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출범초기부터 국정과제를 이루기 위한 핵심수단으로 채택한 것이 바로 ‘규제개혁’이다. 내수 시장의 위축과 불투명한 경기전망에 대응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이 규제개혁이 사회적으로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장애계에서도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3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복지 발전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를 개최, 장애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에이블뉴스

■장애인 판정 속 규제개혁=먼저 장애인 복지 속 규제개혁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장애인판정을 두고, 의학적 기준에 머물러 있어 장애인 정의 속 ‘사회적 제약을 받는 자’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의학적 기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규제. 때문에 서비스 제공 대상자인지를 판정하기 위해 의학적이 아닌 ‘제약’을 중심으로 판정되는 것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애로 인정하지 않는 통증과 관련해서도 장애인으로 인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 사무총장은 “현재 장애인 판정에서 감각기관 중 미각이나 촉각의 상실은 장애로 판정되지 못하고, 통증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통증은 고통일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근육에 힘을 가할 수 없어 이동에 제한을 줄 수 있으므로 통증으로 인한 이동장애를 가진 사람도 장애인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 등록을 위한 장애진단비와 검사비. 진단비는 지적장애인 4만원, 지체장애인 1만5천원 등 일부를 보조해주고 있지만, 검사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이에 서 사무총장은 “등록을 위해 국가에서 필요한 문서를 발급받기 위한 자료를 고가의 비용임에도 개인이 부담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할 수 없는 ‘활동보조 서비스’=장애계의 관심사인 ‘활동보조 서비스’에도 규제는 존재한다. 현재 부모나 형제가 할 수 없는 활동보조 서비스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것.

현재 법상 서비스의 보조인력은 부모나 형제는 할 수 없다. 단, 예외 사항으로 농촌의 경우 활동보조인력이 부족한 지역은 기초단체장의 허가에 의해 가족이라도 할 수 있다. 이는 가족이 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과는 달리 규제개혁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서 사무총장은 “가족이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고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인데 장애아동의 경우 자기결정권은 부모가 행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며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얼굴가림 등으로 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선불로 조건을 하는 활동보조 자부담 또한 “장애인이 연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장애인에게 편견을 가진 규제일 뿐이며, 운동성 중심의 지체장애인 인정조사표, 필요한 시간 수 합산이 아닌 점수 총량을 등급으로 나눠 서비스하는 부분이 행정편의의 규제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김영근 국장.ⓒ에이블뉴스

■‘자동차세 면제’에서의 규제=자동차 규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장애인자동차의 경우, 특소세 면제, 채권 면제, 자동차세 면제, 통행료 감면, LPG 호용 등 다양한 정책이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1995년부터 장애인이 구매한 2000cc이하의 차량에 대해 취득세 및 자동차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그러나 2000cc를 초과할 경우 세금을 100%를 내야 한다는 지적.

서 사무총장은 “장애인이어서 경제적 경감을 목적으로 하는 감면제도가 장애인의 안전과 휠체어 탑승 등 보다 배기량이 큰 차가 필요해 사용할 경우 서비스 제한 하는 것은 규제”라고 말했다.

보험료 감면 또한 규제는 존재한다. 건강보험료의 경우 지역가입자에 한해 장애인등급에 따라 10~30% 감면을 해주지만, 직장가입자는 해당사항이 없다. 장기요양 보험료의 경우도 1급과 2급 장애인에 대한 보험료 30%를 감면해주지만, 3급은 해당 사항이 없다.

이에 서 사무총장은 “보통 중증장애인이면 3급도 들어가는데 왜 3급은 해당되지 않나. 보험료 감면에 대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김영근 기획정책국장은 의무고용률을 두고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국장은 “장애인의무고용제는 기업 등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지만 아직 고용율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정부 등의 공공기관 조차 의무고용류이 채워지지않고 있음은 제도의 실행력에 대한 의문을 갖기 충분하다.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국장은 “정애인고용 사업주를 위한 장애인고용장려금은 최근 6급 장애인에 대한 장려금을 1년만 지원하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장애인고용장려금의 축소는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고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한국장애인개발원 박주영 선임연구원, 윤용구 직업재활부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재호 변호사.ⓒ에이블뉴스

■“장애인복지 규제개혁, 논의가 필요”=이 같은 장애인복지분야의 규제에 대해 토론자들은 장애인복지 속 규제개혁을 위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 모아 말했다.

먼저 한국장애인개발원 박주영 선임연구원은 “장애인복지분야에서 규제 개혁 대상설정이 필요하다. 왜 규제가 필요하고, 어떤 분야에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하고, 어떤 분야에서 규제를 개혁해야 하는지 충분한 합의를 통한 대상설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도 규제개혁대상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장애인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최종 규제개혁 대상을 선정할때는 검토와 합의를 통해 선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선임연구원은 “의무고용제도, 장애인일자리 마련을 위한 장애인생산품시설의 장애인고용비율,재활치료사의 자격기준제도 등의 사회적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감면과 관련한 자동차 배기량 적용제한, 건강보험료 감면의 차별적용 등의 경제적 행정적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윤용구 직업재활부장은 장애인 관련한 규제개혁을 위해 개발원내 ‘규제분석 기구’의 설치 및 운영을 제언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6월부터 총리훈령에 근거해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기업현장의 애로와 국민불편 사항을 듣고 개선하기 위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이 ‘기업현장 및 소상공인’의 애로사항 발굴과 개선에 머물러 있다는 것.

윤 부장은 “장애인복지 관련 행정적인 규제는 신설, 강화, 완화, 폐지 등을 고려함에 있어서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해석할 수 없는 복지적 성격이 강하다. 장애 관련한 폭 넓은 전문성과 감수성을 갖춘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개발원내 정책연구실의 기능으로 추가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재호 변호사도 “규제를 발굴하는데 있어서 당사자들은 규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절차적인 것도 모르기 때문에 장애계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토론자들의 공통적 의견인 것 같다”며 “현재 민간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은 다분히 경제적인 대상을 하고 있다. 장애인 규제 관련해서 좀 더 들어가기 위해 총리 훈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안에서도 규제심사위원회가 있고, 민간 위원이 있다. 이 곳에서도 장애인 관련한 인력이 들어가야 한다”며 “경제적 규제를 중심으로 하자라는 정부의 의지에서 장애인 관련해서도 충분히 규제개혁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은 보건복지부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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