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28일 온라인을 통해 ‘시·청각장애 대학생 온라인 학습권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청년포럼 토론회를 개최했다.ⓒ줌 웨비나 화면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교 강의가 줌(Zoom)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장애대학생들은 ‘산 넘어 산’이다.

교수자의 강의계획서 속 장애학생 지원 사항이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 수강신청부터 난관이며, 수업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물론 비대면으로 치러지는 시험과 과제 제출도 편의 제공을 받지 못하는 현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28일 온라인(줌 웨비나)을 통해 ‘시‧청각장애 대학생 온라인 학습권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청년포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위디(정예린‧조영진‧박지희‧최원빈‧손정우)가 연구한 ‘시‧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대학교 비대면 교육운영 매뉴얼 연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시기 줌(Zoom)을 통해 진행되는 장애학생 학습권을 점검했다.

■수강신청부터 난관, “교수-학생 소통 어렵다”

이번 연구에는 총 6명의 시‧청각장애학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면 수업을 전제로 구축된 교육지원인력제도가 비대면에 그대로 적용되며 활동가이드가 부재해 구체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제도적 문제를 짚었다.

또한 비대면 교육상황에서 장애학생과 교수자 간 소통창구가 없어, 장애학생의 수강여부 조차 파악하지 못한 현실도 드러났다. 장애학생이 직접 교수자에게 자신의 장애 사실과 요구사항을 글로만 전해야 하다 보니, 오해가 생길 우려도 있으며, 소통 또한 어려운 것.

비대면 수업과정에서도 문제점은 이어진다. 강의계획서가 ‘장애학생 지원 사항’ 내용이 없거나. 모호하고 불명확한 탓에 수강신청부터 난관이 있으며, 자료 또한 장애유형에 따라 적절히 제공되지 못했다.

“eTL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스크린 리더로 접근이 가능해서 접근성이 괜찮은 편이에요. 하지만 수업 자료를 받을 때, 사진이나 스캔 제본으로 자료를 올리면 스크린 리더로 읽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시각장애학생 A)

줌 채팅창 활용 부분에서의 장애학생 학습권 문제점.ⓒ줌 웨비나 화면캡쳐

■‘화면을 보고 문제를 푸세요’, 채팅창 혼란도

실시간 수업에서도 잦은 지시어 사용과 이미지, 한자, 수식 등이 많은 자료에 대한 설명 부족은 특히 시각장애학생에게는 큰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출석 확인, 질의응답 및 토론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Zoom 채팅창도 혼란스럽다.

“컴퓨터 관련 (C언어)과목을 수강을 했는데, 설명이 다 ‘화면을 봐주세요’, ‘화면을 보고 문제를 푸세요.’ 혹은 ‘이 그림을 보면~, 이 표를 보면~’ ‘0이 뭐가 되고, 1이 뭐가 되고, 숫자가 변합니다.’ 이렇게 설명을 하셨어요. 초반부터 ‘이건 내가 들을 수 없겠구나’라고 감이 왔어요.” (시각장애학생 C)

“채팅 찾아가기가 힘들었어요. 일단 느리다는 게 어려웠고. 가끔 교수님이 채팅으로 이야기 하는 예도 있어요. (또한 학생들이) 개인적인 답을 채팅으로 하면, 그런 것도 실시간으로 읽는 게 어려웠어요.” (시각장애학생 A)

Zoom의 기본 기능인 ‘화면 공유’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할 경우 발화자인 교수자의 화면이 자동으로 작아진다. 해당 기본 화면설정으로 교수자의 화면이 모니터 화면의 1/30도 채 되지 않는 크기로 줄어들어 입 모양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실기 과목이나 영상수업은 교수님의 입 모양을 보느라, 동시에 설명 부분을 보느라 정신없고 따라가기 힘들어요. (중략) 화면 공유하면 교수님의 모습이 작아지고 수시로 설명 부분과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정신이 없고 답답한 것 같아요.” (청각장애학생 D)

■온라인시험‧과제 제출 ‘산 넘어 산’

청각장애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에 수어통역 제공이 없어 ‘그림의 떡’인 상황에 놓이기도 했으며, 온라인으로 치르는 시험과정에서도 온라인플랫폼에 시간제한이 걸려있어 연장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기도 했다.

과제 또한 주로 pdf 형식의 논문을 읽고 써야 해서 시각장애학생들은 비장애 학생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청각장애학생은 수어 속기록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걸려 과제제출기한을 맞추기 어렵기도 하다.

“일반학생보다는 타이핑치는 것도 그렇고 점자로 읽는다는 게 눈으로 보는 것만큼 빨리 빨리 되지 않잖아요. 한 번에 딱 읽는 게 아니라 한 줄씩 더듬어서 읽고 그래야 하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거에요. (중략) 속기사분도 속기 지원하시는 게 많다보니까 바로 당일 날 못 올려주시고 2-3일씩 지나서 올려주시고 이런 상황인데 제출 기한은 똑같으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시청각장애학생 F)"

그 외에도 비대면수업에서 시험만 대면으로 치를 경우, 교수자가 갑작스럽게 시험날짜를 통보하면 시각장애학생들은 이동지원을 받는데 곤란함을 겪기도 한다는 것.

“시험날짜에 맞추어 시험을 치르는 것이나, 학교에서 행사를 하는 것도 다 온라인으로 대체되다 보니까 계속 일정이 바뀌어서 미리 준비할 수가 없다는 게 어려워요. 당일치기로 결정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시각장애학생 A)

비대면 수업 시 장애학생도우미 활동가이드의 적절한 예시.ⓒ서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위디

■장애학생 학습권 보장 매뉴얼 ‘무엇’

이에 장애학생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매뉴얼로 장애학생지원센터가 비대면 수업 상황에 적합한 장애학생도우미 활동 가이드를 내놔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인 예시로 대필도우미의 경우 사전에 실시간 속기 관련 프로그램을 교육받은 후, 대필 시 실시간 채팅에 올린 강의자료 및 질의응답에 관한 내용도 반드시 포함토록 했다.

교수자는 강의계획서에 수업 진행방식, 강의 자료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장애학생 지원 사항’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장애학생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에 장애유형 및 자료접근성을 고려한 수업 자료를 사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수업 시에는 시각장애 학생을 고려해 지시어 사용을 가급적으로 지양하며, 시각자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토록 하고, 시각자료를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면 자료를 미리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팅방 운영 또한 수업 진행과 동시에 활용하지 않고, 최대한 구두로 하도록 안내토록 하는 방법을 들었다.

비대면 시험을 치를 경우, 교수자는 강의계획서에 비대면 시험을 치를 방식에 대한 안내를 포함하고, 어떤 플랫폼을 사용할 것인지를 명시해 장애학생이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한시간이 설정돼 있는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장애학생에 대해 적절한 시험 시간의 연장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즉 이메일을 통해 회수하거나, 시험지를 미리 제공하는 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제 제출의 경우에도 시각장애학생에게 스크린리더가 접근 가능한 형식의 파일 제공, 청각장애학생에게 속기록 제공 소요기간을 고려한 과제제출기한 연장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원빈 학생은 "이번 연구는 대학교에 한정해서 시, 청각장애학생들에 국한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후속연구가 이뤄진다면 다양한 기관에서 사용될 수 있는 식의 연구가 진행돼야 하며, 장애유형도 훨씬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 또한 여러가지 고려한다면 온라인 환경에서 장애인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 등 구입 난관”, “수어‧문자통역 모두 제공”

이날 온라인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장애학생들의 온라인 학습권 부분에 공감을 표하며, 매뉴얼 상 추가로 보완해야 할 점을 제안했다.

시각장애 임성진 학생은 "온라인 수업에 있어 줌 또는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교수님께 장애에 대해 교수학습지원을 요청하거나 다른 도움을 구할 때 자칫 잘못해서 이 학생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수업을 하시는 도중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온라인 시험에서도 추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일반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비대면 교육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조공학기기 및 IT기기 구입도 높은 가격으로 난관이다.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학교나 정부 지원도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정부에서 발벗고 학생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이 학생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무리하게 수업을 듣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노트북 등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청각장애 조정환 학생은 “교육 시스템 안에서 농학생이 의사소통 지원을 받고 싶다고 했을 때 수어통역 혹은 문자통역으로 갈라져 있는데, 두 가지를 다 지원받고 싶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원하는 방식대로 의사소통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매뉴얼에 명시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통역과정 의사소통에서 그 자리에서 직접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수어통역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받고 나중에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어통역을 직접적으로 받을 때 정말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면서 “모든 과목의 의사소통 지원이 의무적으로 필요하다는 내용도 명시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전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손지영 교수는 "시각장애학생의 경우 원격수업 시 제시되는 시각적 정보에 대한 구체적 화면 설명이 필요하며, 핵심적인 내용을 선별해 수업 중에 설명해야 한다"면서 "실시간 화상수업시 화면에서 자기를 보여지는 모습이 싫을 수도 있다. 화면 노출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손 교수는 “청각장애학생의 경우 실시간 화상수업 시 당연히 실시간으로 문자통역이 제공되는 것은 당연한 의사소통의 권리다. 대학 자체에서 해결하기 어려우 경우 정부에서 전문 도우미나 서비스를 통해 제공돼야 한다"면서 "동영상 강의를 녹화해 제공되는 경우, 자막 자동 생성 프로그램이 아닌,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한번 더 쉽게 활용한 자막을 제공해주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들에 국립특수교육원 김태준 국가장애인평생교육센터장은 "주신 의견들은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를 할 때 반영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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