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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슈퍼맘’ 우린 매일 투사로 산다

축하 대신 꾸중…학교 편의시설 없어 ‘발동동’

“힘들고 고된 육아, 우리도 행복할 자격 있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12-01 17:41:09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여성생활문화연대 파란 주최 ‘장애여성엄마의 삶의 사례발표회’에서 눈물을 훔치는 발표자 함순옥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여성생활문화연대 파란 주최 ‘장애여성엄마의 삶의 사례발표회’에서 눈물을 훔치는 발표자 함순옥씨.ⓒ에이블뉴스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계속 헛구역질이 나서 불안한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샀다. ‘두 개다, 두 개’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이는 청각장애인 남편의 모습에 왜 기쁨보다 슬픔이 앞섰을까요. 아마 내가 중증 뇌병변 여성장애인이었기 때문이겠죠. 병원에서조차 축하는커녕,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냐. 피임도 안 했냐’고 된통 혼나기만 했습니다. 자기들은 애기 낳아서 잘 키우면서 왜 우린 안 된다는 걸까요?

시설에서 평생 살다 자유를 맛본 스물아홉의 신지은씨(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 후, 지난해 엄마가 됐다. ‘지워야 한다’는 주변 이야기에 풀이 죽은 채 찾았던 병원, 그 곳에서 아기 심장소리를 듣고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평생 먹어오던 근육이완제를 끊으니 찾아오던 몸 꼬임과 식은땀, 헛구역질까지 아이를 위해 참았다. ‘왜 피임을 안 했냐’, ‘수술하면 죽는다’ 별 소릴 다 들었지만 꿋꿋이 참았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병원에서의 ‘낳아보자’는 말에 눈물이 났다. “하늘의 선물이니까 받아야죠.”

7개월 만에 태어난 선우는 호흡기관련 희귀난치성을 판정받는 고비가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한 아이로 성장했다. 장난감 나팔을 불고 텔레비전 선반에 올라가는 ‘사고뭉치’ 선우를 바라보며 기쁘지만, 한편으론 중증장애인 부모에게 정부의 맞춤형 지원정책이 없어 앞으로의 육아전쟁이 두려워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날들이었어요. 비장애인들도 아이 키우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하지만, 부모가 모두 중증장애인인 우리가 아이를 낳았는데 저희에게 맞는 지원이 없다는 것이. 다른 비장애인 부모와 같은 수준의 지원만 받는다는데.. 다들 애를 어떻게 키우죠”

“엄마 아뿔싸가 뭐야?”, “응 알부자?”, “아니~ 아뿔싸!”

청각장애엄마 배현숙(한국청각장애인여성회)씨는 세 아들과 함께 ‘소리 없는 육아전쟁’을 치르고 있다.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가족 간의 깊이 있는 관계와 대화는 아직도 어려움이 크다. 엄마는 아이들의 입모양을 열심히 보고,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의 수화를 바라보며 사랑을 느끼지만, 이들의 대화는 하루 30분정도뿐이다.

“세 아들은 아기 때 옹알이를 하는 것부터 소리 감지를 하지 못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아기울음 알림기계로 판단하며 키워나갔습니다. 엄마인 나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소리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잘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한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요?”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여성생활문화연대 파란 주최 ‘장애여성엄마의 삶의 사례발표회’ 모습. 수화로 장애엄마의 삶을 이야기하는 청각장애인 배현숙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여성생활문화연대 파란 주최 ‘장애여성엄마의 삶의 사례발표회’ 모습. 수화로 장애엄마의 삶을 이야기하는 청각장애인 배현숙씨.ⓒ에이블뉴스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여성생활문화연대 파란 주최 ‘장애여성엄마의 삶의 사례발표회’에서 장애엄마들은 엄마로서 살아온 힘든 삶의 이야기를 나눴다. 발표자도, 듣는 청중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장애엄마들의 삶은 출산도, 산후 조리도 어렵다. 아이를 낳고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놀아주고…키우는 과정은 전쟁이다.

지체장애 박지주씨(장애여성생활문화연대 파란 대표)는 지면 보다 30cm 낮은 어린이집 현관 놀이터에서 아이에게 가까이 갈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그만 전동휠체어와 함께 바닥에 굴렀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1층 교무실에서 상담을 받은 적도, 운동장 입구에 거대한 화분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아이의 운동회를 멀리서 쳐다보기만 해야 했다.

“엄마, 부모님 참관 수업 와주면 안 돼?” 초등학교 3학년이던 당시 딸아이의 시무룩한 물음에 지체장애 함순옥씨(문화지대 장애인이 나설 때 부대표)는 아무런 답을 못했다.

“엄마가 가도 교실에 올라가지도 못하잖아..”, “아냐! 엄마가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것 같아!”

그 다음부터 순옥 씨는 교실에 올라가지 못해도 밖에서 교실을 올려다보며 응원했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의 눈에 띄인 순옥 씨는 따뜻한 배려로 참관수업을 1층에 있는 과학실에서, 3년 후에는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순옥 씨는 그간 이야기를 쏟아내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딸아이와 달리기를 하지 못 해 이모가 대신 뛰어줘서 1등을 했지만 어떤 엄마의 항의로 등수를 반납했던 일, 펑펑 울던 아이는 이어진 개인달리기에서 당당히 1등을 거머쥐었다. 대견했던 딸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한참 눈물을 훔치던 순옥 씨는 마지막으로 장애엄마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저는 이미 아이들이 다 컸지만, 장애를 갖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내야 하는 후배들을 위해 좀 더 폭 넓고 섬세한 제도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당사자들 장애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읍시다!”

아직도 왜 애는 가졌냐, 왜 낳았냐고 질책하실 건가요? 사람으로 태어나서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몸이 불편해도 아이를 갖고 싶고, 낳고 싶고, 기르고 싶고, 무엇보다 아주 잘 키우고 싶습니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나와 있습니다. 국가는 장애를 갖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슈퍼맘’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제도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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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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