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 개선연구 결과보고 공청회의 무산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했었다.

그 자리에서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어둔한 목소리로 전달하려 애쓰며 장애 당사자들이 주장하던 요구의 주요 내용은 장애등급기준 개정을 넘어선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으며 뇌병변장애등급기준의 개선안도 그 문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전부터 줄곧 제기되어왔던 의료적 기준만으로 된 장애등급기준의 강화와 주요 장애인 복지서비스의 대상기준을 장애등급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 등으로 인해 장애등급제가 장애인 당사자들의 복지욕구와 수요를 반영하기보다는 오히려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를 철폐하고 장애등급제를 도입한 원래 목적에 맞는 복지전달체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주장을 전제로 이번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의 개선연구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판정지침에 비하여 전반적으로 기준이 완화되기는 하였지만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장애인등급제가 가진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에는 못 미친다 하더라도 현행 불합리한 뇌병변장애등급기준의 개정도 시급한 과제임에는 틀림없으므로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보고자 한다.

기존에 제기된 현행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의 문제점으로 수정바델지수를 판정기준으로 도입한 것 자체가 장애유형간 판정기준의 객관성과 형평성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됨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에서 판정기준으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대부분의 장애유형들은 신체결손이나 기능상실로 인한 기능장애(Impairment)를 판정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반하여 유독 뇌병변장애의 경우만 기능장애로 인한 능력장애(Disability)를 기준으로 평가하라는 것은 같은 신체 기능장애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그 능력이 달라 판정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계속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즉 어렸을 적부터 신체장애에 적응하여 충분히 훈련된 장애인이나 재활치료를 잘 받은 장애인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며, 신체 기능장애와는 달리 실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판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따라서 기왕에 현행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이 문제가 되어 개정하려면 타 장애의 판정기준과 같이 신체 기능장애의 관점에서 개편하던지, 아니면 보다 선진적인 관점에서 기왕의 국제적 장애분류체계가 지향하고 있는 사회참여와 환경요인까지도 고려한 판정지침을 개정안으로 제시할 수 있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어떻든 이번에 제시된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기준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타 장애, 그 중에서도 지체장애의 기준과 형평성을 맞추려고 노력한 결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 하겠다.

등급 간 수정바델지수 판정점수의 완화와 특정 신체장애 조건을 만족하면 수정바델지수 점수가 등급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상위등급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 형평성을 확보하려고 한 것 등은 이전에 비하여 나아진 내용이다.

하지만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뇌병변장애인들의 장애등급 재심사에 따른 주요 복지서비스 탈락으로 야기된 생존의 문제를 구제하는데 얼마나 실효적일 지에 관해서는 이번 개정연구가 다루고 있지 않아 판단하기 힘드나, 그러한 예상 연구내용 없이 제안된 개정안이기에 회의적이라 하겠다.

뇌병변장애등급기준의 개정 목적이 단지 현행 기준의 완화와 타 장애와의 형평성 확보에 있다면 비록 임시적인 조치이기는 하나 이번 개정안이 어느 정도 의의를 가질 수 있겠다. 반면 장애정도를 평가하는데 보다 객관적인 기준의 도입이라는 관점과 기존 등급판정기준으로 야기된 문제 해결을 위하여 개정해야 한다는 관점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결과라 하겠다.

장애등급기준을 일정 정도 완화하더라도 장애등급이 주요 복지서비스의 대상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적용되는 한 여전히 타 장애유형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으며, 뇌병변장애인의 장애정도를 평가하여 주요 서비스의 수요대상을 정하는데 수정바델지수가 단일 평가기준으로 인정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행 장애등급기준을 개정하기 위한 일련의 연구들이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 내고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복지수요 파악도구로서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현행 장애인등급제의 대안 모색과 전면적 개편 요구에 부응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은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김윤태 부교수가 보내 기고문입니다. 김 부교수는 장애당자자이며, RI Korea의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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