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용산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용산초교 학부모회와 지역주민들이 서울맹학교 직업재활시설의 용산초교로의 이전을 저지하고 있다.

서울맹학교의 직업교육시설을 서울 용산초등학교 운동장에 신축하려는 교육부의 계획이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신교동에 위치한 서울맹학교는 학생 수에 비해 부지가 협소해 직업교육시설을 서울 용산초등학교 운동장 일부 부지로 옮겨 짓기로 하고 지난 19일 2시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용산초교 학부모회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30여분 간 승강이 끝에 교문 밖에서 행사를 치렀다.

서울맹학교는 처음 120명을 기준으로 설계돼 현재 302명의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선 확장 또는 이전이 시급한 상태다. 반면 3,0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하던 용산초등학교는 최근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2,3년 사이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 현재 210명만이 남아 공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지원부가 지난해 9월 서울맹학교의 시설이 노후하고 수용 인원도 모자란 점을 감안해 서울시교육청의 동의를 얻어 전체 면적의 97%가 국유지인 용산초등학교 5000여평의 학교부지 중 운동장 부지 2000여평에 150명 수용 규모의 맹인직업 교육시설을 짓도록 허가했다.

그러나 용산구청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이 문제를 협의해 오자 "용산초등학교가 용산 부도심 지구단위계획 구역내에 위치해 현재 지역개발이 진행 및 활성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지역 내 하나뿐인 용산초등학교 축소는 문제점이 있다"고 회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용산초교 학부모회측도 “초등학생들이 들어온다면 환영하지만 초등학교에 성인 직업교육시설이 들어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현재는 학생수가 적지만 재개발후인 3년 후에는 몇 배로 학생수가 증가해 교실이 부족할 것은 분명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학부모들은 지난 14일 맹학교 이전에 반대하며 학생들의 등교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맹학교측은 “특수학교의 여건상 연계교육이 필요한데 이 중 초등학생만 분리해 교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학생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청 당국에서 이미 다 계산한 바이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맞섰다.

또한 초등학교의 운동장이 작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이미 교육인적자원부가 용산초등학교내 실내 체육관 설립을 위해 36억원을 중구 교육청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서울맹학교 이창화 동문회장은 학부모회측과 맹학교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지역단체에 대해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Yard)’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용산초등학교측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은 후 용산초등학교측에서 맹학교의 초등학생이 들어오면 환영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이는 공사를 저지시키고 맹학교 이전을 백지화시키려는 '늑대의 눈물'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용산초등학교 홍주환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불과 한달 전에 이전사실을 접하게 돼 맹학교와 용산초등학교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가 통합교육규정과도 맞물리는 의도로 맹학교의 초등학생들이 들어와서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용산초등학교 학부모회는 기공식후에도 용산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맹학교의 직업교육시설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어 맹학교 시설이전 갈등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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