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이 지난달 30일 개최한 제10회 성재활세미나에서 장애인의 성생활 증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에이블뉴스

장애별 성문제와 전문가 조언-④뇌성마비, 지적장애

이범석 국립재활원 병원부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이 지난달 30일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제10회 성재활세미나 ‘장애인 부부를 위한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서 각 장애별 의학적 성문제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실질적 조언을 전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 ‘뇌성마비장애인’과 ‘지적장애인’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뇌성마비 장애인, 먼저 자신을 사랑하도록 도와야=뇌성마비 장애인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성에 대해 모르고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식적으로 성문제를 덮어두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뇌성마비 장애인은 자신을 무성적 존재로 여기고 성에 대한 흥미나 관심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며, 대체로 성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다. 국내의 연구에서도 미혼 뇌성마비 장애인의 성경험이 미혼 척수장애인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범석 부장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자신의 신체상(body image)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어려서부터 주위에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성마비 장애인의 성상담에는 이러한 자기혐오감을 극복하고 성인으로서의 자신감을 기르는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같은 감각 능력을 갖고 있으며, 성적 자극과 신체적 욕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경직으로 인해 성행위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이범석 부장은 “심한 근육 경직을 가진 뇌성마비 여성의 경우 남성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벌리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때는 후배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개인에 따라 지능저하, 청각장애, 언어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고 마비의 부위 및 정도에 따라 성 장애가 달라지므로 개인의 필요와 능력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적장애인의 성,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 없어=지적장애인의 경우 대부분 성에 대한 흥미나 신체적 성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그보다는 사회적·환경적인 성 억압이 문제되고 있다.

지적장애인의 부모나 교사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위행위와 성폭력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범석 부장은 “자위행위는 적절한 횟수 및 방법 내에서는 의학적으로 크게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범석 부장은 지적장애인들의 자위행위에 대해 “화장실이나 자신의 방 등 사적인 장소에서 문을 잠그고 하도록 교육하고, 자위행위 전에는 항상 손을 씻고 사용한 화장지는 휴지통에 잘 싸서 버리도록 훈련해야 한다”며 “바지에 쉽게 손을 넣을 수 있는 옷은 피하고 운동을 생활화하며 다양한 취미·여가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지적장애여성의 경우에는 쉽게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므로 성폭력이 무엇이고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지 등의 성교육을 통해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이범석 부장은 “최근 국내에서도 지적장애인들에게 올바른 대인관계 방법, 이성과 만나는 법 등을 알리고 있고 지적장애인들끼리 결혼해 가정을 이루게 하는 등 긍정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지적장애인들의 성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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