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에 사는 최 모(지체장애 1급)씨는 “요즘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씻을 수 있어 정말 좋다”라고 말한다. 최 씨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지난 4일 준공된 장애인 전용 목욕탕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내가 장애를 입은 지 12년 만에 마음 편히 씻어 본 적은 처음이며, 평소에는 나의 절단된 다리 때문에 목욕탕 한번 갈 용기가 없었는데 이제는 속이 다 시원하다”라고 말하면서 흡족해했다.

실제 많은 장애인이 대중목욕탕을 이용해 목욕과 찜질 등을 이용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영업 중인 목욕탕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의 시설은 거의 전문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장애인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접 울산시와 양산시 12곳의 목욕탕을 조사한 결과, 목욕탕 대부분이 출입구를 계단으로 조성되어 있었고, 계단 이외의 경사로가 설치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또한 목욕탕 내부의 구조도 여탕은 1층이며 남탕은 2층이었는데, 2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나, 리프트 및 경사로는 대부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찜질방에도 찜질을 이용하려면 계단을 이용해 내려오거나 올라가도록 설계되어 있어 사실상 장애인이 대중탕을 이용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비장애인의 시선과 편견은 더 큰 문제이다. 지체장애(오른팔 전단)인 이모씨는 “내가 목욕탕을 가면 스타대접을 받는다”라고 말한 뒤, 이어 “우리가 죄인도 아닌데 마치 죄인처럼 보는 시선과 그들(장애인들)과 함께 목욕을 하는 것이 ‘더럽다’라고 말하면서 내가 보는 앞에서 나가버리는 일도 허다하다”면서 “이제는 대중탕 가는 것이 내 스스로 꺼려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탕을 사실상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전용 목욕탕을 건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부 장애인단체측에서 나오고 있다.

장애인 전용 목욕탕을 견학하는 양산 장애인단체의 견학모습. ⓒ박경태

최근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양산시지회(회장 김창국)가 양산시청을 찾아 장애인 전용 목욕탕을 건립해 달라는 요구했다.

김 회장은 “비장애인들도 몸이 아프거나 쑤셨을 때 목욕탕을 찾아 따뜻한 물에서 관절과 근육을 푸는데 항상 아픈 우리(장애인들)는 왜 목욕탕을 이용할 수 없는지,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이런 기본적 문제에 대해서 의식조차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김 회장은 “이번 우리 양산시에서 요구한 목욕탕이 전국 16개 시,도 단위로 확산되어 장애인이 씻을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장애인 전용 목욕탕은 약 10여 곳에서 운영 중이지만 대다수의 목욕탕이 목욕탕의 기능보다 재활치료 및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시설도 낙후되어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복지관 관계자는 “남녀 구분 없이 한 곳에서 요일을 지정해 운영하다 보니 위생문제가 당면한 과제로 위험한 수준”이라면서 “최소한 남녀가 구분되도록 시설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고성군의 장애인 전용 목욕탕의 경우 남녀 구분이 잘 되어 있으며 가족탕이 따로 마련되어 혼자서 목욕을 즐길 수 없는 장애인도 마음 놓고 목욕을 즐길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양산시에 장애인전용 목욕탕을 요구하는 모습. ⓒ박경태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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