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와 만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에 대해 알린 클락(Clark)박사(왼쪽)와 짐 볼드윈(Jim Baulwin, 오른쪽). ⓒ에이블뉴스

[기획 대담]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논하다-(하)

지난 1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권위자로 알려진 클락(Michal Charles Clark)박사와 짐 볼드윈(Jim Baldwin)씨가 내한했다. 클락 박사는 캘리포니아주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인 컨 지역센터(Kern Regional Center)의 대표이며, 짐 볼드윈씨는 베이커스필드 지적장애인연합회(BARC, Bakersfield Association for Retarded Citisen)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대전, 광주, 창원 등 4개 지역에서 개최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한·미 국제포럼’에 참여해 각 지역 장애인부모들에게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및 체계에 대해 알렸다.

에이블뉴스는 지난 3일 오후 4시 30분 코리아나호텔 2층 양식당에서 이들을 만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백종환 에이블뉴스 대표가 대담을 진행했고, 클락 박사와 짐 볼드윈씨, 발달장애인 당사자 쿠니(Cooney)씨 등이 함께했다.

대담 1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주거지원정책, 직업과 소득 등이 다뤄졌고, 2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결혼,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법 랜터만 법률(Lanterman Act) 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 대담에 참여한 쿠니(Cooney·39)씨는 발달장애인이자 뇌병변장애인이며, 영화배우 존트라볼타(John Travolta)가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설립한 영화 제작사 ‘조이 트라볼타’(Joey Travolta)에 소속된 교육기관에서 다른 발달장애인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고 있다.

영화배우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가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설립한 영화 제작사 ‘조이 트라볼타’(Joey Travolta)에서 다른 발달장애인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쿠니(Cooney)씨. ⓒ에이블뉴스

백종환 : 쿠니씨는 결혼을 했는지?

쿠니(Cooney) : 아직 안 했다. 여자친구는 있다.

백종환 : 결혼 계획은 있나?

쿠니(Cooney) : 언젠가는 할 생각이다.

백종환 : 결혼을 하면 아기도 갖고 싶은가?

쿠니(Cooney) : 그렇다.

백종환 : 한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자녀가 아기를 낳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부모들이 불임수술을 시키는 일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쿠니(Cooney) : 우리 교육기관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굉장히 화가 난다. 다른 사람이 우리의 선택권을 뺏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종환 : 결혼하고 나서 아기도 훌륭하게 키울 자신이 있나?

쿠니(Cooney) : 그렇게 생각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나이가 같거나 더 나이가 많은 장애인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백종환 : 클락씨는 발달장애인 딸을 둔 부모인데, 부모로서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클락(Clark) : 우리 딸에게 좋은 사람이 생겨서 결혼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그녀의 선택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르면 된다.

백종환 :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자녀가 결혼을 원할 경우 미리 불임수술을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 발달장애인의 부모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클락(Clark) : 미국의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생각도 한국 부모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18세 이상의 성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고, 불임수술을 시키는 것은 인권침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법원에서 판사의 허락을 받았을 때 뿐인데, 미국의 판사들은 거의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짐 볼드윈(Jim Baldwin) : 우리 기관에서 지원하는 발달장애인들 중 많은 사람이 결혼 했고, 비장애인과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아기를 낳고 좋은 부모가 되어 잘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불임수술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백종환 : 발달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교육하는 체계가 있는지?

클락(Clark) : 그런 체계가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짐 볼드윈(Jim Baldwin) : 바크((BARC, 지적장애인연합회)와 같은 기관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훈련을 많이 받는다. 특히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서 만든 피플 퍼스트(People First)라는 단체가 있는데,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을 ‘발달장애인(The developmentally disabled)’라고 했는데, 지금은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People with developmental disabilities)’이라고 한다. 사람이 먼저고, 장애가 나중인 것이다. 그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특히 대학 등에서는 발달장애인이라고 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쿠니(Cooney) : 장애가 있는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비장애인들도 ‘어, 난 저거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하네, 그러니까 나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짐 볼드윈(Jim Baldwin) :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이 교육 등에 대한 훈련을 받아서 다른 발달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때 그 효과가 매우 좋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들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와 클락(Clark)박사, 짐 볼드윈(Jim Baulwin)씨 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 법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한국에는 장애인관련 법이 많이 있지만 발달장애인들 위한 별도의 지원법은 없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발달장애인 지원법인 랜터만 법률(Lanterman Act)이 있다고 들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한국의 장애인 부모들이 이런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담당 공무원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클락(Clark) : 우리가 갖고 있는 법과 체계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년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쟁한 결과다. 인권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아직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나는 이들이 아주 큰 일들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귀를 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우리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개선책은 무엇인지 등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미래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도울 것이다.

백종환 : ‘정치인의 귀를 열었다’고 했는데, 특별히 정치인의 귀를 열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클락(Clark) : 한 가지는 그 사람들에게 무엇이 올바른 일인지 자꾸 일깨우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짐 볼드윈(Jim Baldwin) : 한국은 전 세계에 인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나라다. 이런 인권활동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

백종환 : 한국의 장애인부모들은 랜터만 법률에 대해서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다. 랜터만 법률은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클락(Clark) : 지적장애, 뇌성마비, 간질, 자폐증상이 있거나 기타 지적장애와 유사한 장애가 있어 유사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이러한 증상이 18세 이전에 시작됐으며 평생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백종환 : 랜터만 법률의 핵심내용을 간략히 설명한다면?

클락(Clark) : 첫째로 발달장애인의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발달장애인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별적인 프로그램 계획(IPP, Individual Program Plan)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세 번째로 주정부가 이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 지원해야 할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인 컨 지역센터(Kern Regional Center)의 대표 클락(Clark)박사가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법 랜터만 법률(Lanterman Ac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 ‘얼리 스타트’ (Early start)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클락(Clark) : ‘얼리 스타트’ 프로그램은 아직 발달장애라고 할 수 는 없지만 발달장애의 징후를 보이는 0세에서 36개월 사이의 아기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유아들을 일찍 치료하기 시작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로 발달장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하다.

내 딸은 3개월이 됐을 때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나와 내 아내는 이후 3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 많은 정보를 배우고 딸이 잘 성장하도록 지원했다. 나는 그런 노력 때문에 현재 우리 딸이 상당히 높은 지능을 갖고 살고 있고 생각한다.

내 손자도 유아였을 때 움직임과 걷기 등이 매우 느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6, 7개월 후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훨씬 빨라져 이 프로그램을 중단하게 됐다.

백종환 : 캘리포니아의 경우 연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영·유아의 수가 얼마나 되나?

클락(Clark) : 우리기관에서는 약 700명, 캘리포니아 주 전체에서는 연간 약 3만 3,000명이 참여한다.

백종환 : 일본의 경우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로만 구성된 단체가 있고, 매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에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로만 구성된 자조적 단체가 있나?

클락(Clark) : 있다. 내가 알기로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발달장애인 단체가 피플퍼스트인데, 이 단체는 캘리포니아에 85개 지부를 갖고 있다. 이밖에 다른 단체들도 있다.

백종환 : 그 단체들은 어떤 일을 하나?

클락(Clark) : 함께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을 한다. 정보도 교환하고, 모임을 개최해 사교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단체들이 활성화되면서 5, 6년 전부터 큰 변화가 있었다. 그 전에는 발달장애인 지원과 관련해 정부가 요구할 사항이 있으면 우리가 정부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지금은 피플퍼스트에서 직접 간다. 그들 스스로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쿠니(Cooney) : 우리 영화제작사는 미국 최초로 발달장애인이 소유권을 갖게 된 회사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겠다는 신념을 갖고 단편영화 등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일을 하면서 장애가 있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장애가 있어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발달장애가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백종환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인터뷰가 많은 국내 장애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앞선 제도와 여러 가지 지원체계를 많이 전수해서 한국의 발달장애인들이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

클락(Clark) :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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