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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당사자들이 그린 ‘건강법’ 하위법령

건강검진 자폐·척수 우선, 여성장애인 여의사만

설문조사 토대 초안 발표…“구체적·보완점 고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10-13 17:39:27
내년도 12월 시행을 앞둔 장애인 건강권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을 두고, 장애계에서의 기대는 매우 크다. 현재 정부가 구체적 내용의 하위법령 마련을 준비하는 가운데, 당사자들이 직접 설문조사에 참여, 마련된 하위법령 초안이 마련돼 관심이 모아졌다.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당사자건강권보장위원회 주최 ‘장애인당사자 중심의 건강권의료접근성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하위법령 초안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내년도 시행을 앞둔 ‘장애인 건강권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법)’의 하위법령 작업을 위한 설문조사로, 지난 8월15일부터 24일까지 총 31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장애인건강법? ‘의료비지원’ 절실=먼저 조사 응답자는 노인보다는 청년과 중년층으로 주로 분포돼 있었으며, 이중 장애인은 55.9%로 174명이다. 장애인 중 자폐성장애인이 37명으로 21.3%를 차지,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이 각각 17.8% 등이었다.

이는 장애인부모들이 건강권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등급으로 보면, 1급이 61%, 2급 20.9%, 3급 10.5%로 주로 중증장애인이 차지했다.

최근 1년간 외래진료 서비스를 받은 횟수는 6회 이상 이용한 사람이 48.3%로 높았으며, 입원 횟수는 1년간 ‘없다’는 응답이 76.4%를 차지했다.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 서비스는 41.4%로 상당수가 장애로 인해 지속적으로 병원을 이용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월 평균 진료비는 1만원 미만이 21.3%, 1만원에서 1만원 미만 18.6%, 10만원에서 30만원 미만 10.6%, 30만원 이상이 20.7%로 장애인간에도 차이가 났다. 현행 의료서비스에 대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61.6%로 높았다. 이를 위한 해결 과제로는 1순위로 장애인 전문병원 증설, 건강보험 확대적용 등을 꼽았다.

장애인건강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의료비지원사업이 22.8%로 가장 많았으며, 접근성 보장 편의 제공 17%, 건강검진사업 14.8%, 건강관리사업 12.5% 순이었다.

장애인건강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대한 의견에서는 장애인 검진사업의 경우 장애인 특별검진의 범위가 정해져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으며, 이 대상은 장애유형별로 시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답이 많았다. 주기에 대해서도 일반 건강검진 주기와는 달리 장애 특성을 고려해 정하기를 요구했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의료비 지원 등의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33.3%로 가장 많았다. 또한 의료적 지원만이 아닌 환경적, 개별적 편의제공 등의 요소를 감안한 개별지원이 28.1%에 달했다.

방문 진료 대상자 선정에 대해서는 장애유형과 장애인의 판단에 따라 해야 한다는 의견과 주기는 3개월 또는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치의 자격에 대해서는 장애 유형을 잘 아는 전문의로 해야한다는 의견이 65.9% 였다.

아울러 장애인건강법 시행 관련 장애인단체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 사업이 31.3%로 높았으며, 건강교육과 홍보사업, 취약환경 개선 사업, 소비자 운동 등의 순이었다.

■당사자 담긴 ‘건강법’ 하위법령 초안=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서 총장은 하위법령 도출을 마련했는데, 당사자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먼저 건강검진 사업에서 그 대상은 평균 수명이 가장 낮고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자폐성장애나 뇌병변장애, 척수장애를 필수적으로 포함시키고 기타는 복지부 장관 재량으로 추가토록 했다. 건강검진 주기는 20세 개시해 2년마다 실시하되, 발달장애인은 나이와 무관하도록 했다. 단, 위험군이 높은 척수장애인, 뇌병변장애인은 매년 하도록 했다.

건강관리사업의 대상자는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 선정토록 했으며, 프로그램은 재정적 지원, 교육적 지원, 정책적 지원, 사회적 지원, 개발적 지원으로 나눠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특히 여성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항목도 열거해 누락되지 않도록 했다. 여성장애인은 여성전문병원에서 여 의사가 맡도록 했으며, 여성장애인 산후조리원 운영을 명시했다. 종사자는 별도로 교육을 이수토록 마련했다.

방문진료의 경우 주치의를 두는 경우 주치의 처방에 의한 진료, 없는 경우는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처방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특히 필요한 장애 유형은 처방 없이도 서비스를 이용토록 한 점이 특징이다.

주치의 자격은 모든 의료인으로 확대했으며, 장애인단체 등에서 실시하는 인권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서인환 총장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보다 현실성 있게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다수의 의견을 따르거나 여러 의견을 모두 반영할 방안을 찾은 것”이라며 “특징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다수 참여해 건강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토론자들, “하위법령 공감” 구체적 명시 필요=이 같은 하위법령 초안에 장애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감을 표하며, 구체적으로 고려돼야할 사항을 조목조목 짚었다.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는 “여성장애인 산후조리원 운영을 명시했는데 오히려 산후조리파견업으로 하는 것은 어떤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여성장애인 특성상 좀 더 시간이 길게 제공되고 집이라는 앞으로 육아가 계속될 환경에서 케어를 받는 편이 좋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 교수는 “주치의 제도에 대한 역할이 명확해야 된다. 단순 건강관리나 건강 위험도를 체크하는 역할이 아닌 해당 장애인에 대한 헬스매니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제도 마련이 필요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자격규정도 장애인식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는데 의과대학내 교과목이 마련돼서 모든 예비의사들이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고명균 사무처장은 “초안에 제시된 발달장애인은 연령과 무관하게 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자폐성장애인이 월등히 높은 의료비 지출, 장기입원도 비중이 많기 때문”이라며 “아쉬운 점은 발달장애인의 건강문제인 정신건강, 치아건강, 비만이 강조된 조항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사무처장은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발달장애인이 겪는 불편 해소 조항도 필요하다. 실태조사를 봐도 발달장애인이 차별 당하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잘 가지 못하는 부분을 해소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이정자 관장은 "청각언어장애인의 경우 병원진료나 치료시 의사소통의 한계로 면밀한 진료와 치료가 어렵다.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의료정보에 대한 탐색이 어려워서 가족과 소통하면서 오진이나 치료 지연 등의 우려가 있다"며 "의료진의 청각장애인 이해 교육이 필요하고 차트를 달리해서 호명 시 문자 통보나 글 사용, 느린 입모양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구체적 내용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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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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