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자세를 변경하고 있는 김광성 씨. ⓒ에이블뉴스

“하루 4시간으로는 살 수 없는데, 나보고 삶이 아닌 죽음을 택하라는 말로 들리네요.”

4년 전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며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김광성(66·지체장애 1급)씨는 만 65세 생일이 되는 오는 5월 15일이면 자립생활을 그만둬야한다. 만 65세 미만이라는 나이제한에 걸려 더 이상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23년 전 일어난 교통사고로 경추 5번과 6번을 다쳐 사지가 마비되는 장애를 입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4년 전까지 부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는데 자신의 치료비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점상을 운영하는 아내가 점점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김 씨는 이혼이라는 쉽지 않은 결심을 해야 했다.

“계속 같이 살다간 아내한테 큰 일이 생길 것 같았어요. 가정도 파괴될 것 같고….”

가족 곁을 떠난 김씨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한 절에 들어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곳에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때마침 정부에서 장애인활동보조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소리를 듣게 됐고, 김씨는 자립생활이라는 큰 꿈을 품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자립생활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제한적인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은 오히려 김씨의 자립생활 의지를 꺾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김 씨를 도왔던 수많은 손길이 있었기에 자립생활이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4년 동안 자립생활 실천하며 살아왔다.

현재 김 씨는 독거장애인 특례로 정부에서 180시간, 와상장애인 특례로 서울시에서 50시간 등 총 23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다. 여기에 치료차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갈 때 가정도우미 6시간이 추가로 지원된다.

와상장애인인 김씨는 욕창을 방지하고, 혈압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변경해줘야 한다. 현재의 활동보조서비스 시간만으로 자립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다.

그래도 자립생활을 선택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김씨. 하지만 얼마 전 5월이면 활동보조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되면서 고민에 휩싸였다.

현행 활동보조지침에 따르면 활동보조서비스는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1급 장애인을 이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행 지침에 따라 오는 5월 15일 생일이 지나면 김 씨는 더 이상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생일이 지난 후에는 김 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로 편입되는데, 장애를 가진 노인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는 김씨가 그동안 받아왔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하루에 4시간만 방문요양을 쓸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지죠. 또 지금보다 외출하기도 더 힘들어 질 것 같네요. 또 방광 세척 등 치료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이 부분도 걱정되고… 무엇보다 저는 요양이 아닌 자립생활을 하고 싶은데 정부는 나이가 됐으니 이제 자립생활을 그만 하라네요.”

김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복지부 장애인재활지원과는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우리에게 없다는 말 뿐이고 노인복지과는 시설요양도 있다는 말을 하네요. 그러나 전 시설에서의 요양이 아닌 자립생활을 하고 싶어요.”

김씨의 사정을 전해들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앞으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노인장기요양제도를 활동보조서비스와 중복수혜가 되게 하든지 아니면 장애인이라는 특성을 제고해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양을 늘리든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이번 일은 노인장기요양제도 대상에서 장애인을 제외했기 때문”이라며 “요양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요양을, 활동보조가 필요한 사람은 활동보조서비스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재활지원과 관계자는 “노인요양제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 그러나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김광성 씨에게 활동보조서비스는 단순한 도움이 아닌 삶의 일부이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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