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 김민 연구원이 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평가체계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 수행기관 평가에 ‘사업실적’이 비중이 높아 실적 쌓기에 과도한 경쟁과 줄줄이 이어지는 평가준비를 위한 서류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100명, 1000명 취업 시키는 실적보단 질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 평가체계 개선 및 적정기준안 연구 공청회’를 개최, 평가체계 개선안을 내놨다.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은 경쟁고용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돼 있는 중증장애인에게 구직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으로, 지역사회 내 직업재활사업수행기관을 지정하고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직업재활서비스를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직업지도, 직업능력평가, 직업적응훈련, 직업훈련, 취업알선, 고용 및 취업 후 지도 등이며, 지난 2000년부터 시작돼 2008년부터 다시 복지부에서 시행되고 있다.

10명 중 8명 "행정업무 힘들어", 실적 쌓기 부담

개발원이 지난해 8월4일부터 28일까지 총 107개 수행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업 수행 시 힘든 점에 대해 10명 중 8명인 84.4%가 행정업무를 꼽았다.

이어 직무지도 50.6%, 취업 후 적응지원 46.9%, 사업체 개발 및 관리 71.9%, 이용자와 상담 43.7%, 보호자와 상담 34.4% 등이 각각 나타났다.

질적으로 높은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는 것.

직업재활센터 전문 인력의 업무에 대한 비중도를 보면, 직업재활사업이 전체 중 가장 높은 48%로 나타났다. 이어 사무행정 30%, 기관 및 법인 관련업무 8%, 외부행사 참여 및 회의 8%, 개인 휴게시간 6%, 기타지원 1%로 각각 나타났다.

직업재활사업과 사무행정의 비율을 합하면 78%로 나타나, 사무행정 업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았다.

또 보건복지부에서 3년에 1번씩 시행하는 사회복지기관 평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평가, 기관에서 매년 사업에 대한 평가 등으로 인해 평가준비에 부담이 많았다.

‘평가를 위해서 서류 준비하는데 만 꼬박 2-3달이 걸려요. 뽑아 놓은 서류 읽어보고, 빠진 거 있는지 보고 준비하는데 만 죽어날 지경이에요.’ <직업재활센터 관계자 A씨>

아울러 이들은 현재 평가 배점비율 중 사업실적의 29점을 6점 낮춘 23점으로 실적 비율을 낮추고, 오히려 만족도 점수를 6점 올린 9점으로 책정되길 희망했다. 이상적인 평가체계는 ‘절대평가’가, 평가주기는 ‘사업결과 3년 치를 3년마다’가 가장 높았다.

평가 인센티브로는 해외기관 방문과 평가 유예를 가장 원했다. 하위기관에 대해서도 사업비 및 재평가 대신 전문적인 컨설팅 등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개발원 정책연구실 김민 연구원은 “현재 평가체계에서 사업실적 영역에 초점을 맞춰놔 실적을 높이기 위한 과도한 경쟁이 나오고 양적 성장에만 집중되고 있다”면서 “실적 위주로 가지 않고, 평가 준비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어 평가지표 대량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 평가체계 공청회 모습.ⓒ에이블뉴스

사업실적 부담 낮추고, 만족도 높이고 "개선"

이에 개발원이 도출한 평가체계 개선안은 사업실적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대신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토록 했다.

현행 사업실적, 사업관리, 자원관리, 재정관리, 지역사회연계, 서비스만족도, 평가위원 평가 총 7개 항목에서, 최종 사업실적, 사업관리, 서비스만족도, 평가위원평가 등 총 4개항목으로 구성했다.

사업실적 배점은 35점에서 통과/미달로, 사업관리는 45점에서 85점, 서비스 만족도는 3점에서 10점으로 올렸다.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직업재활센터 중요지표에 대한 적정기준안은 직업상담 357건, 직업평가 175건, 고용합 99건, 취업유지(12개월) 24건이다.

상설평가단은 직업재활 관련 교수, 지원사업 실무자, 개발원 직원을 포함하는 3인으로 구성할 수 있다.

직업재활센터의 평가지표 수는 현행 57개에서 42개로 약 25% 대폭 감소했다. 총점도 현행 105점에서 100점으로 낮췄다.

김민 연구원은 “평가 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표를 25% 대량 삭제했으며, 평가 주기는 3년 주기를 고수하되 3년 실적을 한꺼번에 평가하는 것으로 했다”면서 “인증평가 형식으로 바꾸는 것은 기획재정부까지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앞으로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가결과에 대해 못 하는 곳이 벌 받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께 연구를 수행한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나운환 교수는 “100명 취업시키는 것보다 70명 취업시키고 유지시키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척수장애인 등을 여러분들이 취업 못 시키면 취업 시킬 곳이 없다”면서 “실적 1000건 고용 시켰니, 100명 시켰니 이젠 경쟁하지 말고 정말 중증장애인 한 사람에게 체계적인 서비스를 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 부산지역 복지관 담당자는 “전반적으로 평가에 대한 부담이 많았는데 변화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중요지표에 취업유지가 타당하지만, 환경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환경 부분을 감안하는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주지역 복지관 담당자도 “수행 인력들이 가장 어려운 점이 행정서류다. 3년 주기로 3년치를 모두 점검하게 되면 수행인력들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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