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제22회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집중결의대회’에 참석한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장애등급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장애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에이블뉴스는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홈페이지(ablenews.co.kr)를 통해 ‘2014년 장애계 10대 키워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 명당 10개의 키워드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던 이번 설문에는 총 299명이 참여했다.

이 결과 ‘장애등급제’가 229표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정부가 2017년까지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식화하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주도 아래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당사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복지부는 자문역할을 하는 ‘제3차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추진단’을 구성하고,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정부가 올해 3월 새로운 장애인종합판정도구를 개발, 이르면 2016년부터 도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와 논의의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막상 연구용역을 통해 장애종합판정도구 초안과 개편 방안을 만든 뒤 설명회를 열어 장애인계의 의견수렴에 나섰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내용에 대한 발전적 논의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고, 장애인단체 간에도 하나가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의 순탄치 않은 여정을 예고하며 올해를 마감했다.

2위는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기초급여 20만원 지급’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외면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현실화에 한발 다가선 ‘장애인연금’이다.

213표를 얻은 장애인연금은 도입 때부터 금액이 너무 적어 ‘껌 값 연금’, ‘무늬만 연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장애인연금은 눈에 띌만한 금액 인상, 지급대상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까지 확대가 이뤄졌다. 따라서 7월부터 기초급여가 9만9100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돼 부가급여를 합해 최대 28만원(단독가구 기준)이 지급되고 있고, 확정된 내년 정부예산에 기초급여 3600원 인상이 반영돼 있다.

3위는 154표를 얻은 ‘기초생활보장법’. 이 키워드에 관심을 나타낸 건 그 동안 장애인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가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부양의무제(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월 ‘송파 세 모녀’가 가난의 벼랑 끝에서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등져 사회에 충격을 안겨 주자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관련 법 제·개정에 나섰다.

이중에는 기초생활보장법도 포함돼 있는데, 정부의 개정안이 공개되자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반발했다.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아닌 완화가 담겨 있어 빈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개정안은 지난 9일 국회를 통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2월 2일 장애인들이 고속버스를 타려고 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올해에도 장애인계는 시내저상버스 100% 도입, 시외·고속버스 저상버스 도입, 장애인콜택시 법정의무 준수,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위해 쉼 없는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시외·고속버스의 저상버스 도입으로 터미널 점거농성을 벌인 것을 비롯해 공익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해마다 투쟁이 계속되는 것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전국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보급률이 16.4%에 불과하고, 시외·시내버스에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 상황이 열악하지만 개선은 지지부진하기 때문. 이를 반증하는 ‘장애인이동권’은 149표를 얻어 4위에 올랐다.

5위는 매년 설문조사에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144표)다. 이 제도에 대한 장애인들의 요구는 하루 24시간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급여량 확대, 자부담 및 1~2급으로 한정돼 있는 신청자격 폐지로 요약된다.

장애인계는 올해에도 활동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장애인들의 잇따른 죽음을 마주해야 했다. 지난 4월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둔 송국현씨, 6월 인공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사경을 헤매다 눈을 감은 오지석씨. 이들의 공통점은 홀로 있다 참변을 당했다는 점이다.

장애인계는 비통함과 함께 신청자격 폐지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요구를 재차 밝히며, 정부를 향한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이 결과 내년 6월부터 신청자격 3급까지로 확대 등을 이뤄내기도 했지만 자부담 폐지, 하루 24시간 보장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장애인계의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장애인계는 또 하나의 큰 성과를 이뤄냈다. 장애인부모들의 염원인 ‘발달장애인법’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 내년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 이를 반증하듯 설문조사에서 122표를 획득, 6위를 차지했다.

발달장애인 권리 보호를 위해 제정된 이 법은 시행에 앞선 하위법령 마련에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보장, 주간활동·돌봄 등 향후 별도의 개선책을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내용을 법에 담지 않았기 때문으로 지난 4일 하위법령 연구 결과 발표에서 ‘없으니 못한 내용’이라는 강한 질타를 받았다.

7위는 ‘장애인의무고용률’(117표). 아직도 국가, 공공기관, 민간 기업들이 법정의무 고용을 다하지 않고 이를 부담금으로 때우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2014년 하반기 장애인고용 저조기관 명단’에 따르면 30대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100인 이상 민간기업 693곳이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위는 보건복지부의 올해 신규 사업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수행하고 있는 ‘장애인 서비스연계지원(97표)’다. 시작 첫해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그 만큼 정보 부족, 복잡한 절차 등으로 적절한 서비스를 제대 받지 하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서비스연계지원’은 복지플래너가 장애인등록 신청, 복지욕구 상담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안내하는 것으로 지난 3월부터 전국 4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되고 있다.

염전노예 사건 가해자 엄중처벌 촉구 및 법적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대책위 모습.ⓒ에이블뉴스DB

9위는 전남 신안군 염전업주가 노숙자나 지적장애가 있는 남성들을 섬에 감금하고 폭행하며 노예처럼 부린 사실이 드러나 올해 초 장애인계를 비롯한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염전노예(87표)’ 사건이다.

10위는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82표)로 총 41개국 6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으며, 특히 대회 사상 최초로 북한이 참가하는 등 성공적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성적에 있어서도 금메달 72개, 은메달 62개, 동메달 77개를 기록해 목표로 한 종합 2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다. 종합 2위는 2002년 부산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이밖에도 ‘교황’이 81표로 11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64표로 12위, 6·4지방선거가 60표로 13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 장애계 10대 키워드 설문조사’ 결과.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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