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FB 홈페이지(www.nfb.org) 첫 화면. ⓒNFB

최근 미국 NFB(National Federation of the Blind, www.nfb.org)가 미국내 시각장애인들의 독서 수단에 대한 조사통계자료를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통계조사자료에 의하면 현재 1,300만명에 달하는 미국내 시각장애인가운데 오직 10퍼센트 미만의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경험하며 오직 10퍼센트의 시각장애아동이 점자를 배운다고 한다. 1950년대 시각장애아동의 50% 이상이 점자를 배웠던 그 통계결과와 비교할 때 오늘날은 점자가 너무 읽기 힘든 구식수단으로 여겨지는 현 세태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조사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통계자료에서 NFB는 또한 오늘날 미국의 학교 교사들은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점자교육을 강조하는 대신 오디오북이나 소리가 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의 사용 등을 더욱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점자를 간혹 아는 교사들조차 이따금씩 점자를 잘못 가르치고 있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조던 길모라는 퇴행성 시각장애를 가진 장애아동의 어머니인 케리는 조던이 퇴행성 장애로 언젠가는 완전히 빛을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그에게 점자 읽기를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점자에 대한 교육은 받았으나 부모가 어느 곳에서 점자책을 구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안내는 전혀 받아 볼 수 없었으며 점자 대신 현재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시력을 적극 활용해 확대도서나 컴퓨터 등의 매체를 가지고 조던의 뒤쳐진 읽기능력을 향상하는 데만 더 주력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심지어 미네아폴리스의 교사들은 조던이 점자책을 읽는 일을 원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으며 점자는 나중에 신경써야할 부분이고 지금은 오디오 북이나 확대 도서를 이용해 학습할 것을 권한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점자를 결코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될 수단이란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또 하나의 자료가 눈길을 끈다. 그것은 바로점자 사용 인구와 취업률간의 상관관계를 밝힌 자료이다. 이 통계에 의하면 점자를 읽는 인구의 오직 44퍼센트만이 고용되지 않은 반면 오디오 북이나 스크린 리더만을 의존하는 시각장애인구는 77퍼센트가 고용에 실패하였다는 자료를 근거로 결국 현재 성인 시각장애인의 70퍼센트가 비고용될 위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NFB는 또한 500명의 점자를 읽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그들이 점자를 알지 못하는 집단보다 더 높은 교육을 받았으며 더 좋은 직장에 고용될 가능성이 있고 더 높은 수입을 낸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결국 오디오북이나 컴퓨터소프트웨어 같은 것을 점자대신 사용하는 현상은 오늘날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을 문맹으로 만들고 있다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점자는 1960년대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시각장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통합되어 교육받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 사용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상화의 원리에 의거해 많은 장애아동들이 특수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내 일반학교에 통합되어 교육 받기 시작하면서 각 일반 학교마다 다양한 장애아동의 모두 다른 특수한 교육적 요구를 충족할 질 높은 특수교사를 배치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후 1970년대 테이프 리코더의 보급과 1980년대 소리 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며 점차 점자는 더욱 사용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게 됐다.

최근 자신의 12살 난 시각장애인 딸 위노나에게 실력 있는 점자선생님을 보내달라고 학교측에 요구한 바 있는 데비씨는 "장애 아동들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되는 현상이 정말 슬프다"라며 현 시각장애아동들에 대한 점자 경시 교육 풍조를 한탄했다.

필자 역시 메사추세츠주 뉴튼시의 시각장애인 재활기관인 캐롤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미국의 시각장애인 청소년들을 석 달간 상담한 바 있는데 메사추세츠주 뿐만 아니라 인근 주 여기저기에서 흩어져 일반학교에 통합되어 공부를 하던 청소년 시각장애인들이 방학을 맞아 캐롤센터에서 여는 청소년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을 참가하기 위해 마치 썸머스쿨처럼 모여서 공부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지적능력에 큰 이상이 없는 즉 단순 시각장애 학생들은 오늘날 미국에서는 거의 다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일반학교에서 교과목을 배우고 방학을 이용하여 캐롤센터 같은 시각장애인 재활기관에 모여 점자도 배우고 점자단말기 사용법이나 스크린 리더의 심화기술, 여가활동이나 직업체험, 상담 등 일반학교에서는 충족해 주지 못하는 그러나 시각장애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여러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받고 있는 점이 새로웠다.

처음엔 점자를 잘 알아야할 학생들이 굳이 캐롤센터에 와서 점자를 배운다는 점에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했는데 그들이 통합되어 교육받는 일반학교에는 점자를 전문적으로 가르쳐 줄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과 교과목을 따라가기 위해 노트테이커나 컴퓨터를 점자보다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중도실명인인 필자역시 점자를 익히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현재도 글쓰기나 독서에서 컴퓨터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 점자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국어 맞춤법을 잘 알아야할 시각장애 아동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점자교육은 마치 한글 읽고 쓰기를 아는 것처럼 중요한 교육이 될 것이란 의견에 동감한다.

*이 글은 수필집 '마음의 눈으로 행복을 만지다'의 저자 시각장애인 1급 김기현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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