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장애인 부모, 교사 등 1천300여명이 특수교육진흥법의 장례를 치렀다. 꽃상여를 메고 가는 모습. <에이블뉴스>

“특수교육진흥법이 77년에 제정된 후 30여년이 지났지만, 장애인의 교육 현실을 여전히 참담하기만 하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의 영역에서 교육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장애아동·청소년들이 20년, 30년이 넘도록 시설과 가정 등 창살 없는 감옥에서 갇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장애를 가졌다는 그 하나의 이유로 입학거부를 당하고, 전학을 강요받으며 굴욕적인 각서를 제출하거나, 생계를 제쳐둔 채 전쟁과 같은 일상을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는 장애인, 장애인 부모, 교사 등 1천300여명이 서울 광화문에 모여 특수교육진흥법의 장례를 치른 이유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집중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특수교육진흥법의 장례식을 치렀다.

이날 거리행진 행렬은 정부중앙청사를 출발해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 멈춰 섰다. 장애인 부모와 교사 등 10여명은 상복을 꺼내 입고, 특수교사가 될 대학생들이 장애인 교육 주체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은 특수교육진흥법의 꽃상여를 어깨에 멨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장애인 부모들은 특수교육진흥법 꽃상여를 향해 두 번의 절을 올렸다.

부모들이 꽃상여를 향해 절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울산장애인부모회 김옥진 회장은 “특수교육진흥법 안에 갇혀있던 우리 아이의 고통의 질곡을 끊어버리는 것 같아 행복하다. 교육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죽어나가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특수교육진흥법은 이제 그만 보내고 장애인교육지원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세상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슬픔의 곡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날 1천300여명의 장례 행렬을 이끈 장애인교육권연대 구교현 조직국장은 “오늘의 장례는 호상이다. 특수교육진흥법의 죽음은 우리가 원해왔던 죽음이다. 우리는 이 낡아빠진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장애인의 전 생애에 걸친 교육권을 보장할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제정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은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전국을 다니며 2년여에 걸쳐 마련한 것으로 장애인의 장애유형, 장애정도에 따른 교육지원 규정을 마련하고, 장애인의 전 생애에 걸친 교육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는 14일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마지막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례 행렬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청 앞을 지나 오후 5시 30분경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다다랐으며, 참가자 모두가 특수교육진흥법 꽃상여를 향해 큰 절을 두 번 올리는 것으로 모든 절차를 끝냈다.

이날 거리행진에 앞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 부모, 교사, 당사자들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교육주체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투쟁결의문을 발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에 대한 염원을 한 목소리로 전했다.

“특수교육진흥법이 무려 10차례나 개정되고, 특수교육발전종합계획이 수립되는 등 관련 법령과 제도가 앞을 다투며 발표되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의 교육 현장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더 이상 우리들은 닳아빠진 특수교육진흥법에 기대어, 마냥 가만히 앉아서 믿고 기다릴 수 없다.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은 우리 아이, 학생, 그리고 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소중한 염원이 한 땀, 한 땀 배어있는 소중한 법안이다. 기필코 우리의 염원이 아로새겨진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여 장애인교육권을 반드시 쟁취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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