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운동중인 김태영씨. ⓒ박준규

최근 들어 탈시설을 외치는 장애인들이 늘어났고 정부를 향해 체계적인 관련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자립생활자체가 삶의 큰 의미’라고 말하며 ‘6년 전부터 자유를 찾았다’는 뇌병변2급 장애인 김태영(남·30) 씨를 만나 그의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지난 6일 현충일 이른 아침 김 씨가 살고 있는 강릉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향해 운전대를 잡았다. 3시간여를 달려 강릉에 도착하여 ‘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고민지 씨와 동행해 김태영 씨가 살고 있는 곳으로 다시 출발했다.

김태영씨가 거실에서 컴퓨터 작업 중이다. ⓒ박준규

잠시 후 강릉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한 임대아파트에 도착했고 마침 김씨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것을 본 것이 이 날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13평 짜리 아파트였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어. 작은 침실용 방 하나와 거실 겸 작업실 겸 운동할 수 있는 거실과 욕실, 싱크대 까지 한 두 명이 살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잘 정돈된 싱크대. ⓒ박준규

김씨는 뇌병변2급 장애를 갖고 있으며 언어장애와 손과 다리의 장애가 심한 편이다. 또한 얼마 전부터 목 디스크 진단을 받은 뒤 그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어 주변인들의 걱정도 많은 상태다.

그동안 4년에 거쳐 체험홈 생활을 하다가 현재 영구임대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한지 햇수로 2년째라고 한다. 부모님과 형이 두 명이 있으며 막내로 태어나 24세까지 가족들과 살다가 독립을 하고 싶어 24세 때 체험홈에 입소하고 얼마 후 임대아파트 청약신청을 해 4년 만에 분양 받아 작년에 입소해 지금껏 혼자 생활 중이라 한다. 학업은 일반인들이 다녔던 직업전문학교 교육을 받았다고.

현재 생활비는 기초생활급여와 장애수당을 받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 달에 27시간 씩 가사간병(활동보조인)서비스 받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목 디스크가 심해져 김씨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다며 걱정을 한다. 이날 만나본 그의 행동은 주위 사람들마저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주변인들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걷다가 넘어지는 게 일쑤라고 하며 전에 욕실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는데 병원 가서 검사를 해보니 뇌 일부에 물이 찬 상태로 검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언어장애도 더 심해지고 균형감각도 둔해졌으며 앉았다가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느낀다고 말 할 정도로 요즘 그의 건강상태는 최악이다. “전에는 버스타고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다녔고 했는데 이제 못해요. 전에는 샤워도 제 손으로 했는데 이젠 안 되고요”라고 더욱 불편한 몸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꿈이 있어서 “저 같은 뇌병변장애인들은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자립생활에 도전하는데 동기부여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하며 자신의 꿈에 대해 밝혔다.

자립생활을 하며 힘든 점이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라고 답했으며 자립생활을 하려는 장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 하는 질문에는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장애인(자식)을 평생 책임 못져요. 그러니까 자립생활을 하시려는 장애인분들이 계시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용기 내여 자립생활에 도전하시라고 꼭 말하고 싶어요. 자립생활자체 우리에겐 큰 의미니까요”라고 자립생활의 중요한 의미를 강조했다.

몸은 아파도 자립생활에 대한 남다른 애착

이날 만나본 김씨의 건강상태는 앞서 밝힌바와 같이 매우 안 좋은 상태로 현재 장애등급이 2급이라서 활동보조인의 서비스 시간 역시 매우 부족한 현실이었다. 얼마 전 1급을 받기 위해 장애등급재신청 서류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의 건강상태가 이렇게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립생활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게 비춰졌다. 쉬운 예로 그가 거주하는 집부터 시작해 그의 손길이 닿는 것들은 모두 깨끗하게 정리정돈 돼 있다. 요즘 활동보조인의 손길도 한몫 했을 터이지만 그의 지인들 말에 의하면 체험홈에서의 활동시기부터 깔끔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는 “자립해서 혼자 살 수 있다는 기쁨과 기대 때문”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장애인자립생활시설(탈시설)에 대한 각 제도들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는 것은 사회복지전문가들이 아닌 일반국민들이 보기에도 알 수 있다. 마침 시기에 맞춰 장애인계에서도 탈시설 관련법들을 마련하라고 촉구 중이다.

자립생활을 꿈꾸며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과 탈시설 관련법 등 법적인 틀이 안정화 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하루빨리 선진국 수준의 복지서비스가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며 현재 건강상태의 악화로 고생중인 김태영 씨에게도 이런저런 좋은 일들이 이어지길 희망해 본다.

*박준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가평자치신문사 프리랜서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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