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사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에 장애인활동지원법안 및 내년예산안 통과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여져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2010년 결산]-③장애인활동지원법

다사다난했던 2010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에이블뉴스는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010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올해 장애인계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세 번째 순서는 3위 장애인활동지원법이다.

장애인의 자립과 생존권을 위해 꼭 필요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내년 10월부터 법으로써 보장된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활동지원법)이 내년 10월 시행을 목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활동지원법 제정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하루 빨리 활동보조서비스를 법적 권리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반면 장애인계는 “장애인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활동지원법을 둘러싼 정부와 장애인계의 갈등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진다.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의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추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지난 2007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통과시키면서 장애인장기요양제도의 도입대책을 마련하라는 국회 부대결의에 따라 공청회, 시범사업 등을 통해 도입 방향을 잡아왔었다.

1차 시범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간 전국 6개 지역 53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후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는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아닌 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제도 도입 및 법안을 마련하기로 결정됐다.

복지부는 11월부터 5개월 간 7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2차 시범사업의 실시 계획을 전했다. 2차 시범사업에는 기존 실시된 바 없는 주간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는데, 이는 한층 더 본 사업과 유사한 형태로 실시해 법적 도입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증한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2차 사업이 시작되지도 않은 9월 17일 돌연 장애인활동지원법을 입법예고하고 10월 8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장애인활동지원법은 당초 기획재정부와 2012년 도입을 목표로 논의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에 따라 갑자기 도입 시기가 앞당겨졌다.

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법률을 살펴보면 대상자는 혼자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으로 정해졌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본인부담금은 최대 15% 한도 내로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180시간에 최대 21만 6천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기존 활동보조서비스가 4~8만원 범위내로 정해진 것과 비교하면 대폭 인상된 수치다.

급여종류는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간보호, 기타 재가급여 등으로 정했다. 주간보호는 시범사업에서 시행된 적이 없는 급여였기 때문에 의외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권리보장을 위한 공동투쟁단이 11월 23일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장애인활동지원 권리쟁취를 위한 투쟁을 선포했다. ⓒ에이블뉴스

이 같은 복지부의 행보에 장애인계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배제한 법률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장애인계 입장이었다.

장애인들은 기존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해 꾸준히 자부담 및 대상제한 폐지를 요구해왔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11개 장애인단체 및 정당이 참여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을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중증장애인이 누구인가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1급 장애인’에게만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대상자를 모든 장애인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인부담금 및 서비스 상한시간 제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29개 장애인단체가 연대한 ‘장애인자립생활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이 법은 장애인 자립을 위한 법이 아닌, 자립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벽”이라며 활동지원법을 전면 거부했다.

이 같은 장애인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국 정부와 장애인계의 이견으로 둘러싸인 장애인활동지원법이 국회의 선택 기로에 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민주당 박은수 의원과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정부의 활동지원법에 반하는 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에 따라 상임위에는 정부안-박은수안-윤석용안 등 모두 3개의 활동지원법안이 놓였다.

박은수 의원안은 장애등급에 관계없이 모두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본인부담금도 전액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윤석용 의원안은 18세 이상의 성인 장애인을 지원 대상으로 했으며, 본인부담금은 박은수 의원안과 마찬가지로 전액 정부 등이 부담하도록 했다. 특히 활동지원급여 중 주간보호를 삭제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인계 및 장애인당사자 의원들의 반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법은 12월 8일 정부안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만으로 정족수를 채운 가운데 본회의가 열렸고, 장애인활동지원법이 포함된 24개의 예산부수법안 및 내년도 예산안이 직권상정 돼 단독 표결 처리됐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의 법률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정부가 만든, 정부에 의한, 정부 예산에 맞춘 장애인활동지원법이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박은수(민주당) 의원, 곽정숙(민주노동당) 의원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을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장애인활동지원공투단)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활동지원법에 대한 전면 개정을 촉구했다. ⓒ박은수 의원실

장애인계와 야당 장애인당사자 의원들은 “장애인활동지원법을 날치기 통과한 주역인 한나라당과 정부는 장애인계에 정중히 사죄하고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전면개정에 즉각 동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복지부 진수희 장관에게 ‘2010년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사업’ 및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과 관련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의 대상자 및 이용시간 등을 확대해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장애인활동지원법 등을 포함한 각종법률안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둔 상태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법적 권리로 만들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경감하겠다”며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제정 의미를 강조해 온 정부. 정부의 말대로 장애인활동지원법이 장애인의 생존 권리를 보장하는 진정한 법적 효력을 발휘해 낼 수 있을까.

현재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추정되는 장애인은 35만 명. 하지만 내년 10월 시행될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예산은 776억 5,800만원으로 중증장애인 5만 명만이 월 평균 69만 2,000원의 급여량을 지원받게 된다.

결국 법 제정에 따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여, 활동보조서비스가 없는 장애인들은 내년에도 변함없이 생존의 기로에서 허덕이며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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