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진료를 받고 있는 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DB

장애인 10명 중 7명 이상이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비장애인과 심한 건강 격차를 보인다는 실태조사가 매년 나오고 있다. 건강검진 수검율, 의료기관 방문은 여전히 낮다.

하지만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며 장애인 건강권 청신호가 켜졌다. 이와 맞물려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최근 ‘건강한 장애인 에티켓’이라는 제목의 의료기관 에티켓 책자를 발간했다. 이를 장애유형별로 소개한다.

■지체장애인, ‘접근성’ 필요해요=“목발은 거기 벗어두고 오세요” 병원에 도착했더니 간호사가 대뜸 목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이는 당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에 해당한다.

진료 및 치료할 때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는 것은 1순위다.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에게 계단이나 턱은 이동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해 좌석 배치 시 이동 통로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병원 진료 대기실 및 진료실에서는 좌석배치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좌석 배치 시 휠체어가 이동하기 쉽도록 통로 공간 확보가 돼야 한다.

지체장애인이 문 앞에 있다면? 당연히 문을 열어주거나 잡아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팔이나 지팡이, 휠체어를 잡아주는 것보다 문을 잡아주는 것이 더욱 편리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엘리베이터를 탈 경우 지체장애인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문을 잡아주고, 문을 닫을 때는 보장구가 엘리베이터 문에 끼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뇌병변장애인, ‘특성’ 고려해주세요=뇌병변장애인 P씨는 충치치료를 위해 장애인전문치과병원을 찾았다.

장애특성상 코로 호흡하기 어려운 P씨는 평소 입으로 호흡해야 하는 부분. 때문에 진료 중 숨이 찰 때 손을 들어 표시 할 테니 숨을 쉴 수 있게 해달라고 진료 전 의료진에게 미리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멈출 수 없다!” 강압적 치료로 P씨는 정말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서 몸부림쳐야했다. 장애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

뇌병변장애인은 언어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힘들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진은 다시 한 번 이야기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손이나 팔에 장애가 있더라도 보조기기를 활용할 경우 진료 및 치료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직이 심한 뇌병변장애인이 치과치료를 받을 경우 불수의적인 움직임으로 위험할 수 있기에 진료의자에 몸을 고정할 수 있는 보조 장치가 있다면 안전하다.

그러나 이러한 보조 장치 사용 여부는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 몸을 고정하는 것은 자신의 신체가 억압적으로 통제받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시각장애인, ‘충분한 설명’ 필요해요=저시력장애인 L씨는 시력 검진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간호사에게 진료실까지 안내를 부탁하자, 간호사가 짜증스럽다는 듯이 “보호자도 없이 왜 혼자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진료과정에서도 담당의사까지 “정말 안 보여요? 이제 앞을 보긴 글렀네..”라고 말했다. 찢겨진 L씨의 멘탈은 누가 책임질 건가? 편의제공 및 모욕감을 준 이 의료기관의 경우 ‘장애인 차별’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의료기관에서 시각장애인을 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료하거나 말을 시작할 때 누가 말하는지 알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장소나 낯선 환경으로 안내할 때는 주변이나 관련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건을 전해줄 때는 무슨 물건인지 간단히 설명해줘야 하며, 특히 컵이나 칼 등을 전달할 때는 컵의 내용물을 설명하고 탁자 위에 놓으면서 손잡이를 잡도록 한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물건을 새로 배치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경우 시각장애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뀐 후의 배치나 구조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한다. 의료기관 및 약국내 구조와 시설물을 익혀둔다면 시각장애인에게 설명 가능하니 시간날 때 차츰 익혀두는 것도 좋은 팁이다.

■청각장애인, ‘눈 맞춤’ 필요해요=청각장애 2급의 C씨.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 접수 시 청각장애가 있다고 말하고 진료순서를 기다렸다. 그런데 C씨의 순서가 됐을 때 간호사가 구두로만 호명하는 것이 아닌가.

C씨는 자신을 호명한 것을 듣지 못하고 순서를 놓치게 됐다. 청각장애임을 미리 밝혔음에도 편의제공을 해주지 않은 이 병원, ‘바빠서..’라는 변명에도 당연히 차별이다.

모든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리 어떤 의사소통 방법이 좋은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먼저 시선을 끌고 눈을 보면서, 입모양과 발음을 정확히, 필요하면 반복해 말하는 것도 좋은 팁.

만약 청각장애인 함께한 가운데 비장애인과 대화한다? 대화 내용을 청각장애인에게 간간히 설명해 상황을 공유해야 하며, 활동을 지시할 때는 시범을 보이거나 글로 써서 설명해야 한다.

또 진료 및 치료과정이나 약을 처방받을 동안 진행되는 상황을 중간 중간 확인하고 청각장애인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

항상 잘 이해하는 것이 아니며 질문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해했나요?”란 질문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아울러 화장실 문에 ‘사용중’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하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듯.

■발달장애인, ‘따뜻한 마음’ 주세요=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 L씨. 복지관에서 딸아이 이마가 1cm 정도 찢어져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성형와과의사가 있는 병원을 다시 소개받았다. 병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지루했던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곧 병원장이 내려와 아이의 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일그러지며 “아이의 상태가 불편한 환자인지 몰랐다”며 상처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보시고 수술이 가능한지 봐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의사는 버럭 화를 내며 “이런 환자는 전신마취를 해서 치료해야 한다. 마취하고도 수술이 가능할지 모르는데..”라며 화를 잔뜩 내더니 사라졌다. 이마가 찢어져서 온 병원이지만, L씨와 딸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까지 겪어야 했다.

발달장애인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의료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먼저 지적장애인을 대할 때는 쉬운 표현 쓰기가 중요하다. 인지능력이 낮더라도 자신의 욕구를 알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 또 지시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이해도를 고려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진료 및 치료, 약 처방 및 복용방법은 익숙해질 때까지 시범을 통해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며, 진료시간, 병원 내 규칙 등을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동정은 지적장애인의 자립심에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스스로 직접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포인트다.

자폐성장애인을 대할 때는 여러 방법으로 나뉘는데, 하나의 사물에 집착하는 경우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반응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해야 한다.

사물을 총체적으로 받아들여 특성을 바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및 약국 물건에 이름카드를 붙여놓고 각 사물마다 이름이 있음을 알게 하는 방법도 있다.

수시로 돌아다니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면 어떤 상황에서 문제행동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후 장애인이 선호하는 활동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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