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의 장애인은 동물처럼 갇혀만 있어야 하나요? 그들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서 간단한 외출조차 못한다면 ‘시설에서 썩어라!’는 말과 같습니다. 너무 잔인한 제도네요.”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지난 2006년 활동보조서비스가 생긴 이래, 활동지원제도로 변화한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너무 높은 본인부담금, 급여 문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지 오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안에는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점이 숨어있다. 바로 활동지원제도 이용 제외 대상.

경기도 광명시에 살고 있는 이미숙씨(가명)는 최근 시청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그녀에게 날라 온 부당이득통지서. 용인시 시설에 입소해있는 장애자녀 김태희(가명·16)양이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사용해오던 활동지원서비스가 이용 제외 대상이며, 3년간 부당지급급여로 1천만원 가량을 환수한다는 것.

이씨가 용인시로부터 받은 부당이득 징수 통지서.ⓒ에이블뉴스

이 씨는 갑자기 내려온 큰 금액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곱씹어도 억울하기만 했다. 뇌병변1급 장애아 태희를 키우며, 먹고 사는 게 우선이다 싶어 용인에 위치한 시설에 입소시킨 것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시설에서는 1년에 여름과 겨울 2~3주 가정귀가를 시켜,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하고 있었지만, 맞벌이를 하고 있는 이 씨 부부로써는 퇴근하기 전까지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2009년 우연히 신문을 보던 중,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알게됐다. 태희가 가정귀가 했을 시, 몇 시간동안 돌봐줄 보호자가 생겼기에 이씨 부부는 기뻐하며, 시설 관할 읍사무소에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문의했다.

하지만 읍사무소 직원은 잘 모르겠다며, 시청에 문의하라고 했다. 시에 다시 같은 질문을 하자 시의 답변은 “(활동지원) 가능하고, 자세한건 복지관에 문의하라”였다. 이후 복지관에서도 가능하다며, “승인은 용인시에서 하고 활동지원은 (이 씨가)거주하는 광명의 중계기관을 통해라”라는 답변까지 받아냈다.

원하던 답변을 받은 이 씨는 읍사무소에 연락해 필요한 서류를 챙겨 활동지원제도를 신청, 활동보조인 덕택에 가정귀가 기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몇 년 전에는 읍사무소에서 ‘활동보조를 잘 받고 있냐’는 확인전화도 가끔 왔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서야 날라 온 통지서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씨는 이의신청서를 통해 “용인시에서 가능하다고 해서 활동지원을 신청한 죄밖에 없다. 서류 심사시 승인을 내지 말던지, 승인은 용인시가 내놓고 이제 와서 부정수급이라니 너무 어이가 없다”며 “1천만원이 누구집 이름도 아니고 하루 몇 만원 벌려고 허덕거리며 사는데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1월초에는 우리아이가 방학인데, 이제는 어떻게 하나. 어린아이가 돌봐야 하나 걱정스럽다. 얼마 전 누나가 장애동생을 돌보다 불이 나서 참변을 당하지 않았냐”며 “항상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인 우리 아이는 누구와 겨울방학을 보내야 하냐”고 덧붙였다.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현재 활동지원제도 제외대상은 장기요양급여를 받는 자, 의료기관에 30일 이상 입원 중인 자, 교정시설 또는 치료감호시설에 수용 중인 자 등이다. 그리고 또 하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보장시설 입소자.

그룹홈 거주 장애인일 경우 시설내에서, 주간보호시설 이용 장애인은 이용시간 동안, 단기보호시설 이용 장애인은 이용기간 동안 활동보조를 이용할 수 없다.

이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생활시설에 생활하는 태희의 경우 제외대상이 분명하다. 그러나 활동보조를 신청했을 시, 누구도 이씨에게 “제외대상”이라고 말해준 이는 없었다. 귀띔이라도 줬다면,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터.

용인시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부정수급자 명단을 조사하라고 내려왔고 통지서를 보낸거다. 절차대로 했으며, 서비스제공기관쪽에서도 시설 입소한 걸 알고 있었더라. 활동보조인 같은 경우는 아동에 대해 거의 안다. 시설입소자인지 알았다면 중계기관쪽에서 의논을 했다던지 해야되는데 계속 서비스 제공이 되고 있었던 거다"라며 "예전에 가능하다고 한 시청직원이 누군지 모르겠고, 어떠한 사유인지 구체적이지 않다. 모두 연대책임이 있지 않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의신청서가 얼마만큼 감안될지 모르겠는데 절차대로 거쳐서 했고, 이의신청 심의위원회가 개최되면 논의될 예정"이라며 "시설입소자인걸 알면서 그냥 눈 감아줄수 있는건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활동보조제외 대상에 시설 장애인이 포함된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설장애인이 시설 밖에서 활동보조인을 통해 기본적 사회생활은 누려야 한다는 것.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시설의 장애인은 동물처럼 갇혀 있어야 하냐. 시설에서 활동보조를 이용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그 외 밖에서 가족만나고 친구 만나는 기본적 사회생활 조차 하면 안되는 거냐”며 “시설장애인이 바깥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지침이 변경되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장애인센터 관계자는 "시설의 장애인도 인간답게 활동보조를 이용해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시설에서 악용할 수 있어서 조금은 우려스럽다. 시설장애인이 아무 문제 없이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게 자세한 조항들을 면밀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설 입소자는 법령으로 제외대상이다. 시설 입소자가 활동보조 받게 해달라는 의견은 가끔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구체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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