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식욕, 수면욕, 성욕이다. 먹고, 자는 욕구가 충족되면 찾아오는 것이 ‘성욕’임을 부정할 수 없다. 비장애인들의 경우 기본적인 3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큰 불편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장애인 실태를 살펴보면, 선천적 장애보다 사고나 외상으로 인해 후천적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전체의 약 95%에 달한다.

후천적 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하루아침에 ‘장애’라는 장벽 앞에 쉽게 무너지기 일쑤다. ‘장애’ 자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에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하며, ‘장애’를 받아들이고 해쳐나가고자 마음을 다잡아도 현실의 장벽을 넘어선다는 것이 녹록지만은 않다.

특히 척수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식욕과 수면욕에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김재식 교수와 함께 ‘장애인의 性’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김재식 교수의 상담 모습. ⓒ국립교통재활병원

일반인들은 휠체어 생활을 하는 하지마비 장애인들이 ‘성생활’을 포기하고 살아갈 것이라 예단한다. 또한 ‘몸도 불편한데, 성 생활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부부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척수손상 환자들은 장애를 갖기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한다.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김재식 교수는 “장애인의 ‘성’은 단순이 욕구 충족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라면서 “척수 손상 환자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성행동에 대한 욕구를 표출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서로에 대한 친밀감에대한 욕구 때문이며, 친밀도의 향상으로 상호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꾸준한 ‘性 재활’ 치료받으면 1년 이내에 성기능 회복

척수손상 환자도 꾸준한 치료를 받는 다면 대부분 1년 이내에 어느 정도 성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척수손상환자의 대표적인 성기능 장애는 발기부전으로 10명 중 7~8명이 호소할 정도다. 그 다음으로 호소하는 장애가 ‘무사정’인데, 주로 2번 요추신경 상부 신경의 완전 절단인 경우 ‘무사정’장애를 호소하게 된다.

척수손상 환자 중 10번 흉수신경 이상의 완전 척수손상인 경우에도 감정을 통한 발기는 어렵지만 성기자극을 통한 감각성 발기는 가능하다. 하지만 자체의 발기력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먼저 성기능 회복을 위해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발기부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발기부전의 근본 원인을 찾고 환자의 컨디션에 맞는 전문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척수 손상환자의 발기부전의 치료로는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 진공발기 기구 사용, 음경내 주사법, 마지막으로는 음경보형물 삽입수술을 시행한다.

경구용 약물 복용은 급성기의 척수쇼크 단계가 회복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고 70% 이상의 발기 성공률과 일반인과 비슷한 부작용을 나타낸다. 하지만 경구용 발기부전 약물이 척수손상 환자에게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이 되기도 한다.

경수신경 및 5번 흉수 신경 상부 신경손상 환자에서 경구용 발기부전 약물은 저혈압을 유도할 수도 있으므로 비뇨기과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진공발기 기구는 기구에 음경을 넣고 펌프로 공기를 빼내어 기구 내의 압력을 떨어뜨려 음경으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 시켜 발기를 시키게 된다. 비용이 저렴하며 안전한 방법이지만 30분 이상 발기를 유지하기 어렵고 음경과 음낭이 만나는 부위에 고무 밴드를 끼우고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감각이 저하된 척수손상 환자들에게는 피부 손상, 조직괴사 등의 합병증을 유발 할 수도 있으므로 사용하는 환자는 정확한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

음경 내 약물 주사법은 음경해면체에 직접 주사기를 사용하여 주사액을 주입해 발기를 유발하는 방법이며 발기 성공률이 높은 치료법이지만 주사부위의 통증, 주사한 곳이 딱딱해 지는 경절 형성, 음경이 휘어지는 음경 만곡과 음경발기 지속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의해 사용하여야 하고 음경발기 지속증이 발생하면 즉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음경보형물 삽입술이 있는데, 이는 음경 해면체내에 보형물을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척수 손상환자의 사정에 관련된 문제점으로는 사정 시 느낌이 저하된 경우가 많고 사정이 안 되면 진동기 등의 기구를 사용할 수 있고 항문으로 기구를 넣고 전기 자극을 보내는 전기 사정을 유도하는 법이 있다. 하지만 마취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휠체어 위의 사랑’, 서로 이해하며 속삭이세요

이러한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척수손상 환자들은 어떻게 성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른바 ‘휠체어 위의 사랑법’에 대해 알아보자. 흉수 6번 이상의 척수손상이 있는 경우 성행동시 자율신경과반사(두통, 혈압상승, 홍조, 서맥등)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때는 즉각 성행동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하야 한다.

체위는 정상인 배우자가 상위에 있는 것이 좋지만 이는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반신 사용이 가능한 경우에는 상반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면 좋다. 강직이 심하다면 성행동 전에 강직을 감소시키는 약물 복용도 도움이 된다.

인테리어, 음악, 조명 등으로 매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리적 위축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성행동전에 키스 등의 스킨십을 시도하여 심리적 문제에 대한 상호간 의견 교환을 통해 부담감을 낮추고 자신감을 갖도록 한다. 여성인 경우 성행동시 성교통이 있다면 윤활액을 사용해서 통증을 완화 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척수손상환자들의 성생활은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척수손상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룹 교육 등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여 정기적인 모임을 갖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척수손상환자들도 자신의 신체를 이해하고 현실적인 부분부터 성행동을 시작하면 본인의 능력에 따라 성행동은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것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 욕구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화하고 상대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아가겠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