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지은씨가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인천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부부 오명진씨(41세, 뇌병변·청각1급)와 신지은씨(여, 34세, 뇌병변1급)는 매일 밤 고민에 신음하고 있다. ‘장애인이 무슨 애를 낳는다고‥’.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에도 지난해 11월 27일 보란 듯이 남자 아이를 출산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차라리..애를 지우시는 건 어때요?’ 여러 병원에서 출산과정에서 장애와 각종 질병의 문제로 진료를 거부했으며, 유산과 출산 사이에서 결정하는데도 수개월이 걸렸다. 7개월 만에 세상의 빛을 본 아이는 희귀성 호흡기질환으로 3개월 동안 병원 신세까지 져야했다.

현재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 이제는 괜찮구나.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안은 부부, 하지만 또 하나의 고민과 맞닥뜨렸다. 중증장애인 부부에게 ‘모‧부성권’은 없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8조에는 장애인 모‧부성권에 대한 차별 내용이 담겨있지만,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

실제로 정부에서 현재 장애인 모‧부성권과 관련 서비스는 겨우 3개다. 복지부에서 주체하고 있는 여성장애인 출산비용지원, 1~6급 여성장애인에게 1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장애인 모·부성권 관련 정책 및 서비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다음 출산가구에 대한 활동지원 추가급여로, 수급자 또는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6개월 동안 활동보조 기준 80시간의 추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파견으로, 저소득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산후조리, 자녀양육, 가사활동지원 등을 제공한다. 단, 이는 활동지원과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

일단 신씨 부부는 출산가구에 대한 활동지원 추가급여를 받았다. 아이를 생각해서는 추가급여 지급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았겠지만, 진통이 급격히 오는 응급상황을 위해서는 빨리 소진해야 했다. 이에 지은씨는 11월부터 추가급여를 받았으며, 이달 6개월의 기간이 끝난다. 이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혜택을 못 받는 것도 짜증나고, 장애인도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데. 왜 이렇게 우리를 궁지에 모는 건가요?”

다급한 마음에 주민센터, 구청, 협의체 등에 문을 두들겼지만, 이들 부부에게 돌아온 답은 “지원책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장애인도 아이를 낳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팻말을 든 장애인들.ⓒ에이블뉴스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지원받을 수 있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양육수당 포기는 물론, 본인부담금 월 60만원 수준을 납부해야 한다. 아이 키우기 만만치 않다는 세상이지만, 장애인 엄마에게는 잔인하다 못해 가혹하기 짝이 없다.

28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개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은씨는 “장애인은 아이를 갖지 말라는 겁니까? 정부가 원망스럽습니다. 정말 현재로써는 미치겠습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현재 아이가 5개월에 접어든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민정 활동가는 “어쩔 수 없이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 들러서 아이를 만나고 있다. 돌봄 서비스를 알아봤지만 본인부담금이 너무 높아서 부득이하게 맡길 수밖에 없다”며 “친정엄마가 다음 달 백내장 수술을 하시면 아이를 돌보기 힘들다. 막막한 현실”이라고 동감을 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장애 남성도, 여성도 부모가 될 권리가 있다. 이제 활동보조 시간을 늘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에 대한 전문적인 보육사 파견을 요구해야 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분명히 장애인 모‧부성권이 담겨있다. 장애인의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지원을 당당히 요구하도록 함께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개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돌잡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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