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인구 5%를 차지하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에 비해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보건의료서비스가 필수지만, 높은 의료비로 인한 가계부담, 즉 ‘메디컬푸어’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

특히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 및 희귀난치성질환자 등의 본인부담금을 경감해주는 산정특례제도가 적용되고 있지만 의료비 ‘폭탄’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높은 의료비에 시름 대던 장애인당사자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각 장애유형별로의 의료비 현실을 털어놨다.

24일 토론회에 참석한 화상환자자조모임 소속 오찬일씨.ⓒ에이블뉴스

■화상장애인 보습제, ‘화장품’이라고요?=화상으로 인해 지체장애4급을 판정받은 화상환자자조모임 소속 오찬일씨는 화상장애인들의 높은 의료비 현실을 털어놨다. 오씨는 10년 전 사고 이후 총 28번의 수술을 거쳤으며, 올해도 2번 정도의 수술을 앞두고 있다.

현재 화상장애인들은 2010년부터 산정특례제도에 적용되지만, 적용 기간이 사고 후 1년6개월만이다. 오씨는 "화상환자의 경우, 계속적으로 수술을 반복해야하는데 1년 6개월만을 적용할 수 있어서 의료비 부담이 크다"며 "실질적으로 수술, 치료기간에 맞춰 1년씩 단위별로 보장해준다면 경제적 부담이 보다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화상장애인들을 가장 괴롭히는 부분은 건강보험 비급여 적용 품목인 '보습제'다. 수술의 경우 산정특례제도로 부담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주로 환자들이 사용하는 치료는 바로 집에서 바르는 보습제다. 하지만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한 달 사용에 몇 백만 원이 든다.

오씨는 "사보험 실비보험에 가입되있다해도 보습제가 화장품이라고 보상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화상환자가 아니라면 보습제를 사용할 일이 있겠냐"며 "화상전문병원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습제를 꼭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7만여명 신장장애인들의 의료비 부담을 지적하는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국장.ⓒ에이블뉴스

■산정특례 받아도 25만원, 신장장애인 한숨="산정특례제도를 받고 있어도 1일 평균 25만원의 의료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아."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약 7만여명 신장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부분 역시 산정특레로 인해 희귀난치성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1일 평균급여 진료비가 무려 25만원 정도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국장은 "투석치료를 받는 신장장애인 중 의료 급여에 해당하면 이미 정해진 일정급액인 1회 14만6000원만을 청구할 수 있는 정액수가제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으로 꼭 필요한 약임에도 정액수가 외에 다른 약제 등을 분치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가의 약은 처방하지 않거나 비급여로 처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산정특례를 받는데도 25만원의 의료비로 인해 신장장애인 대부분 메디컬푸어다. 더욱이 합병증에 대해서는 산정특례에 인정되지 않고 비급여로 처리된다. 소득보다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다보니 가계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대두되는 현실"이라며 "주3회 투석하다보니 직장을 갖기도 힘들어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다.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최혜영 인권교육센터장은 소변 배출 조차 힘든 척수장애인의 현실을 토로했다.ⓒ에이블뉴스

■“화장실 갈 때마다 1천원” 급여화 절실=소변 배출이 어려운 척수장애인의 경우, 자가도뇨용 카테터 급여화가 절실하다.

현재 선천성신경인성방광환자에게 자가도뇨용 카테타의 요양비 지급이 실시되고 있지만, 동일 증상인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환자인 척수장애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최혜영 인권교육센터장은 “자가도뇨용 카테타 건보 적용이 아직 선천적에만 머물러 있어서 척수장애인들은 돈을 주고 화장실을 간다고 보면 된다”며 “저 같은 경우 하루 5~6번씩 소변을 빼주는 넬라톤 행위를 하는데 카테타가 1000원정도 된다. 비용이 많이 드니까 재사용을 하게 되면 방광염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센터장은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 환자도 선천성 환자와 마찬가지로 향후 방광 기능 회복이 어렵고 증상도 동일하다”며 “발생 원인에 관계없이 모든 신경인성 방광 환자에게 배뇨 시 필수적인 소모품인 자가도뇨 카테타에 대한 급여지원이 동일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 센터장은 통증 관련 중복 약, 초음파 시행 방관잔뇨 검사 등의 건보 급여화도 함께 언급했다.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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