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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 우수사례 공모’ 수상작 연재-⑤

장려상 ‘저희가 먼저 몰라서 죄송합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1-02 08:30:26
최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문형표)이 장애인서비스연계사업 필요성 전파를 목적으로 ‘2016년 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공단 10개 지사 20명의 복지플래너가 총 18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모두 장애인의 실직, 건강, 경제 문제와 관련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사연 등 귀감이 되는 사례가 많았다.

공단은 1·2차 심사결과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3편, 격려상 2편 등 총 8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다섯 번째는 우수상 ‘지역사회 이끌어 낸 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이다.

저희가 먼저 몰라서 죄송합니다
서기덕 복지플래너(대구수성지사)


장려상 수상자 서기덕 복지플래너. ⓒ국민연금공단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려상 수상자 서기덕 복지플래너. ⓒ국민연금공단
시내버스 정거장에 내려 해당주소지를 찾아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소나기가 한바탕 시작하여 한 손에는 출장 가방과 다른 한 손에는 우산을 챙겨들고 7∼8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대구의 후덥지근한 날씨에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지만 얼굴과 등줄기에 흘러내리는 땀줄기를 훔치며 도착한 빌라 앞에서 101호 세대호출 버튼을 눌렀다.

“오영남 선생님! 계세요? 금요일에 연락드린 국민연금공단에서 나왔습니다.”하고 했더니 “잠깐만요, 더워서 옷을 벗고 있어서… 바지 좀 입고요!”하는 소리가 안에서 애완견 짖는 소리와 섞여 흘러나왔다.

잠시 뒤 바지 허리춤을 추스르며 우측으로 살짝 기운 듯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중년의 남자분이 현관문을 나오며 어색하게 머뭇거리다가 “아~ 저기, 집을 못 치워서… 요 앞 슈퍼에 앉을 곳이 있습니다.”라며 앞장서서 골목 끝 네거리 쪽으로 향하였다.

지난주에 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 상담안내 우편물을 보낸 후 상담출장 안내 사전 통화를 할 때도 꼭 방문을 해야만 하는 것이냐며 집 청소를 못해서 방문하면 곤란하다는 말씀을 수차례 하셨던 터라 집안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였지만 그를 따라 100미터 남짓 거리에 위치한 동네 슈퍼 앞 간이 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소나기로 젖은 의자의 물기를 티슈로 닦아내며 환대해주시는 그에게 정중히 인사를 드리며 명함을 건네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다.

오영남(가명, 44세/남성/미혼, 기존 지체장애 3급, 신규 시각장애 6급) 씨는 애완견 한 마리와 반 년 전부터 보증금 100만원, 월세 20만원으로 이 빌라에 살고 있으며, 세 살 무렵 집안에 발생한 화재로 온 몸에 화상을 입었고 특히 신체 왼쪽으로 상처가 심해 결국, 왼쪽손목을 절단했다고 한다.

그 무렵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면서 도시에 있는 시설에 맡겨져 생활했고 88올림픽 다음해인 1989년 10월경, 지긋지긋한 복지시설 내 부당한 대우와 반복되는 구타를 견디다 못해 선‧후배 7∼8명과 고등학교 과정 졸업을 몇 달 앞두고 도망치듯 시설을 탈출해 나왔다고 한다.

전국을 떠돌며 주로 무연고 지역에서 길거리 행상을 하였고, 가지고 있었던 지체장애 3급 복지카드로는 지금까지 공공요금 할인 한 번도 받아본 경험이 없다고 하였다.

도시가스는 장기체납으로 차단되어 야외 휴대용 가스버너를 한 번 씩 사용하고, 전기요금은 차단 안내문이 붙으면 2∼3명의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 체납액의 일부만 납부하고 건강보험료도 체납고지서가 쌓여있다고 한다.

끼니는 인근 음식점(중국집, 치킨집 등)에서 배달요청이 들오면 오토바이로 음식배달을 하며 얻어먹었고 배달해서 받는 3만원으로 이동전화 통신료만 납부하며 살았는데, 최근 눈이 많이 아파서 배달 일도 못하여 넉 달째 월세를 못 내고 있고 보증금도 다 날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비 해결책의 권유를 받아 관할 동 주민센터를 처음으로 방문했고, 거기에서 시골에 팔십 노모가 살아 계시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만나 뵙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말씀을 듣는 내내 사회복지학 교재에서나 나옴직한 복지사각지대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져 당황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수 십 년 동안 기초수급신청이나 복지혜택을 모르셨나요? 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셨어요?”라고 했더니 “제가 아는 사람 이야기를 듣고 생각은 몇 번 했었는데… 동 주민센터에 찾아가서 저의 힘든 사정을 이야기 하고 물어보기에는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방문해 볼 용기가 없었습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주에도 전화를 받고 만나야할지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찾아와서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필요한 것을 도와준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라고 말을 하며,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와 현재의 상황을 말해 주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것 이외에는 추가적인 욕구 표현을 하지 않았다. 왼쪽에 의수를 착용하고 한 쪽 눈까지 실명한 불편한 몸으로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자체가 자신과 타인에게 몹시 위험한 일이었고, 듬성듬성 검게 보이는 앞니가 구강상태검진 및 틀니제작 지원이 긴급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우선 그의 동의를 구해 사용 중인 휴대폰을 건네받고 LH주택공사 대구권 마이홈 상담센터에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알리미 서비스 등록 신청과 114로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 복지요금적용 신청을 했다.

기초수급자 지정 확인 후에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서 할인율이 더 큰 쪽으로 변경하라고 안내드린 후 나머지 상세 내용은 관계기관에 확인 후 다시 연락을 드리기로 약속하고 걸음을 옮겼다.

사무실에 복귀 후 주민센터 장애인복지 담당 주무관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 그랬어요? 우리 동에 그런 분이 계셨군요!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 쪽에서 먼저 몰라서 죄송합니다. 확인해보니까 8월초에 긴급 생계비 41만원은 지원되었네요. 우리 동에는 복지허브화팀이 따로 없지만 복지담당이 세 명이나 있으니 확인하고 복지관 연계도 빠르게 처리되도록 진행해 보겠습니다.”하고 통화를 마쳤다.

이 전화 한 통화에 하루 종일 출장상담을 다니며 내내 무겁던 마음과 땀범벅이 된 온 몸이 폭포수를 지난 듯 상쾌해졌다.

9월 2일 사례회의 후 복합사례로 서비스위원회 안건으로 상정을 결정하고 9월 6일 서비스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아쉽게도 연계의뢰 예정이었던 해당 종합복지관에서는 사정이 생겨서 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하였고, 다른 두 기관에서 온 위원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오후 해당 종합복지관에 연계의뢰서 발송과 관련하여 전화를 드렸더니 주민센터에서 통지를 받고 사례관리 대상으로 지정하였으니 공단에서는 연계의뢰 관련 문서를 보내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였다.

한 달 후 오영남 씨와 모니터링 통화를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 장애인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와서 지금은 오토바이 배달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플래너와 통화했던 휴대폰번호를 저장해두어서 카카오톡으로 근황은 보고 있었는데… “먼저 연락을 드리기가 미안했습니다. 안 그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녀가신 후 다른 두 선생님이 왔다갔고, 매일 도시락이 배달되어 잘 먹고 있습니다. 일자리도 알선해준다고 하고, 모레는 우리 집 대청소를 해준다고 하고 합니다. 정말이지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복지플래너로서 업무에 충실하고자 만나서 귀담아 듣고, 관계기관에 전달했을 뿐인데, 이번 상담으로 자존감이 더 충전되었고, 순례자의 마음가짐으로 장애인을 소중하고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경력단절 후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하였고 사회복지사의 세계로 입문한 것은 정말 축복 같은 시간이었고 감히 행복하였노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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