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대표는 장애여성의 모성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모자보건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개최한 '여성장애인모성권 확보를 위한 정책발표회'가 진행되는 모습. ⓒ에이블뉴스

낙태를 강요당하는 장애여성의 모성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모자보건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24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성장애인모성권 확보를 위한 정책발표회-여성장애인 출산지원사업 현황 및 사례발표'를 갖고,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을 위한 정책 현황 점검 및 대책을 강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대표는 "우리사회에는 장애 조건으로 인해 아내나 엄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깊어, 장애여성이 임신을 하면 보통의 여성들처럼 축하와 격려를 받지 못하고 가족 내 골칫거리고 부각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내가 임신을 했을 때 시댁식구 중 한분이 '기분이 참 묘하겠네'라고

말하더라. 또한 내가 한번도 부탁한 적이 없음에도 가족들은 내 아이의 양육 짐을 떠앉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장애여성들의 결정권은 무시되기 쉬우며, 양육 과정에서도 엄마의 선택권과 통제권은 묵살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애여성의 임신이 가족의 부담으로 인식되는 사회 속에서 장애여성이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낙태 권유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

실제 장애인실태조사(2008)에 따르면 장애여성의 유산 경험은 48.7%였으며, 주위의 권유로 인공임신 중절을 선택하는 경우가 22.9%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이같은 상황은 인구를 억제할 목적으로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이 형법상 엄연히 범죄화돼 있는 낙태를 사실상 허용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로 인해 장애여성은 자신과 같은 장애아를 출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며, 사회적 편견에 의해 결정권을 침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대표는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삭제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5항도 장애여성에게는 독소조항이 되고 있음을 감안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1항은 '본인 및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로, 5항은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임신이 모체의 생명에 위험을 준다면 낙태가 허용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이 장애여성의 모성권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터울수 조절, 경제적 이유로 장애여성 의지와 관계없이 낙태를 강요하게 된다"며 진정한 모자보건법이라면 모체를 보호하기 위한 낙태 허용의 차원을 넘어 모성을 지키려는 장애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한 의료 및 양육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쪽으로 발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장애여성 친화적 전문병원 설립 필요 ▲모성권 실현을 위한 상담지원체계 및 교육프로그램 구축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명숙 상임대표의 '여성장애인 출산지원사업 현황으로 본 모성권 실태', 세계사이버대학 오상진 사회복지과 교수의 '여성장애인 모성권 정책현황 점검', 전남여성장애인연대 이미진 회원의 '여성장애인 모성권 확보의 어려움과 해결방안' 등의 주제 및 사례 발표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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