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척수장애인과 악의 통증”이라는 주제로 2021년도 제1차 척수플러스 포럼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척수장애인 10명 중 8명이 통증을 경험하지만, 통증의 원인이나, 효과적 치료가 없이 그저 마약성 진통제로 하루하루 생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당사자는 “매일매일 조여오는 통증으로 잠을 못 자 미칠 지경”이라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척수장애인과 악의 통증”이라는 주제로 2021년도 제1차 척수플러스 포럼을 개최했다.

많은 척수장애인은 심각한 수준의 통증을 경험하지만, 원인이나 효과적인 치료에 대해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각각이 경험하는 통증의 정도와 증상이 매우 다양하므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척수 손상 관련 통증의 분류체계가 없는 현실.

서울북부병원 재활의학과 김동구 센터장.ⓒ유튜브캡쳐

■80%가 만성 통증 호소, 완전 해소 어렵다

서울북부병원 재활의학과 김동구 센터장은 척수 손상 후 통증은 매우 흔한 문제로, 척수장애인 80%가 만성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약 30%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통증을 겪고 있으며, 삶의 질 저해는 물론 우울증과도 연관돼 있다는 것.

척수 손상 상부에서는 근골격계 통증, 휠체어 사용 등으로 인한 어깨통증(회전근개 충동 증후군), 손 과사용 등으로 인한 손목터널증후군 등에 시달린다.

척수 손상 부위에서는 움직임에 의한 통증 증가, 경수 장애인의 어깨 통증 및 어깨뼈 주위 통증, 따로 동그랗게 돌아가며 조이는 느낌 등 경계통을 호소한다. 손상 하부에서는 다리, 사타구니, 외음부 등 지속적으로 화끈거림, 압박, 시림 등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 센터장은 “정신적 스트레스, 날씨 등에 의해 더 힘들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주변에서는 꾀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척수장애인에게는 정말 힘든 통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랜스퍼나 휠체어 생활을 하는 척수장애인이 몸을 들어 올리는 동작 시 어깨 관절에 가해지는 힘은 경사로를 오를 때 힘의 2배, 평지를 다닐 때 힘의 3배 정도 수준이라고 했다.

이에 어깨 과사용으로 인한 통증 예방을 위해 ▲체중 감량 ▲균형 잡힌 어깨 근육의 강화(짧아진 어깨 앞쪽 근육: 스트레칭, 약해진 어깨 뒤쪽 근육: 강화) ▲유산소 운동(상지 운동기, 핸드사이클) ▲이동 시 휠체어파워 어시스트 장비 사용 등을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신경인성 통증의 경우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며, 완전히 사라지게 하기는 어렵다”면서 “통증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인 경우 경구 약물을 사용해 복용 전보다 통증이 좀 줄어 일상생활에 도움 되는 정도로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척수장애인 당사자인 임규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본부장.ⓒ에이블뉴스

■진통제 없이는 못 견뎌, 하루하루가 ‘공포’

척수장애인 당사자인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임규오 본부장은 1989년 군 제대 직후 교통사고로 인해 흉수 10번이 손상됐다. 여러 번의 수술과 재활, 스포츠를 통한 사회복귀 노력을 계속했지만, 손상된 몸은 더 악화되고 반복적인 파열로 수차례 수술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임 본부장이 지금까지 받은 수술은 총 5차례로, ▲12년전 목디스크 수술 ▲6년전 오른쪽 회전근개 파열 수술 ▲3년전 왼쪽 회전근개 파열 수술 ▲2년전 양쪽 팔꿈치 수술 등이다.

임 본부장은 “현재 심각한 통증까지 동반돼 강한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하루를 보내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유 없이 아랫배 방광 오른쪽부터 발생해 길게는 온종일 불규칙한 강한 통증은 ‘공포’ 그 자체다. 그에게 진통제는 ‘생존’이다.

현재 임 본부장이 복용하는 약은 ▲향정신성 진통제 노스판패취 10mg ▲아이알코돈 5mg ▲펜타듀르패취 25mg ▲리리카캡슐 150mg ▲울트라셋정 ▲신경안정제 알프람 등이다.

임 본부장은 “초등학교 시절 맹장 수술한 부위가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너무 심해서 온종일 시달리고 있다. 반복적이고 점점 짧은 주기로 찾아오는 통증은 매일매일 조여오는 삶의 회의감이 들 정도”라면서 “수년간 약을 복용했지만, 잠을 못 자는 시간이 계속돼서 사람이 미칠 지경이다. 그저 척수 손상으로 인한 막연한 소견으로 우울증까지 시달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제가 복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는 부작용이 커서 암환자를 제외하고는 장기복용과 고용량 처방이 불가하다고 한다. 의학계에서도 오남용 문제를 지적하며, 약물 의존성이 강한 환자에게 마약성이 적은 약을 처방하도록 가이드라인만 만들어져 있는 현실”이라면서 “오남용 걱정은 이해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삶의 질 아니겠냐. 죽을 때까지 웃으면서 살고 싶다”고 당사자의 현실을 토로했다.

임규오 본부장의 통증 강도는 7 수준으로,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의 고통과 비슷하다.ⓒ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에 임 본부장은 통증으로 인한 의료비 지원과 체계적인 치료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매일 그를 고통 속에 몰아놓는 통증 강도는 6, 7로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의 통증 강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2형에 해당한다.

임 본부장은 “4월 13일 장애인복지법 하위법령 시행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도 지체장애 등록이 가능하다고 해서 의료비 감액이 될 줄 알았지만, 단순히 장애등록 뿐이더라”라면서 “현재 비급여로 약을 받고 있다. 중복장애로 인정돼 통증으로 인한 의료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억누르는 일시적인 효과가 아닌, 호전될 수 있는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 스스로 약물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의료진의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임 본부장은 “강한약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척수장애인들이 통증에 시달리며 마약성진통제로 통증을 당장 억누르는 효과가 아니라, 호전될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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