. 카운터 및 식당 운영에 바쁘시거든요.”

문제는 지난해 6월. 활동보조인 A씨의 서툰 보조로 불미스러운 일이 여러 번 발생했다. 휠체어에서 떨어져 팔과 다리를 다쳐 병원에 다니기도 했다. 얼굴 붉히며 싸운 일도 생겼지만, A씨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1년간은 조용히 참았다.

하지만 활동보조를 그만둔 A씨는 돌연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것을 봤다’며 인천남구청에 부정수급 신고를 했고, 얼마 후 구청에서도 현장조사를 나왔다. 그 결과 지난해 7월초 ‘독거가 아니다’라는 통지서가 날아온 것.

‘거주지는 방 3개로, 방 1개는 비워있고, 1개는 침대만 놓여 있어 최근에 짐을 옮겼다는 신고내용을 확인. 부모님은 같은 호텔 옆 건물 2층 객실 한 개에 가구와 옷가지 등을 옮겨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음. 같은 필지내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어 독거장애인으로 보기 어려워 추가지원 중지를 안내함. -인천시 출장결과 보고서 中-’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안내’에 따르면, 추가급여 ‘독거 기준’을 수급자가 주민등록상 1인 가구일 뿐 아니라 공단의 현지 확인 등을 통해 실제로도 혼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나와 있다.

손 씨는 주민등록상 1인 가구 일 뿐 아니라, 실제로 활동보조인만의 도움을 받아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공단의 현장조사 결과 독거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추가급여가 가능했다. 하지만 3년 뒤 구청의 현장조사에서는 “같은 필지내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어 독거장애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담당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얼마든지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1층에서 보면 당연히 부모님이 계실 수밖에 없죠. 호텔에서 일을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사업을 하고, 부모님도 일을 하시기 때문에 볼 시간도 많지 않거든요. 지금 호텔 사정도 어려워서 인건비를 줄이고자 부모님이 호텔 일을 더욱 많이 하고 계시는데, 건물에 함께 있다고 독거 인정이 안 된다니, 담당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참 황당하죠.”

3년간 손 씨의 손발이 되어준 활동보조인 B씨는 “부모님과 식사를 하는 것도, 방에서 잠을 자는 것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며 “손 씨가 독거가 아니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위)정씨의 침실, 싱글침대가 놓여있는 모습. 침대 옆 정씨의 업무 공간(아래)활동보조인이 쉴 수 있는 공간. 운전기사들에게 내어주는 빈 방.ⓒ에이블뉴스

부모 거주지를 ‘같은 호텔’로 표기한 것도 억울한 점이 많다. 같은 아파트나 같은 빌라라면 다른 호에 살고 있어도 동거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동거라고 판단된다는 점이다. 손 씨와 손 씨 부모는 다른 건물에 살고 있다. 주민등록상에도 주거지가 다르다.

“주소 상 제가 거주하는 곳이 86-14번지고, 부모님은 86-17번지예요. 호텔 이름도 다르고요. 관광객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 몇 년 전 주차장을 연결했거든요. 주차장이 연결된 것만 보고 한 건물이라고 생각을 한거죠. 근데 번지수도 다르고, 건물명도 엄연히 다른 거죠.”

‘방 3개 중 1개는 비워져있다’는 점으로 독거가 아니란 판단도 직업의 특성상 항변할 점이다. 중국 관광객들을 많이 상대하는 손 씨의 호텔 특성상 관광여행사 운전기사의 숙박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이 경우 손 씨는 자신의 거주지인 빈 방을 무료로 내어줬다.

또 호텔에 귀중품 등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서 보관할 안전한 장소도 필요했다. 단지 ‘방 3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독거를 판단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면이 가득하다는 주장이다.

“제가 싱글침대에서 거주하고 있고요, 나머지 하나는 활동보조인분들이 쉬는 침대가 놓여있는 방, 그리고 하나는 직업 특성상 운전기사 분들이 가끔 주무시거든요. 그래서 하나 비워둔거에요.”

어깨 밑으로 움직임조차 힘든 손 씨는 결국 7개월째 독거 추가급여가 중단된 상태다. 431시간이던 급여 시간은 158시간으로 급격히 줄었다. 인천시에 행정심판도 신청했지만, 두 차례나 기각 당했다. 고령인 부모님께 차마 도움 받을 수는 없었다. 결국 필요한 시간은 손 씨의 주머니에서 고스란히 나올 수밖에.

“활동보조로 받고 있는 158시간에 대한 자부담이 10여만 원 나오고요. 독거로 인정받지 못한 시간에 대한 자부담이 120만 원 정도 되요. 7개월째 내고 있고, 앞으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죠. ‘사업하니 여유가 되지 않냐’라고도 하시는데, 절대요. 요새 경기가 힘들어서 자부담조차도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활동보조를 안 받을 수 도 없고. 진짜 ‘울며 겨자 먹기’죠.”

현재 손 씨는 법무법인 태신 최보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 1월 중순 인천지방법원에 인천 남구청을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직 변론날짜는 잡히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손 씨의 속은 타들어간다.

“아주 답답해요. 저 혼자서는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어요. 허술한 독거 기준, 그리고 행정청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피해를 보는 분들이 저 혼자 뿐이겠어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반드시 이기고 싶어요. 제발.”

법무법인 태신 최보윤 변호사는 “활동지원 독거 기준에서는 주민등록상 구분, 현장조사로 확인하도록 돼있는데 근처에 사시고 건물에 보였다는 이유로 독거가 아니라는 자의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구에서는 주거를 손 씨의 건물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고 이에 따른 생활자금을 공유하고 있다는 세법적 기준의 판례를 들어서 독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행정청에서는 최초에 현장조사를 나와서 추가급여를 제공하고 나서 갑자기 ‘속였다’며 징수금을 통지한 불합리한 처사다.더욱이 행정절차법상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끝까지 싸워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천 남구청에서는 "독거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중지하고 환수 처리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손씨는 활동보조 기본급여 자체는 문제가 없다. 부모님과 있으신데 독거를 받고 있어서 중지된 것"이라며 "당사자는 억울하다 생각하지만 저희가 봤을 때는 독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는 곳은 주거지로 보기 어려웠다. 호텔에 방은 수 백개니까 객실 하나 두고 따로 산다고 할 수 있지 않냐"며 "제 마음대로의 판단이 아닌 객관적으로 조사해 판단한 결과다. 주민등록만 분리하고 같이 생활하는 것은 독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초 독거 신청을 두고서는 "국민연금공단에서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손씨는 독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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