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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생존권 칼들이댄 ‘박근혜표 복지’

유사·중복 지자체 사업 정비…“반복지적” 규탄

“명분 없는 독소조항…헌법재판까지도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10-12 17:45:38
인공호흡기를 낀채 정부를 규탄하는 광주근육장애인협회 장익선 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인공호흡기를 낀채 정부를 규탄하는 광주근육장애인협회 장익선 회장.ⓒ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의 생존권이 권력이 있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되고 있습니다. 근로조건도 못 받고 일하시는 분들, 추가 활동지원도 못 받으신 분들. 사회보장기본법을 갖고 모가지를 짜르겠다고 합니다. 정부에게 무시당하실 겁니까?” “아니오!”

참여연대 등 총 72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복지수호 공동대책위원회가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규탄 국민공청회’에서 마이크를 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인사말을 하러 단상에 올라온 박 대표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오히려 협의라는 단어로 생존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노에 찬 듯 외쳤다. 양복을 갖춰 입고 인사말을 하러올라온 내빈과는 달랐다. 거칠지만 절실한 그의 목소리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정부가 활동보조 24시간을 보장하지 않아서 지방자치단체와 뼈빠지지게 싸워서 추가시간을 확보했는데 중복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가난하고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둠의 그림자가 드민 건 지난 2014년 1월27일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사회보장기본법’은 역사상 최초로 평생사회안전망 개념을 도입해 맞춤형 사회보장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26조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개별 자치단체는 중앙행정기관과 협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

이 법을 바탕으로 정부는 지난 8월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을 의결,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정비대상 사업은 지자체가 시행중인 자체 사회보장사업 5891개 중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성이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1496개 사업, 9997억원이다.

장애인분야에서는 장애활동지원, 여성장애인 출산지원, 장애인거주시설 운영비 지원까지 많은 분야에서 필요한 지원이 줄어들 현실에 처했다.

‘지자체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자율 추진과는 달랐다. 군대식의 강제적인 밀어붙이기를 보는 듯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참여연대 등 총 72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복지수호 공동대책위원회가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규탄 국민공청회’.ⓒ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참여연대 등 총 72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복지수호 공동대책위원회가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규탄 국민공청회’.ⓒ에이블뉴스
지난 9월25일까지 시도별 정비계획안 제출, 10월 초 시도별 정비계획 사회보장위원회 보고, 11월 27일 정비결과 1차 제출, 12월 지자체 정비결과 사회보장위원회 보고까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비 방안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지난 9월30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정비방안을 따르지 않는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만드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는 상황.

활동보조 추가지원, 끝까지 지켜내야 합니다.”칼을 든 정부를 바라보는 광주근육장애인협회 장익선 회장은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고 있다.

인공호흡기를 낀 채 어렵게 입을 뗀 장 회장은 “근육병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지난해 9월 시장님의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절박함을 보시고 활동보조를 지자체 추가 지원을 이야기했다”며 “처음엔 5명, 그다음에는 20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현재 10명 이후로 늘어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 회장은 “인공호흡기를 끼는 장애인은 밤에 잘 때 항상 노심초사하고 불안하다. 지난해 오지석 동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유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살고 싶다. 더 이상 불안함에 떨고 싶지 않다. 활동보조 24시간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닌 생명권”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공청회에 참석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국장, 이찬진 변호사.ⓒ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민공청회에 참석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국장, 이찬진 변호사.ⓒ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국장은 “사회적 약자들의 숨통을 조인다”며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중심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조 정책국장은 “사회보장기본법 26조로 인해 작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이 약속했떤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이 중앙정부와의 협의 끝에 불수용 처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인천광역시와 광주광역시, 경상북도, 강원도 등 지자체 추가지원 확대가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주장하는 유사‧중복성은 근거없는 주장이며 특히나 장애인 활동지원의 경우 중앙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가 채워주고 있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한다면 사회복지지출 예산을 최소한 OECD 평균 21.8%까지 획기적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변호사도 “지방의회의 자치입법인 조례 제정에 따라 신설된 사업을 자의적으로 정비를 요구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독소조항인 사회보장기본법 26조를 폐지해야 한다.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을 통해 시정받을 필요도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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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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