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를 위한 임신·출산 매뉴얼 ‘40주의 우주’ 표지. ⓒ국립재활원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6조에 담긴 문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장애인 부부는 임신과 출산, 양육과정에서 사회적 편견, 정보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립재활원,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장애인 부부를 위한 임신·출산 매뉴얼 ‘40주의 우주’를 제작·발간했다. 책에는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40주의 시간 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기다려야하는지에 대한 의학정보가 담겼다.

이 가운데 장애인 부부가 임신·출산 시 눈여겨봐야 할 정보들을 Q&A로 정리해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Q: 엄마의 장애가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A: 많은 장애인이 본인의 장애 때문에 장애를 가진 아이를 출산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전성 질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장애인 부부에게서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추정인구 267만명 중 5.4%정도만 장애아동을 출산했다. 전체 장애추정인구 중 88.1%는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다. 후천적 장애가 있다고 해서 태아기형이나 자궁 내 태아 사망등의 위험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즉 대부분의 장애인 부부, 가까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임신을 가연스럽고 아름다운 일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Q: 선천성 장애는 모두 유전되는가?

A: 선천성 장애가 모두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선천성 장애는 말 그대로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다는 뜻일 뿐이다. 이를테면 임신 중 엄마가 풍진을 앓은 후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날 경우, 이를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다는 의미로 선청성 장애로 분류한다.

이런 선천성 장애는 임신 중 있었던 사건의 원인일 뿐 엄마나 아이의 체질과는 아무관련이 없다. 이 아이가 자라 엄마 또는 엄마가 될 때 아이에게 같은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선천성 장애의 원인이 아이의 체질, 즉 염색체 이상, 유전성 증후군 등일 경우 유전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그것이 반드시 아이의 장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필요한 경우 임신 초기검사를 통해 유전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Q: 지적장애는 유전되는 게 아닌가?

A: 지적장애는 환경적 유전적 영향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원인은 유전과 관계없는 음주(태아 알콜증후군)이며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나는 다운증후군은 유전이 되지 않는다.

Q: 척수장애인 여성이 임신 전 특별히 준비할 것이 있나?

A: 보통 척수장애를 가진 여성은 임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사실은 아니다. 여성이 척수손상을 가진 직후 절반정도는 일시적으로 생리가 멈추는 무월경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6개월 내에 정상적으로 생리를 시작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척수장애인인 여성은 문제없이 임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임신 초기에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해 현재 복욕하는 약물이 태아에게 안전한지 확인하고 적절한 약으로 바꾸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게 좋다.

또한 출산 시 배의 힘이 약해 제왕절개를 하고 자연분만 시에는 처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게 좋다.

Q; 뇌성마비장애인 여성이 임신 전 특별히 준비할 것이 있나?

A: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여성은 아이를 낳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세나 운동이상이 겉으로 많이 드러나는 만큼 장애가 심한 것처럼 보이고, 그만큼 임신과 출산이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비 부위와 정도에 따라 안전한 체위로 성생활을 하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만약 강직 등 장애와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경련을 막는 약을 먹고 있다면, 임신 전 부부가 함께 상담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게 좋다.

반드시 의사와 함께 복용 중인 약을 점검하고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약의 처방을 바꿔야한다. 뇌성마비장애가 있는 여성은 임신으로 체중이 늘어나면 신체활동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휠체어를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지면서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도움받을 방법을 미리 마련해두는 게 좋다.

Q: 고혈압 있는 장애여성은 임신 전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A; 고혈압이 있는 여성은 임신하기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 현재의 몸 상태를 알아보고 치료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면 임신중독증이 나타나기 쉽고 태반 조기 박리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조산이나 태아 사망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임신부에게도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증이 나타날 수 있고, 신장에도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몸의 변화를 잘 알아두고 염분이 적은 음식을 먹으며 체중 관리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면서 출산할 때까지 안정을 취해야하며 고혈압 약 중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계열 또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 약물은 임신부가 먹어서는 안 되는 약물이므로 미리 태아에게 안전한 고혈압약으로 바꾸어야 한다.

Q: 당뇨병이 있는 장애인 여성은 임신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A: 당뇨병이 있는 여성 또한 임신을 준비할 때는 계획을 세우기 전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임신부의 혈당이 높으면 아기가 너무 크게 자라거나(거대아), 자연유산, 선천성 기형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신생아 저혈당, 자궁 내 태아 사망, 신생아 사망의 위험도 높아지며, 아이가 청소년기에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을 겪기 쉽다. 그러므로 당뇨병이 있는 여성은 임신하기 전부터 혈당을 가능한 한 정상에 가깝게 조절해야 한다.

또 신장의 세포와 혈관이 손상되어 기능이 떨어지는 당뇨병성 신증이나 눈의 혈관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당뇨병성 망막증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는 임신부에게는 임신중독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Q: 유전 진단은 어떨 때 하나?

A: 유전질환이 있는 부부가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면, 유전진단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부부에게 유전질환이 있다면 습관성 유전이나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유전진단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 적어도 1명이 유전성 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경우, 자녀 중 1명에게 심각한 선천성 장애가 있는 경우, 두 번 이상 유산한 경우, 유전적 이상 또는 생리학적 증후군이 있었던 태아를 사산 또는 유산한 경우 해야한다.

다만 유전 진단을 결정할 때는 충분히 상담하고 검토해야 한다. 검사 결과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전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의학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과 아이에 대한 유전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스스로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가족이나 보험회사, 누군가의 압력 때문에 유전 진단을 받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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