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12기 달팽이날다 팀은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부 캘리포니아 시청각중복장애인협회(NCADB)를 방문, 연수를 진행했다. ⓒ박관찬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국가, 예전에는 장애인 천국이라고도 불리웠던 국가, 미국. 그런 미국에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달팽이 날다(Flying Snail) 팀의 일원으로 난생 처음 방문해본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오고, 또 인상 깊었던 경험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8월 18~27일, 8박 10일의 짧은 연수기간 동안, 모든 하나하나가 정말 의미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특히 연수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LA 일정을 소화하며 미국에서의 생활에 조금 적응한 뒤, 다음 연수활동지인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면서는 모든 팀원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정은 훨씬 더 잘 소화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그런 작은 소망을 품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일정이 바로 북부 캘리포니아 시청각중복장애인협회(Northern California Association of the Deaf-Blind, NCADB)의 부회장 브랜다(Brenda Roberts)씨 인터뷰였다.

한국에서 연수를 준비할 때부터 NCADB에 흥미와 관심이 컸던 이유가 있었다. ‘협회’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기관이나 사무실이 없는 ‘무형’의 단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NCADB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 시청각중복장애인을 위한 공식적인 기관이나 단체가 없기 때문에 ‘협회’라는 명칭을 사용함에도 공식적인 기관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는 그런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8월 23일(현지시간) 정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로를 따라 걸어간 인터뷰하기로 한 장소는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내 시력으로 건물 내부 전체를 꼼꼼하게 다 파악해내기는 어렵지만, 나는 아주 커다란 비닐하우스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에는 빨래를 너는 줄 같은 것들이 있고, 그 줄에 여러 디자인의 국기 모양 종이들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미국 수화를 하며 오가거나 우리 팀을 맞이해주었는데, 내가 느끼는 분위기는 보는 사람들마다 여유가 넘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래서 나 역시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해 노트북 등 문자통역을 위한 자리를 준비했다.

인터뷰는 NCADB의 부회장이자 Deaf-Blind인 브랜다 씨가 대상이었지만, 브랜다와 함께 NCADB의 다른 Deaf-Blind 인디아나(Indiana Solis) 씨도 함께했다.

인사하고 서로를 소개한 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이 역시 가장 궁금했던 것이다. 일정하게 운영되는 기관이나 장소가 없는 무형의 기관임에도 지속적·정기적으로 협회가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브랜다 씨의 답변은 나에게 꽤나 크게 다가왔다. 무형의 단체이면서도 NCADB는 올해로 설립 53년째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모임을 가져온다고 한다. 더구나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 협회 자체에서 기금을 모아 꾸준히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또한 NCADB는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인데 워싱턴, 시애틀 등 미국 다른 지역에서도 각 지역별로 NCADB와 같은 Deaf-Blind 모임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마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3개월에 한 번 모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모임을 진행해오고 있다. 역시 이들 모임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Deaf-Blind 당사자가 리더가 되어 단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NCADB의 운영과 소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단체에 소속된 Deaf-Blind들의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질문하였다. 아무리 같은 Deaf-Blind라고 해도, 각자 장애유형과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의사소통 방법도 다 다르기 마련이다. 우리 달팽이 날다 팀의 장애청년 세 명만 해도, 모두 같은 시청각중복장애인이지만 각자 의사소통 방법이 다르다.

브랜다가 설명해준 미국 Deaf-Blind의 의사소통 방법, 특히 서로 다른 의사소통방법을 사용하는 Deaf-blind 사이의 대화는 정말 색다르게 다가왔다.

시야가 바늘구멍만큼 좁게 보이는 브랜다 씨의 경우에는 그 시야에 가깝게 손을 가져가서 수화로 의사를 전달하고, 전맹이거나 수화를 보기 어려운 경우, 즉 인디아나 씨의 경우에는 촉수화를 사용한다. 만약, 일반수화를 사용하는 Deaf-blind과 촉수화를 사용하는 Deaf-blind가 대화를 할 경우 중간에 수화통역사가 통역해줄 수 있지만, 우리가 브랜다와 인디아나 씨를 인터뷰할 때는 청각장애인 수화통역사가 통역을 담당했다.

우리가 질문하는 것을 비장애인 수화통역사가 브랜다에게 수화로 통역하면, 청각장애인 수화통역사가 그 비장애인 수화통역사의 수화를 보고 인디아나 씨에게 촉수화로 재차 통역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청각장애인 수화통역사는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가진 정식 직업이 아닌,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우리 인터뷰에 함께 한 사람이다.

우리 인터뷰에는 청각장애인 수화통역 자원봉사자가 두 명 함께 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본인이 수화통역사로부터 통역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Deaf-Blind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자원봉사로 수화통역을, 그것도 촉수화통역을 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Deaf-Blind의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질문이 끝난 후, NCADB의 활동에 대한 질문을 했다.

현재 NCADB의 Deaf-Blind와 자원봉사자들은 60~70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오는 사람은 40명 정도라고 하는데, 아무리 캘리포니아가 큰 지역이라고 하지만 정말 큰 숫자인 것 같다. 그만큼 모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참여하는 마인드가 중요할 텐데 말이다.

모임에는 Deaf-Blind, 자원봉사자 외에도 비장애인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모임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Deaf-Blind의 수화통역을 담당하게 되고, 다른 비장애인들은 모임에서 테이블을 설치하거나 회원들과 이야기, 점심식사 때 식사 보조, Deaf-Blind의 발표할 때 도움, 뒷정리나 Deaf-Blind가 귀가할 때 등의 경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브랜다와 인다아나 두 분을 인터뷰하면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시청각중복장애인,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현황에 대해 많은 비교를 해보게 되었다.

솔직히 연수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한국의 시청각중복장애인에 대한 열악한 복지와 자립지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미국의 그것을 접해보니 새삼 한국에서 시청각중복장애인이 얼마나 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우선 NCADB는 Deaf-Blind가 리더가 되어 스스로 단체를 주도하며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더구나 Deaf-Blind가 자원봉사자나 비장애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단체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장애인들, 특히 시청각중복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모임이나 행사를 하게 될 경우,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로 활동보조인이나 통역인의 배치 여부다.

NCADB의 경우에는 이들을 자원봉사자라고 부르고 있는 것부터 다르다. 또한 청각장애인도 Deaf-Blind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로 수화통역을 하는 것처럼, 미국과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장애인에게 접근하는 방법과 인식이 다르다.

인터뷰 말미에 브랜다 씨의 나를 향한 돌직구와 같았던 질문들이 가슴에 콕 박혀있다. 한국에는 시청각중복장애인이 몇 명이나 있는지, 나에게는 시청각중복장애인 친구가 몇 명이나 있는지 물어봤다.

어떤 질문에도 확실하게 그리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렇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 현황 관련하여 통계조사를 실시하지만, 시청각중복장애인에 대한 법적 정립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따로 통계조사 역시 되고 있지 않다.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던 만큼, 브랜다의 진심어린 충고 역시 가슴깊이 새겨들었다. 한국에 가서 숨어있는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을 다 찾아내라고.

그렇다. 너무도 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우리나라의 시청각중복장애인들, 어떠한 상황과 현실 속에 있는지도 모르고 전국 각지에 숨어있을 그들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렇지만 NCADB의 활동을 보면서, 이 단체의 장점들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잘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이 주도적으로 모임을 갖고 운영해나갈 수 있는데 작은 기반을 닦고 싶은 게 간절한 소망이다.

*이 글은 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달팽이 날다팀의 박관찬님이 보내왔습니다. 달팽이 날다팀은 8월18일부터 27일까지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자립지원교육’을 주제로 미국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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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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