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최건일(가명) 씨는 59세로 아내(57세)와 함께 살고 있다. 장애로 인해 근로가 어려워 오랫동안 소득이 없어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최근엔 고혈압과 당뇨 등 합병증까지 생겨 추가적인 의료비가 들어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더욱 힘든 상황인데, 늘 옆에서 그를 돌봐주는 아내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월1회 방문하긴 하지만, 장애별 특성을 고려한 검진·치료기구를 갖춘 병원은 거의 없다. 그를 진료하는 담당의사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 아니라 답답할 때도 많다고 한다.

고령장애인이 ‘장애’와 ‘노화’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서비스 및 정책 부족으로 인해 주로 가족을 통한 돌봄에 의존하는 등 더욱 어려움에 처해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령장애인의 욕구조사 및 중장기 정책방향’ 연구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보건복지부 장애인현황에 따르면 전체 등록장애인 중 만 65세 이상의 고령장애인은 2007년 42.9%(90만 3000여 명)였던 반면 2016년 54.6%(137만여 명)로 증가했다.

만 50세 이상 고령장애인의 경우는 2007년 63.4%(133만여 명)에서 2016년에 75%(188만여 명)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인구추이에 비교해 봐도 고령장애인 집단의 양적 팽창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고령장애인 증가 추이에 비춰볼 때 고령장애인의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실천적‧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국내 고령인구 대상 복지서비스는 장애여부 또는 장애유형과 관련 없이 노인의 연령범주에 포함된 모든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등 비장애 노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장애’와 ‘노화’를 동시에 겪고 있는 고령장애인의 복지욕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장애유형은 총 15개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 유형마다 장애특성이 다르고 이에 따른 복지욕구가 상이한 것을 고려한다면, 고령장애인의 욕구 파악과 관련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만 50세 이상 고령장애인을 12개 장애유형으로 나눠 장애인 관련 협회 및 전국 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진행한 결과, 자신의 건강상태에 불만족하면서, 건강증진을 위해 강화했으면 하는 국가의 역할로 ‘건강검진’을 1순위(31.5%)로 꼽았다.

또한 3개월 이상 앓고 있는 질환 유무에 지적장애인은 46%, 그 외 장애인은 70.3%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으며, 고령장애인이 만성질환을 치료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가 응답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23.9%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7.8%가 자살하려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고, 4.1%가 실제 자살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원 중 1.97%가 ‘지난 한 해 동안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고령장애인의 자살생각의 비중이 10배가 넘는다.

또한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원의 자살계획 경험은 0.3%, 자살시도 경험은 0.08%(한국복지패널조사, 2016)인 것에 비추어 봐도, 고령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 경제상태 등 전반적인 생활만족도가 심각하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연구는 이외에도 고령장애인의 주요 돌봄제공자의 51.6%가 가족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가족 돌봄제공자의 욕구에 대해 돌봄스트레스 및 가족갈등, 일‧돌봄 균형 등 7개 영역을 중심으로 함께 살폈다.

한편, 연구보고서는 개발원 홈페이지(koddi.or.kr) 자료실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서론 및 이론적 논의를 거쳐 국내 고령장애인 대상 정책 및 제도를 살펴보고, 독일 및 영국의 고령장애인 대상 정책 및 서비스도 확인한다.

고령장애인과 가족돌봄제공자의 욕구조사를 파악한 후 고령장애인과 가족돌봄제공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장기 정책제언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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